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규제 효과 없어... 가계, 2금융권서 대출

저축은행서 돈 빌려…한국, 18개 신흥국 중 가계부채 비율 1위

정부가 가계대출을 옥죄기 시작했으나, 오히려 가계대출 증가세는 더 가팔라졌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62조8214억 원으로 전월 대비 14.1%(3조5554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7.9%에 불과했다. 은행 대출이 막힌 가계가 제2금융권 대출을 크게 늘렸음을 뜻한다.

비은행 가계대출 증가세는 올해 1월 들어 10%대로 올라서며 가팔라졌다. 특히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한 2월부터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가계는 줄어들었으나,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전해 대출 규제가 큰 성과가 없었다.

대출 문턱을 높인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지난 2월 도입되었으나, 오히려 빚이 더 늘어나는 풍선 효과만 나타난 셈이다.

제2금융권 대출금리는 제1금융권보다 높다. 그만큼 가계의 부담은 더 커진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 증가는 가계소득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총 가계대출 규모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한국 경제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적신호다.

올해 상반기 가계·기업 등이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대부업체 제외)에서 빌린 돈은 671조6752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5%(34조8909억 원) 늘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3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이처럼 가계의 대출 의존도가 커지는 이유로 장기간 지속된 경기 침체 해결을 위해 내놓은 처방이 유동성 함정이라는 덫에 걸린 것 때문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달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958조9937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단기 부동자금이 95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은이 시중에 자금을 풀어도, 기업이 이를 투자에 쓰지 않으니 가계도 자연히 소비를 늘리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결국 가계는 지속적으로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그만큼 가계는 더 큰 빚에 허덕이면서 실물 경제를 옥죄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우려할 만한 수치다. 국제결제은행(BIS)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보다 4%포인트 증가한 88.4%였다. 비교 대상 18개 신흥국 중 1위다. 1년 새 증가폭도 신흥국 중 1위다. 태국(71.6%), 말레이시아(71%), 홍콩(67.1%)이 한국의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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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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