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의장은 10일 원내지도부 회의석상에서 공개적으로 당직 사퇴 뜻을 밝혔다. 최 의장은 "당 분열과 혼돈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며 "명료한 책임의식으로, 정치적 결단에 대한 강력한 재촉의 의미로 정책위 의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했다. 최 의장은 그러면서 "대표성과 책임성은 비례한다"고 문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문 대표의 사퇴와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해 왔다.
문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의장 등을 겨냥해 "당직을 사퇴하지 않으면서 당무를 거부할 경우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공개 경고했었다. 최 의장이 당무 복귀를 거부하면서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비주류 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내분이 '강 대 강'으로 치달으면서, 이를 중재하려는 당 내 여러 그룹들의 노력(☞관련 기사 : 문재인 '마이웨이'…당내 상황은?)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결실은 없다. 이날에는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을 대표해 김상희·윤관석·박홍근 의원 등이 문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 문 대표를 면담하고 중재안을 전달했다. 새정치연합 내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64명으로, 이 가운데 40여 명이 뜻을 모았다고 한다.
김 의원 등은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 의원들 대부분의 의견을 모았다"며 "저희가 말씀드린 (내용의) 핵심은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함께 손을 잡고 끝까지 당을 위해 헌신하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문 대표도 '안 전 대표와 끝까지 함께해야 된다'는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안 전 대표와 함께 가기 위해서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낸 중재안의 골자는 문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비대위를 구성하되,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공동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등은 구체적인 제안의 내용에 대해 세세히 밝히지는 않고 "(제안 내용이) 이미 언론에 공개된 걸로 알고 있고, 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드렸다"(박홍근 의원)라고만 했다. 다만 윤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것은 (제안 내용 가운데) 없다"고 전했다.
문 대표 쪽의 분위기는 일단 긍정적이다.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동 비대위원장 안(案)을 안 전 대표가 받는다면 문 대표도 받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안 대표의 생각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선결하고 이런 얘기가 오가는 것이 맞다"면서도 "저는 시작은 그렇게 해야 된다고 본다"고 했다. 단 최 본부장은 "문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한 어떤 안이더라도 개혁적 국민, 친노(성향의 유권자) 분들의 이탈을 막을 수가 없다"며 문 대표의 2선 후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안 전 대표 쪽 관계자는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문 대표가 제안했을 때 (이 제안에는) 구체적 해법이 없었다. 지금도 박원순 시장을 뺀 형태의 비대위 성격 아니냐"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혁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구체성이 없다"면서 "당의 위기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나와야지, 자꾸 차선책으로 하다 보면 혁신에 대한 절박감과 의지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고도 했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문병호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을 실천할 수 있는 비대위라면 모를까 그냥 적당히 나눠먹기 식으로 하는 건 받을 수 없다"면서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게 지금 문 대표께서 1초도 대표직을 안 내놓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공동 비대위원장을 맡고 나서 대안이 마련되면 대표직 사퇴하겠다는 입장인데, 그것은 우리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문 의원은 "당 대표직을 계속 갖고 있으면서 비대위원장으로 변신하겠다는 것은 기득권 내려놓기가 아니다"라며 "문 대표의 사퇴가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당 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문 대표가 당을 이끄는 위치에 계속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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