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당일 '대통령 7시간' 따지는 게 정치적?"

[인터뷰] '대통령 7시간 조사' 신청한, 고(故) 박수현 군 아버지 박종대 씨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다시금 격랑에 휩싸였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업무에 대한 조사 개시 안건이 소위원회에서 전원위원회로 넘어가자, 19일 여당 추천 위원들이 '총사퇴' 카드를 꺼내 들며 반발했다. 그런데 이날 '반전'이 일어났다. 해양수산부가 특조위 여당 위원들에게 청와대 조사를 막으라는 사실상 '지침'을 담은 문건이 언론에 통해 공개된 것.

논란의 핵심인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 적정성 등에 관한 조사', 이른바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를 신청한 이는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 고(故)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 씨다. 수현 군이 생전 작성한 '버킷 리스트'를 대신 이뤄주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박 씨는 지난 9월 29일 피해자 가족 개인 자격으로 특조위에 조사를 신청했다.

박 씨는 '대통령의 7시간 조사 신청에 정치성이 반영돼있다'는 여당 위원들의 지적을 고스란히 돌려줬다.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대통령이 정확히 업무를 했는지를 따져 묻는 것은 국민으로서, 피해자 가족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오히려 여당 위원들이 정치적인 색깔을 덧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해수부 문건으로 불거진 정부의 특조위 개입 의혹에 대해 "짐작하고 있던 일"이라며 "아직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박 씨는 지금 특조위의 세월호 선체 조사 활동을 지켜보기 위해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에 있다. 다음은 20일 오전 박 씨와 한 전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대통령 7시간 행적 조사 못 하면 백서에라도 기록해야"

프레시안 : 지금 동거차도에 있다고 들었다.

박종대 : 특조위가 세월호 선체 조사하는 것을 보기 위해 와 있다. 특조위 분들과 희생자 가족 몇 분과 함께 어제 왔다.

프레시안 : 어제 해수부가 특조위 여당 위원들에게 사실상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특조위의 BH(청와대) 조사 관련 사항 적극 대응...필요 시 여당 추천 위원 전원 사퇴 의사 표명' 등 구체적인 대응 방침이 담겼다.

박종대 : 예견한 일이다. 놀랍지 않다. 세월호 특조위가 설립될 때부터, 그보다 앞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 때부터 정부의 방해 공작이 수도 없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정말 정부답다. 세월호 진실을 감추려는 노력이 대단하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닐 것 같다. 아직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게 더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문건 작성자가 누구인지, 누구의 지시에 의해 만든 것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고 있다.

박종대 : 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이다. 누가 보더라도 정부가 작성했을 것이 틀림없다. 이런 문건이 작성된 데에는 최고 통수권자의 의중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본다. 청와대가 더 깊게 관여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만일 해수부가 정말 결백하다면, 이렇게 침묵할 이유가 없다. 나서서 아니라고 해명하고, 고발 등 법적 조치를 내세워서 적극 대응했을 텐데, 이 사태가 됐는데도 조용하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다.

프레시안 :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를 직접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종대 : 맞다. '대통령의 7시간'이라는 말을 쓰긴 했지만, 언론 등에서 비유적으로 말하는 7시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대통령의 업무 시간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무려 304명이 희생됐다. 그렇다면 그 일과 시간에 참사에 대한 어떤 대응 업무를 했는지,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를 밝히자는 것이다. 국민으로서, 그리고 피해자 가족으로서 당연한 권리 아닌가.

프레시안 : 여당 특위 위원들은 이같은 신청 조사 내용이 진상조사와는 무관한 것이라며,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종대 : 대한민국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참사에 대한 대응을 효율적으로 지휘하지 못한 부분은 반드시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만일 대통령 본인 스스로가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한다면, 조사권이라는 이름으로 밝힐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 제기를 정치적인 부분에서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오히려 당연한 조사에 대해 정치적인 색깔을 씌우는 것은 저쪽이다.

프레시안 : 그 외 신청 내용이 무엇인가.

박종대 : 대통령의 7시간 조사 말고도 10가지 사항에 대한 조사를 신청했다. 실제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맞는지 알려달라는 것. 그리고 대통령이 4월 17일과 5월 19일 유가족과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조사에 대한 최종 결정은 전원위원회에서 내려진다. 대통령의 7시간이 조사 내용에 포함될까.

박종대 : 조사 대상인지 아닌지는 특조위가 판단할 부분이다. 그러나 내가 쓴 조사 신청서가 요건에 부합했다면, 결격 사유가 없다면, 당연히 조사가 돼야 한다. 조사 개시될 거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1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조위에 대한 해양수산부의 영향력 행사 논란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의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수부 지침 받는 여당 특조위원들, 차라리 사퇴해라"

프레시안 : 현재 나오는 의혹대로 특조위 여당 위원들이 지금껏 해수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면, 앞으로도 조직적으로 특조위 활동에 제동 걸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박종대 : 지금까지도 그러했듯, 앞으로도 방해 공작은 많을 것이다. 어차피 조사 기간이란 건 한정이 됐다. 그래서 조사 개시를 한다 해도 제대로 조사가 될지 안 될지 모른다. 만일 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백서에라도 정확히 써줬으면 좋겠다.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의 노골적인 방해 공작 때문에 조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 정권 끝나고 난 뒤에 다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프레시안 : 여당 위원들이 어제,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 조사 시 "총사퇴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종대 : 여당 위원들, 사퇴 엄포만 놓지 말고 정말로 사퇴했으면 좋겠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조사를 하기 위한 기관이지, 벌어지는 일을 대통령이나 정부 기관에 보고하는 곳이 아니다. 이렇게 기관 운영 목적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계속 독립성을 훼손할 거라면, 열심히 하는 사람들 발목 잡지 말고 빨리 손 털고 나갔으면 한다. 어차피 국회에서 다시 선임하겠지만, 사퇴에 대한 뜻이 확고하다면 명확히 밝히기를 바란다.

프레시안 : 앞으로 또 조사 신청을 할 계획이 있나.

박종대 : 지금까지 제가 개인적으로 넣은 건만 23건이다. 그리고 4.16 가족협의회 등 유가족 단체에서 넣은 게 100여 건이다. 앞으로도 많이 낼 것이다. 가족협의회가 낸 것과 겹치지 않는 내용 중 제가 개인 자격으로 낼 것은, 이전에 낸 것 포함해서 100건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는 준비해놓았고 제출만 하면 된다.

프레시안 : 현재 특조위 업무가 굉장히 많다. 선체 조사, 신청 조사 처리 등. 게다가 12월에는 청문회 일정도 잡혀 있다. 앞으로 특조위 활동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박종대 : 특조위가 여러 활동을 개시했는데, 예산이라든가 활동 기한 문제는 국회에서 막혀 있고, 또 해수부 사례서 보듯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보니 효율적인 활동을 하지는 못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특조위에 계신 분들이 분발해서 원래 가야 할 길을 찾고 살아 남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조사 신청서 냈던 부분들, 청와대 책임 여부, 국정원과 세월호 참사 관련성 여부, 해경의 구조 실패 부분 등에 대해선 많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12월 청문회에서 특히 해경 관련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종지부를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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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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