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준비한 단식, 영양제만큼 좋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비우면 새로워진다

"요즘 별 이유도 없이 몸이 무겁고 피곤해요. 이상 있나 싶어서 종합 검진도 받았는데 '별문제는 없고 체중이 약간 과체중이라 운동하라'는 말만 들었어요. 그런데 일주일에 3~4일은 헬스클럽에서 1~2시간씩 운동도 하고 있거든요."

진료를 하다 보면 본인 생각에 뚜렷한 이유는 없는데(정밀하게 파고들면 다 이유는 있지요) 몸에 활력이 없다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운동도 나름대로 하고 있는데 왠지 무기력하다고들 합니다. 이런 분들 맥을 살피면 뚜렷하게 어느 한 부분의 문제가 나타나기보다는 물먹은 솜처럼 전반적인 장부의 기능이 침체한 상태를 자주 보게 됩니다.

이런 경우 천천히 지난 생활을 짚어가다 보면 환자가 의식할 만한 중대한 이슈는 없지만, 일상에서 누적된 피로나 긴장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가 스스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것이지요. 이런 증상은 일상의 리듬을 조정하는 것과 함께 쳐진 장부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경락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치료합니다.

이와 함께 이런 분들에게 제가 권해드리는 것이 주말 단식입니다. 몸의 상태나 일정을 고려해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하루 동안 단식을 하는 것이지요. 여러 날을 지속하는 단식은 준비와 회복에 섬세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몸을 상하는 데서 나아가 일상에 불편함이 생길 수도 있지만, 주말 하루 정도의 단식은 부담도 적고 생활에 별 지장은 없으면서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추진치신(推陳致新)이라는 말을 합니다. 묵은 것을 몰아내어 새로운 것이 이르게 한다는 뜻으로, 우리 몸속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시킴으로써 우리 몸을 되살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고 오장육부의 기능이 왕성할 때는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만, 앞선 환자분처럼 그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된 경우에는 엔진에 때가 끼듯 몸 안에 탁한 것들이 쌓이게 되고 이것이 다시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한의학에서는 땀을 내거나(汗法) 토하게 하고(吐法) 대변과 소변을 통해 배출(下法)하는 방법을 몸에 맞게 이용해 왔는데, 단식 또한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의 하나입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위장을 쉬게 하고, 음식물을 소화하고 대사하는 데 소모해야 할 기운을 우리 몸이 자신을 스스로 회복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또한, 많은 자극으로 인해 지치고 무뎌졌던 감각을 회복하고 정신적인 명료함(때론 과민해지기도 합니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단식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KB생명 공식 블로그

주말을 이용해 단식할 때는 먼저 그 전날 오후부터 식사량을 조금씩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술, 카페인,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을 삼가고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끊어 단식을 위한 워밍업을 합니다. 그리고 하루 정도는 음식을 먹지 않고 생활하는데, 이것이 힘들다면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로 만든 주스나 허브 티를 마셔도 괜찮습니다. 갈증은 참지 말고 차갑지 않은 좋은 물을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마셔야 합니다.

집안에 가만히 있기보다는 피곤하지 않은 범위에서 일상생활을 똑같이 하고, 가벼운 체조와 스트레칭 그리고 걷기(숲길이면 더욱 좋겠지요)를 통해 기혈의 순환을 촉진하고 몸의 회복작용을 도와주면 더욱 좋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난 후 다음 날 아침은 수프나 죽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적어도 하루 동안은 단식 시작 전날 금했던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단식은 좋은 효과가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평소 영양 섭취가 과도하게 적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 어린아이나 임산부 그리고 수유 중인 여성은 삼가야 합니다. 심장이 약한 환자를 비롯해 저혈압, 빈혈, 암, 당뇨 그리고 간장과 신장에 질환이 있는 환자 또한 삼가거나 주치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관리하에 실행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몸이 좋지 않으면 몸에 좋다는 것을 먹어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물론 부족해서 병이 난 경우는 그래야겠지요. 하지만 내 안에 탁한 것이 쌓여서 몸과 마음이 무거워졌다면 이것을 비워내는 것을 우선해야 합니다. 잘 비워내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평소 몸이 무겁고 정신이 맑지 않아 고민이라면 주말을 이용해 단식해볼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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