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힘 빼고 다닙시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더하기와 빼기

"힘을 좀 빼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몸이 꼭 링 위에 처음 올라간 복서 같아요. 이렇게 잔뜩 힘을 줘선 제대로 펀치를 날릴 수도 없어요."

"그래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늘 목이랑 어깨가 아픈 걸까요?"

여러 이유로 찾아오신 분들을 살피다 보면,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간 상태를 자주 보게 됩니다. 관절과 근육의 통증과 같은 신체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심리적인 문제나 위장과 같은 장부의 문제 때문에 내원한 경우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가벼운 경우에는 낯선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와 같은 가벼운 긴장반응만 보이지만, 중한 경우 이런 긴장이 만성화되고 습관화 되어(개인적으로 켜켜이 쌓여 있다고 표현합니다) 어깨선이 올라가거나 척추가 틀어지는 것과 같은 체형의 변화도 발생합니다. 특히 증상이 만성화되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계신 분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런 분 중에는 본인의 몸 상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잘못된 상태이지만 그 상태가 오래되다 보니 내 몸이 본래 이렇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겉으로 드러난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더라도, 긴장이 만성화된 사람은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는 걷기와 가벼운 등산(무거운 배낭을 메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처럼 몸을 고루 움직이는 신체활동을 권합니다. 피트니스클럽이나 구기 종목처럼 기구를 이용하거나 격한 운동은 잠시 보류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몸의 움직임을 통해 무리 없이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의식적으로 불필요한 힘을 빼는 연습을 권합니다. 생존을 위해 과하게 힘을 주고 편향되게 써온 몸과 마음에서 불필요한 힘을 빼고 긴장을 푸는 것이 균형 잡힌 본래의 상태를 회복하는 과정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무엇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습관을 인식하고 멈추는 것이지요.

"'자세는 자신의 내면에서 느끼는 것이 밖으로 표현된 것이다.' (중략) 목표를 이루려고 애쓰다가 결국 그것을 포기했는데, 아무것도 애쓰지 않자 그 목표가 이루어진 경험이 있는가? 자세도 이와 비슷하다. 자세를 개선하려고 애쓰는 것을 멈추고, 그저 긴장, 습관, 생각을 풀어주면 새로운 존재 방식이 저절로 형성된다."
-<자세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리처드 브레넌 지음, 최현묵․백희숙 옮김, 물병자리 펴냄)

한의학의 기본 개념 중 하나가 마음(감정과 정신)과 기의 흐름, 그리고 신체변화의 상호 피드백입니다. 마음이 변하면 기의 흐름이 바뀌고, 이에 따라 몸이 변화하는데, 이게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역방향으로도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같은 원리로 기의 흐름에 변화를 주면 심신의 변화가 나타납니다(그래서 침을 놓는 목적을 조기치신(調氣治神)이라고 표현하지요).

대부분의 병은 우리가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지 못하게 써서 발생합니다. 이 부자연스러움이 몸과 마음, 그리고 기의 흐름에 불균형을 가져오고 이로 인해 병들지요. 이 불균형 중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세입니다. 자세는 단순히 몸을 쓰는 습관의 반영일 뿐만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것과 내가 느끼는 감정이 합해져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셜록 홈스가 아니라도 누구나 다른 이의 자세를 잘 살피면 그 사람이 평소 어떤 자세를 많이 취하는지 뿐만 아니라 어떤 성향인지도 알 수 있지요.

여하튼, 그 출발점이 어디였건 부자연스러운 자세 - 원활치 않은 기의 흐름 - 틀어진 감정과 정신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 병의 치료와 좋은 건강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건강법은 여러 기법을 통해 이 중 한 부분을 바로 잡는 것들입니다.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서 실천하는 것은 유용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힘을 빼고, 잘못된 것을 멈추고,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탕에 없다면 어떤 기법을 쓴다 한들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때론 몸과 마음을 더 틀어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기운 주춧돌을 바로 잡지 않으면 아무리 공들여 탑을 쌓아도 결국 한쪽으로 쏠리다가 쓰러져 버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평소 목과 어깨가 잘 뭉치고 허리가 자주 아프거나, 몸과 마음의 불편함이 오래되었다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번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어깨가 위로 올라가거나 한쪽으로 틀어지진 않았는지, 바르게 섰다고 섰는데 발이 한쪽으로 틀어지거나 고개가 삐딱하진 않은 지 확인하세요. 물론 얼굴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그리고 이제 눈을 감고 천천히, 깊이 숨을 들이쉬기를 반복하면서 불필요한 긴장이 풀려나가고, 몸의 각 부분이 충분히 이완되고, 관절들이 열리면서 몸이 본래대로 정렬된다고 생각한 후, 눈을 뜨고 자신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아마 조금씩 변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이와 같은 풀어내고 덜어내는 과정은 몸과 마음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효과와 함께 평소 습관처럼 행한 잘못된 행위를 의식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알고 나면 변화는 좀 더 쉬워집니다.

수학을 할 때 더하기만 알고 빼기를 못하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병을 다스리고 좋은 건강을 유지할 때도 잘 덜어내야 문제를 잘 풀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에 힘을 빼면 해답이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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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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