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올해만 3조5천억↑…금리인하로 더 늘듯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매매가 대비 75% 돌파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은행권의 전세대출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난이 전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가 기준금리까지 인하했기 때문에 전세대출 증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원금을 당장 갚아나갈 필요없이 이자만 지급해도 되기 때문에 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대은행의 전세대출(기금을 제외한 은행계정)은 올해 1~5월에만 3조4천974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전세난이 심화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2조248억원)에 견줘 1조4천726억원(72%)이 증가한 것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조2천221억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국민은행(7천313억원), 농협은행(6천713억원), 신한은행(5천767억원), KEB하나은행(3천30억원) 순으로 순증했다.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이 전세자금 대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전셋값은 작년 5월 1억7천256만원에서 올해 5월 2억136만원으로 1년 만에 2천880만원(16.7%) 올랐다.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은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3억4천111만원에서 4억676만원으로 6천565만원(19.2%)이 뛰었다.

전세가는 이미 매매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지난달 처음으로 75%를 돌파했다.

성북구(84.3%), 성동구(81.0%), 구로구(81.2%), 중구(80.1%), 동작구(80.0%) 등 5개 구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었다.

유례없는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서울 인구는 28년 만에 1천만 시대를 마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경기 등지로 전출해 작성한 전입신고서의 전입 사유는 주택문제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최근 주택경기가 둔화하고 전세 대란이 계속됨에 따라 순유출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전세난이 해갈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데다가 기준금리 인하로 촉발된 은행권 대출 금리 인하로 전셋값 조달비용이 싸지면서 전세대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작년 6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자, 6대 은행의 전세대출은 비수기였던 7~8월 두 달 동안 1조원 넘게 급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의 정희수 팀장은 "전셋값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인 데다가 전세대출은 원리금을 갚는 게 아니라 이자만 갚아도 되는 거치식, 변동금리 구조여서 기준금리 인하로 전세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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