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자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벌크 캐시' 아니라던 정부, 말 바꿔 "규정하기 어려워"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금강산 관광 대가로 북한에 들어가는 자금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홍 장관은 금강산 관광 대가로 북한에 들어가는 자금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서 금지하고 있는 벌크 캐시(Bulk cash·대량 현금)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문제가 논의될 시점에 가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 제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도움이 되는 벌크 캐시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부분이 있다"면서 "어떤 것이 벌크 캐시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실제로 들어가는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WMD에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장관은 "그런 차원에서 금강산 관광 대가가 지금 현 시점에서 벌크 캐시다, 아니다 라고 규정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15일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 역시 이와 유사한 언급을 한 바 있다. 조 대변인은 "안보리 제재 결의는 기본적으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과 활동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금강산 관광 사업의 경우에도 이러한 안보리 결의의 목적, 국제사회의 우려 등을 감안해서 다루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량살상무기? 현금 전달 방식? 왔다갔다 하는 '벌크 캐시' 기준

이를 두고 정부가 금강산 관광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상관관계와 관련, 기존과 다소 달라진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3월 박주선 의원실이 금강산 관광 재개로 인해 얻는 북한의 수익이 벌크 캐시를 금지하는 안보리 제재 조항과 상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관계가 없다는 식의 답변을 한 바 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통일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상 '대량현금'(bulk cash)은 은행 거래를 우회하기 위한 목적으로 불법 획득한 현금을 인편 등 수단을 통해 운반하려는 시도에 대응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명시한 것"으로서, "유엔 안보리 결의상 대량현금(bulk cash)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은행을 통한 상업적 거래와 같은 정상적인 거래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벌크 캐시를 결정하는 기준이 핵이나 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 제조에 쓰이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실제 현금이 어떻게 전달되는지와 관련돼 있다고 판단한 대목이다. 따라서 은행 계좌를 통해 수익이 전달되는 금강산 관광 대가는 벌크 캐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홍 장관의 발언과 지난 15일 외교부 대변인의 입장 표명은 전달 방식의 문제보다는 실제 자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문턱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전달방식에 있어서 금강산 관광 대가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대량살상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다'는 다른 기준점을 들고나와 금강산 관광 대가가 벌크 캐시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실제 벌크 캐시인지를 판단하는데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월급이 지급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자금은 월급으로 쓰이고 있고, 금강산에 관광 대가로 들어가는 자금은 대량살상무기 제조에 쓰인다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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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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