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사망 사고' 19세 직원 가방엔 컵라면이…

서울메트로 하청 노동자,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하다 사망

서울 지하철2호선 승강장에서 작업 중이던 용역업체 직원 김모(19) 씨가 열차와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던 사람이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건 2013년 1월(성수역), 2015년 8월(강남역)에 이어 세 번째다. 똑같은 패턴의 사고가 반복됐지만 작업 수칙(매뉴얼)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 광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외주 업체인 은성 PSD 소속인 김 씨(19)는 28일 오후 4시 59분 '열차 진입 중에 스크린도어가 열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김 씨는 이후 5시 50분쯤 구의역 역무실에 도착, '작업을 하겠다'고 보고한 뒤 혼자서 고장 난 스크린도어 문을 열고 들어가 선로 쪽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선로를 등지고 작업하던 김 씨는 작업 시작 2분 만에 승강장으로 들어오던 2350호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구의역 역무원들은 작업수칙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는커녕 스크린도어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모 씨의 작업 과정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 더구나 당시 김 씨는 작업 매뉴얼 중 2인 1조 작업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날 사고는 9개월 전인 지난해 8월 29일 2호선 강남역에서 발생한 사고와 유사하다. 당시 스크린도어 수리 외주 업체 조 모(28) 씨는 혼자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고치기 위해 스크린도어 안쪽, 즉 김 씨와 똑같이 선로에서 작업하다가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당한 김 씨 어머니는 "인원이 적은데 수리 갈 곳은 계속 나오니까 아들이 밥도 잘 못 먹는다고 얘기했다. 근무시간이 넘게 근무한 적도 많았다"고 전했다. 김 씨 아버지도 "아들이 밥 시켜놓고, 출동 떨어져 못 먹는 경우도 많았다고 얘기했었다"며 "사고 당일에도 종일 굶을까봐 컵라면을 싸가지고 다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사고 당시 김 씨가 소지한 가방에는 니퍼와 드라이버 등 작업공구와 필기도구 그리고 스테인리스 숟가락과 일회용 나무젓가락, 컵라면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 또 서울메트로와 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안전수칙 준수와 과실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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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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