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폭탄 돌리기, 뇌관은 '집단 대출'?

건설사만 유리한 제도…현 정부 규제 완화가 위험 키워

최근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집단 대출이 가계 부채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

건설사에게만 유리한 선분양-집단 대출

'아파트 중도금 대출'로 불리는 집단 대출은, 한국 고유의 선분양 제도와 맞물려 있다. 집을 다 짓기 전에 입주자에게 분양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 등 명목으로 집값의 80% 가량을 입주자가 미리 내게끔 하는 게 선분양 제도다.

입주자가 집 소유권을 넘겨받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은행은 담보 없이 대출해준다. 그게 집단 대출이다. 은행 입장에선 돈을 떼일 위험을 안는다. 완공된 집이 아니라 모델 하우스만 보고 구매 결정을 하는 입주자 역시 께름칙하다. 선분양 제도와 집단 대출은 오로지 건설사에게만 유리한 방식이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등 경제 상황이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다. 은행은 대비 없이 돈을 떼일 수 있다. 이 경우, 은행은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돈줄을 죈다. 경기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다.

주택 담보 대출 증가액 가운데 집단 대출 비중이 절반 넘어서

29일 한국은행 금융 시장 동향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은행권 주택 담보 대출 증가액은 9조6000억 원(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인데, 이 가운데 집단 대출 증가액(5조2000억 원)이 53.6%를 차지했다.

주택 담보 대출 증가액 가운데 집단 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중이 확대되는 속도 역시 가파르다. 지난 2014년에는 주택 담보 대출 증가액 가운데 집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했다. 이 수치가 지난해에는 12.5%로 늘어나더니, 올해 1분기에는 절반을 넘었다.

박근혜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 조치 탓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신규 분양 물량이 대폭 늘어난 것.

가계 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자, 대출 시 소득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이 지난 2월 수도권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집단 대출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결국 집단 대출 비중만 늘어났다. 가계 부채 문제가 더 악성이 됐다는 뜻이다.

금감원 "집단 대출 증가세 안정화될 것"과연 그럴까?

금융 당국 역시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그러나 큰 걱정거리는 아니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최근 가계 부채 동향 및 향후 관리 방향>에는, "분양 예정 물량이 올해 하반기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집단 대출 증가세도 점차 안정화할 것"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부동산 114' 등 민간 부문의 전망은 이와 다르다. 신규 분양은 올해 내내 증가하리라는 게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집단 대출 비중은 계속 늘어난다.

설령 집단 대출 비중이 더 늘어나지 않아도, 집단 대출 만기가 돌아왔을 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은행권 부실이 급증할 수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학교 교수) 등 한국 경제의 위기 징후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집단 대출 증가 흐름을 유심히 살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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