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 20년 키운 어미도 못 알아보겠더라"

[전문] 구의역 '열아홉 비정규직 사망' 어머니 눈물의 호소문

"아들에게 책임감 있고 정직하게 살라고 했는데, 그게 가슴을 찢어놓습니다. 그러지 말걸 그랬어요. 그랬더라면 그런 일을 하지도, 그리고 시키는 대로 그렇게 일을 하지 않았을 텐데... 사흘을 못 봤는데 아들이 미친 듯이 보고 싶어요."

자식을 잃은 어미는 오열하고 또 오열했다. 얼마나 흘러야 그 눈물이 멈출 수 있을까. 지난 28일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던 김모(19) 씨가 역내로 들어오는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김모 씨의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죽음을 두고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자책했다.

3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지하철노동조합 등이 주최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원인규명과 대책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씨의 어머니는 검은 상복을 입고 있었다. 울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기에 용기를 내서 나왔다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김 씨 어머니는 약 10여 분 동안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몇 차례 가슴을 부여잡으며 오열했다. 아직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 탓도 했다. 기자들에게 진상규명이 될 수 있도록 읍소하기도 했다. 아래 김 씨 어머니가 말한 내용 전문을 싣는다.


▲ 김 씨 어머니는 언론에 모자이크 처리를 부탁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울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 나왔습니다"


울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 용기내서 나왔습니다. 큰 아들 말고 동생이 있습니다. 그 아이가 상처로 인해 다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저희가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뭐가 필요할까요? 다 필요 없습니다. 살아서 제 곁으로 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볼 수 없는 우리 아들을 살려주세요.(울음) 저는 지금도 우리 아들이 온몸이 부서져서 차가운 안치실에 누워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회사는 지킬 수도 없는 규칙을 만들어놓고, 우리 아이의 과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너무너무 억울합니다. 서울메트로 설비처장이라는 사람이 우리를 찾아와서 (출동) 보고를 안 한 우리 아이의 과실이라고 했습니다. 전자운영실에 보고를 안 하고 작업하면 전철이 평소 속도로 달려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규정을 어겨가며 혼자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 겨우 스무 살입니다.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것이라고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니며, 배운 대로, 그리고 시킨 대로 일한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규정을 어겨서 개죽음을 당했다니요? 간절히 부탁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힘없는 우리로서는 여론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아들의 원통함을 풀고 보낼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요.

죽은 아들을 봤습니다. 머리털이 피에 붙어...(울음) 20년을 키운 어미가 아이를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처참한 모습이...(울음) 우리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길을 지나갈 때, 뒤통수만 봐도 우리 아들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데, 아무리 봐도...(울음) 뒤통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가 아니라고, 절대 우리 아이가 아니라고 믿고 싶었는데. 짙은 눈썹과 벗어놓은 옷가지를 보니, 우리 아이가 입고 나간 옷이 맞았습니다... (울음)


"더는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런 아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니 더는 살아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 아이가 죽고 나도 이미 죽었습니다. 이제는 눈을 감으면 사랑스러운 아들 모습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처참한 사고 후 아들 모습만 떠오릅니다. 제 심장의 두근거림이 저 지하철 소리처럼 쿵쾅거립니다. 혼자 얼마나 무서웠고 두려웠을까요? 3초만 늦게 문이 닫혔다면, 제가 그 따뜻한 손을 부빌 수 있었을텐데...(울음)

저의 남은 인생은 숨을 쉬고 있지만 제가 살아있는 게 아닌 삶을 살듯 합니다. 그래도 제가 부모로서, 지금 상황에 우리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우리 아이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밖에 없습니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살아서 돌아올 수 없다면,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것만은 밝히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억울하게 보낼 수는 없습니다.


아직 빈소도 마련하지 못하고, 차가운 곳에 있습니다. 제발 우리 아이를 떳떳하게 보내게 도와 주십시요. 힘도 기댈 곳도 없어 기자들에게 이렇게 읍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우리 아이 팔다리가 끊어졌다면 내가 팔다리가 되어 살아가면 될 듯합니다. 하지만 지금 어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에게 늘 책임감 강하고, 떳떳하고 반듯하라고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둘째 아이는 절대 그렇게 키우지 않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책임감 강하고 지시 잘 지키는 사람이 개죽음당하는 사회입니다. 그 어린나이에 죽은, 산산조각 난 아이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개죽음 당했다고 합니다. 첫째를 그렇게 잃었는데 둘째도 그렇게 잃을 수 없습니다. (울음) 첫째를 미친 듯이 그렇게 키운 게 후회가 됩니다.

"백 몇 만원 월급에도 100만 원 적금 붓던 아들"

우리 아이는 속 깊고 착한 아이였습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대학을 포기하고 누가 공고를 가서 돈 벌어오라고 하겠습니까. 장남이라는 책임감에 스스로 공고를 선택했습니다. 빨리 취업을 해서 부모님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대학은 나중에 돈을 벌어 간다고 했습니다. 그때 말렸으면...(울음)

ⓒ프레시안(허환주)
그렇게 취업을 하고 나서도 한 달에 백몇만 원 받는 적은 월급에서도 매달 100만 원씩 적금을 부었고 동생 용돈도 줬습니다. 끼니를 걸러가며 말입니다. 하지만 하는 일에 대해서는 부모가 걱정할까 내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종일 끼니도 걸러가며 일했다고 우리에게 이야기했다면 우리는 당장 그만두라고 했을 겁니다. 그 백몇만 원이 뭐라고....(울음) 자기가 장남이고 책임감이 강한 게 문제였습니다. 부모에게 말하면 걱정하고 그만두라고 할테니 이야기를 안 한 듯합니다. 자기가 더 참으면 공기업 직원이 되리라 믿고 참은 듯합니다. 우리가 아이를 책임감 없는 아이로 키웠다면, 술이나 마시는 아이였다면, 차라리 그런 아이였다면 내 곁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상사 지시대로 고분고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게 너무나 후회됩니다. 왜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을까요....(울음) 지금 그런 게 모두 다 후회스럽고 한이 됩니다

죽은 당일 날도 종일 굶어가며, 시키는 대로, 쫓겨 다니며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잘못해서 죽은 거라니..(울음) 불쌍하고 억울하고 원통합니다. 아이 유품인 갈색 가방을 병원에서 받았습니다. 아이 가방은 학교 다닐 때 검사한다고 열어본 이후 처음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왜 거기에 사발면이 들어있나요? 여러 가지 공구들 사이에는 숟가락도 들어있었습니다. 비닐에 싸여있는 것도 아니고...(울음) 그 사발면 용도는 한 끼도 못 먹었으니 그거라도 먹으려고 했던 거였습니다. 우리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규정을 어겼다고 하는데 무슨 규정을 어겨가면서 무슨 일을 했나요? 시킨 것은 저들인데 규정을 어겼다고 해요.

"제발 억울함을 꼭 풀어주세요"

기자님들, 제발 우리 아이의 억울함을 꼭 밝혀주세요. 한창 멋 부리고 여자친구 사귈 나이입니다. 이렇게 원통하게 보낼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의 원통함을 호소하는 지금도 지하철은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 죽을 수 있습니다. 정말 엄마로서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합니다. 다른 거 다 필요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아이가 살아올 수는 없습니다.

삼일을 못 봤는데, 너무 보고 싶습니다. 군대 간 거라고, 유학 간 거라고 살라고 합니다. 저는 평생 아이를 볼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만 죽이는 게 아닙니다. 이 진실을 제발 알아주고, 우리 아이의 원통함을 풀어주세요. 우리 아이 차가운 데서 꺼내주길 바란다. 정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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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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