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앞두고 초등 교과서 '친일·독재 미화' 논란

'1948년 건국론'이 교과서에?…박정희 기술엔 '국민 저항' 삭제돼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6학년들이 배우게 될 사회(역사) 국정교과서가 3.1절을 앞두고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3.1절을 하루 앞둔 29일, 역사교육연대회의(연대회의)는 서울 NPO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완성본을 분석한 결과 편향적인 서술이 31건, 비문이거나 부적절한 표현이 93건에 달하는 등 총 124건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완성본 교과서는 우려됐던 국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며 "현대사 부분은 뉴라이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박정희 정권에 대해선 편향적으로 서술했다"고 주장했다. 당장 3월 2일부터 초등학생들은 이 교과서로 학습하게 된다.

연대회의에 따르면 '대한민국 수립' 시점과 관련한 단원 제목인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서 '정부'가 빠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됐다. 이는 지난해부터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중고교 역사 국정 교과서에서도 쟁점이 됐던 부분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관련해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등장이 기점이 된 1919년 대한민국 수립을, 남한에 합법적 정부가 들어선 시점인 1948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꾸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1948년 건국론은 뉴라이트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또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부각시켰지만, 군사 독재, 인권 탄압 부분에 대한 서술은 줄어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연대회의는 "사진 설명까지 합치면 이승만은 14번, 박정희는 12번 언급하고 있다"며 "조선 후기나 근대에 비해 현대사 서술 분량이 적은 걸 감안하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언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6·25 전쟁에선 민간인 희생에 대한 서술이 축소됐고, 경제성장·새마을운동은 성과로 부각시켰다"며 "심지어 5·16과 유신 대목에서도 '장기집권'이라고 표현했을 뿐, '독재'란 표현이 없다"고 주장했다.

2014년 나온 실험본과 비교하면, "1972년 박정희 정부는 통일을 준비한다는 구실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유신 헌법을 통과시켰다. 국민의 자유가 크게 제한받게 되자 유신 헌법에 반대하는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났다"고 돼 있던 실험본 기술이, 완성본에서 "박정희 정부는 국가 안보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헌법을 고쳤다"는 기술로 바뀌어 있다. '국민의 자유가 크게 제한반았다'는 내용이 빠진 것이다.

급속한 경제 성장 과정에서의 '빈부 격차'란 표현도 사라졌고, 그 주역이 된 '노동자'의 역할 관련 기술도 빠졌다고 연대회의는 주장했다. 최근 논란이 된 '위안부' 표현 삭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관련기사 : "올해 초등 교과서에 위안부 단어·사진 삭제")

연대회의는 "이번 초등 교과서는 박근혜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한 이후 처음 발행되는 국정교과서"라며 "박정희 정권에 대한 우호적·편향적 서술이 눈에 띄게 나타나, 권력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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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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