北, 사드 없어도 핵미사일 못 쏜다

[정욱식 칼럼] '사드'의 '정치적 효용성'만 생각하는 박근혜 정부

사드 문제를 둘러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선동'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도발을 계속해 오기 때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우리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것인데도 적반하장으로 왜곡하면서 추가 도발의 빌미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며 "북한의 공세에 우리가 휘말려서 내부 갈등과 혼란을 가중시키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이에 대한 반대를 "정쟁", "불순 세력" 등의 표현을 동원해 정치 쟁점화시킨 바 있다. 이것도 부족하다고 여긴 탓인지 이제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색깔론'까지 덧씌우려고 한다. 사드 배치 결정의 졸속과 그 효용성, 그리고 국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을 정치적 이용의 도구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쪽은 사드 반대론자가 아니라 추진론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내심 사드 배치를 반기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는 대북 제재와 압박을 크게 완화시키고 북한의 핵보유 굳히기에 이용당할 소지가 크다는 게 핵심적인 이유이다. (☞관련 기사 : 김정은, 사드로 박근혜와 통했다)

실제로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중 관계는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류와 비자 '통제'를 중심으로 대남 제재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러시아 연대와 미국 사이의 전략적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 UFG(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시작된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이 와중에 북한은 사드 발표 이후 세 차례의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일본 언론을 통해서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재처리하고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추가적인 핵 실험도 시사했다. 모두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위반하는 사안들이다.

하지만 추가 제재 결의는 물론이고 규탄 성명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사드 배치 철회'와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북-중 간의 교역 규모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 북한의 3차 핵 실험 이후 쌓아온 '공든 탑(?)'이 사드 배치 발표로 일시에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사드가 이와 같은 한국의 경제적, 외교적, 정치적 비용을 상쇄할 정도의 군사적 효용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 계획대로 성주에 배치되면 수도권은 아예 사드 요격 범위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평택권을 방어하는 데에도 역부족이다. 평택에는 캠프 험프리 및 오산 공군 기지가 있어 유사시 최우선 방어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국방부도 이 점을 강조하면서 성주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저고도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는 평택권에 진입 시 사드의 최저 요격 고도인 40킬로미터 미만으로 낙하하기 때문에 사드로 잡을 수 없다.

성주 사드는 부산 경남권을 방어하는 데에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 지역에는 대규모 산업 단지와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고, 유사시 미국 증원군이 들어오는 항구와 비행장이 있다. 국방부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성주 사드를 무력화하면서 부산 경남권을 공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 가령 노동미사일을 사거리 500킬로미터로 부산 경남권을 향해 발사하면 최고 고도는 600킬로미터 안팎에 달하게 되고 성주 상공을 지나갈 때에도 200~300킬로미터 사이에 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드의 최고 요격 고도인 150킬로미터보다 훨씬 높게 날아가기 때문에 사드로 요격이 불가능해진다.

정리하자면, 사드는 대한민국의 3대 핵심 방어 구역, 즉 수도권, 평택권, 부산 경남권 가운데 어느 한 곳도 막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한반도는 종심이 대단히 짧기 때문에 시간 및 거리와의 싸움인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 체제(MD)는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사드를 비롯한 모든 MD를 일시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적 수단도 갖고 있다. 신형 방사포에 핵탄두를 장착하면 어떤 방어 수단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사드 배치 발표에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반기고 있다고 보는 군사적 이유이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은 물론이고 그 어디에도 핵미사일 공격을 할 수 없다. 그 이유 역시 간명하다.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한미 동맹의 보복에 의해 북한은 지구 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임을 북한 지도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북 억제력이야말로 사드보다 훨씬 신뢰할 만한 군사 수단이자, 이미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한 군사적 긴장 완화, 협상을 통한 북핵 동결 및 궁극적인 폐기까지 가세한다면, 대한민국의 안보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북핵은 억제 가능하다. 하지만 사드 배치로 초래되는 문제는 대부분 억제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자위적 조치'는 마다하고 사드 배치라는 '자해적 조치'를 강행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를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종북 딱지'를 붙이려고 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의 한계를 알면서도 이를 강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 무기를 만든 록히드마틴과 펜타곤의 팸플릿을 광신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부 여당이 사드를 정치적 무기로 삼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불리한 이슈를 덮고 대선에서 안보 프레임을 짜는 등 '정치적 효용성'이 크다고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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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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