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라' 방송, 청해진 해운 지시" 폭로

[청문회] 선원 간 엇갈리는 진술...거짓말쟁이는 누구?

세월호 '선내 대기 방송'을 한 장본인인 전 세월호 여객부 직원 강혜성 씨가 "선내 대기 방송은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지시였다"고 폭로했다. 강 씨 진술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해진해운에 대한 추가 수사와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 씨는 28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열린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사(청해진해운)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다.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리라'고 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이날 당시 무전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선내 대기 방송이 선사의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2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세월호 특조위 제2차 청문회 첫날 모습. ⓒ연합뉴스

"9시 26분경 박지영(여객부 직원)이 양대홍(여객부 사무장)에게서 무전이 왔다고 저에게 무전기를 건넸습니다. 그 때 양대홍이 'CC'라고 이야기했습니다. CC는 '채널체인지(Channel Change)'의 줄임말로, 채널을 5번으로 바꾸라는 의미입니다. 5번 채널로 바꿔서 양 사무장과 교신을 했고, 양 사무장이 저에게 '나는 지금 조타실인데 10분 후에 해경이 올 거야. 구명조끼 입혀. 선사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어.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려'라는 말을 했습니다."

강 씨는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본인의 판단과 사무장 고(故) 양대홍 여객부 사무장의 판단으로 선내 대기 방송을 했다고 진술해왔다. 그러나 특조위 마지막 조사에서 조사관에게 털어놓았다고 했다.

그는 "유가족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고, 조사를 받으면서 조사관분이 저에게 윽박지르는 것 없이 인간적으로 대해주셔서 마음이 움직여서 사실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권영빈 상임위원이 사실이냐고 거듭 묻자, 강 씨는 "그렇게 전달받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특조위

선장-항해사도 선사 통화 후 "선내 대기"

선장과 항해사 등 간부급 선원 역시 청해진해운과 통화한 직후 '선내 대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준기 전 세월호 조타수는 강원식 전 일등 항해사가 선사 사무실 직원과 통화한 이후 다른 조타실 선원들에게 "해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고, 다른 직원들 또한 이에 수긍했다고 밝혔다. 조 전 조타수는 강혜성 씨와 마찬가지로, 청문회에 앞서 특조위 조사 과정에서 먼저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선사와 통화한 직후. 강원식이 해경이 오기 전까지 선내 대기하자고 하니까 박경남(조타수)도 거들고 그랬습니다. 둘라에이스호도 계속 여기 있을 것이고 형사들을 중심으로 해경이 오면 안전하게 구조하자고 조타실에서 의견을 모았습니다. 배는 상명하복이 강해서 산사의 지시를 받은 것 같은 1항사가 해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이 명령처럼 느껴졌고 실제로 명령조로 이야기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조타실 선원들도 해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명령을 선사의 명령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날 함께 증인으로 나온 일이등 항해사 강원식, 김영호 씨 등은 조 씨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강원식 씨는 "(조타실에서) 의견을 교류한 적이 없다"면서, 선사 사무실 직원과의 통화 내용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씨 역시 "금시초문"이라며, "강원식 씨가 선내 대기하라고 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세월호 특조위

이 외에도 여객부 직원과 조타실 선원 간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 여러 차례 나왔다.

여객부였던 강혜성 씨는 배가 기울자 승객 조치 관련 5회에서 7회가량 조타실에 무전을 했으나, 아무 응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준기 조타수는 "이항사(김영호)가 대답을 한 거로 기억하는데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이등 항해사인 김영호 씨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며 누군가 들었다면 저에게 이야기했을 것이라며 강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서중 특조위원은 "여러분 중 누군가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위증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청문회장에 들어오는 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 ⓒ연합뉴스

유경근 "거짓말 드러나...특검해야"

세월호 특조위의 2차 청문회 첫날은 이준석 선장의 증언 번복과 청해진해운 선내 대기 방송 지시 폭로 등 숱한 파문을 남기며 마무리했다.(☞관련 기사 : 세월호 이준석 "퇴선 지시 내렸다" 진술 번복 파문)

질의가 끝난 후,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유가족 대표 "청문회를 통해 해경과 해수부가 제시한 증거들이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가 선사의 지시라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며 "특조위가 밝힌 내용을 바탕으로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장 바깥에서 피켓 시위 중인 시민들. ⓒ프레시안(서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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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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