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위, 해경 시찰 핑계 여수-순천 '관광' 워크숍

[단독] 예상 비용 최대 1600만 원, 함정 견학-홍보 영상물 관람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안전사회소위원회 조사관과 전문·자문위원이 1박2일 워크숍 일정 중 피조사기관인 해양경비안전본부(전 해양경찰청)를 방문해 논란이 예상된다. 해경 훈련 과정을 시찰한다는 이유지만, 특조위가 해경 고위 간부의 특별검사 수사를 국회에 요청하기로 한 와중에 부적절한 행동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워크숍을 책임‧주도한 이들이 파견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워크숍을 진행한 부서 담당 과장, 그리고 담당 팀장은 각각 국민안전처와 해경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이다. (☞관련 기사 : [카드 뉴스] "세월호 안에 <내부자들> 있다")

세월호 특조위와 4.16연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해보면 특조위 관계자들은 17~18일 양일간 전라남도 여수에 있는 해경 산하 해경교육원을 방문한다. 핵심 과제 중간 피드백 및 애로사항 공유, 현장 점검 등이 이유다.

이번 워크숍에는 세월호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회 안전사회과장, 대응안전팀장을 비롯해서, 재난 대응 전문가 등 총 30여 명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숍 총 비용은 800만 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용은 교통비, 숙박비, 식비, 다과비 등에 사용된다.

ⓒ프레시안(최형락)

해경교육원장 접견하고, 홍보 영상물도 관람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재난에 대한 육상, 해상, 정부의 대응 방안 세미나와 해경교육원 종합훈련센터에서 해경 훈련 모습과 훈련장을 살펴보는 것 등으로 나뉘어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해경교육원장 접견, 해경 홍보 영상물 관람 등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경 함정 견학과 돌산공원, 순천만 관광 등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번 워크숍을 두고 주최 측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이라는 핵심 과제의 완성도 제고를 위해 그간 전문가 그룹별 진행 사항을 중간 점검하고 주요 성과를 도출하고 추진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또 해경교육원 방문을 두고는 "해양 재난 대응 시스템 이해도 향상을 위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외부 시선이 얼마나 엄중한지 인식해야"

하지만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전남 여수까지 가서 세미나를 진행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쓸 필요 없는 교통비‧숙박비가 사용됐다.

세미나 참석 수당도 문제다. 이번 워크숍에는 800만 원 가량 비용이 소요된다지만 적잖은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세미나 참석 수당 및 발제 수당은 사후 정산하기로 했기 때문.

정부나 공사 등에서 통상 외부 위원들과 회의 등을 진행할 경우 2시간에 15~20만 원의 참석 수당을 지급한다. 1박2일 워크숍 동안 약 4시간 동안 세미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명이 세미나에 참석할 경우 대략 600~800만 원이 추가 비용으로 소요된다. 여기에 발제자에게는 추가로 발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1박2일 워크숍에 약 1400~1600만 원 가까운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안전사회소위원회에 책정된 예산이 1억4000여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1박2일 워크숍으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비용을 사용하는 셈이다. 특조위 외부에서 '세금 먹는 하마'라고 특조위를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특조위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수도 있다.

해경연수원을 방문해 해경 훈련을 체험‧체크하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보여주기식 훈련에 동원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해경에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들로만 채워질 수 있다는 것. 프로그램에는 홍보 영상 시청, 해경교육원장과의 접견도 준비돼 있다.

이번 워크숍을 두고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은 "해경 구조 활동 훈련 등을 관찰하는 게 의미 없다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특조위가 지닌 특수한 위치를 고려해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특조위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김 소장은 "피조사 기관을 방문하는 것은 워크숍으로 할 게 아니라 현장 조사로 하는 게 더 적절하다. 피조사 기관을 조사하는 형식을 갖추면 된다"면서 "외부 시선이 얼마나 엄중한지 인식한다면 (워크숍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안전사회소위원장 "어떻게 훈련 받는지 실태 파악 하기 위한 것"

한편, 박종운 세월호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장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해경연수원 방문을 두고 "전문위원들이 세월호 이후 해경 훈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하고 살펴보기 위해 간 것"이라며 "내부 논의 과정을 거쳐서 진행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워크숍 형태가 아닌 현장 조사, 즉 직권 조사 형태로 해경연수원을 방문하는 것을 두고도 "우리가 암행어사처럼 마패, 즉 조사권을 들고 현장에 가면 모두 해결될 거로 알지만 그렇지 않다"며 "순간 방어막을 펼치면서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의 목적은 교육 시설이 어떻게 돼 있는지, 훈련은 어떻게 받는지 실태 파악 하는 것"이라며 "만약 이를 보여주지 않으면 여러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만, 아무 방해 요소도 없는 상황에서 갑을관계 조사관으로 들어가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협조를 구하면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비용 관련해서도 "정해진 범위 내에서 사용한 것"이라며 "전문위원이 많이 가는 이유는 어떤 방안을 내놓으면 이를 확인하고 검토하는 전문가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월호 구조 당시 해경의 늑장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문제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진상 규명이 명확히 되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해경의 구조 작업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도 해경 간부들을 대상으로 특검을 요구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특조위, 김석균 전 청장 등 해경 지휘부 특검 요청)

이런 가운데 국민안전처와 해경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 주도하에 특조위 조사관과 전문위원들이 워크숍 형태로 해경 기관을 방문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일 수밖에 없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워크숍"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본지는 지난 2월 18일자 및 19일자 사회면에 "세월호 특위, 해경 시찰 핑계 여수-순천 '관광' 워크숍" 제하의 기사 등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파견공무원들이 주도하여 관광성 워크숍을 진행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해당 워크숍은 관광 일정 없이 진행되었고, 사전에 보고 및 회의 등 내부 논의를 통해 시행되었던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실제 집행 경비는 외부 전문가 수당을 포함하여 약 800만 원이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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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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