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불평등, 샌더스가 답이다!

[박영철-전희경의 국제 경제 읽기] 대통령과 불평등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소득 불평등이 경제 정책 공약의 꽃이 될 것인가?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일은 2016년 11월 8일(화요일)이다. 아직도 만 14개월이 남았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의 본격적인 유세는 9월 초의 노동절에 시작하며, 예비 선거(오픈 프라이머리)와 당원 대회(코커스)의 첫 관문은 2016년 2월에 각각 뉴햄프셔와 아이오와 주에서 시작한다.

앞으로 선거 판도에 치열한 공방과 예측 불가능한 우여곡절이 발생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초기 선거 유세에 기초한 판세 진단이나 정책 분석은 특별히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 초기 유세는 전과는 판이한 몇 개의 특징을 보여 국민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첫째, 미국 언론 대부분은 2016년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의 부시와 민주당의 클린턴 두 명문가의 "재미없는" 결투가 될 것으로 예고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선거 자금을 모으는 '큰 돈'의 수혜자가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단정했다. 그런데 현재 유세 초반의 판도는 이런 예측을 크게 빗나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소위 '명문가 정치인'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고, '얼굴 없는 슈퍼 팩(Super PAC(Political Action Committee), 미국에서 정치 자금을 지원하는 외곽 후원 단체)'의 위력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라고 사설을 통해 분석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 두 후보가 본선에서 만날 가능성은 아직도 살아 있다.

둘째, 현재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공화당 후보들이 놀랍게도 한 번도 공직에 선출된 경험이 전혀 없는 소위 '아웃사이더'들이다. 압도적인 30% 안팎의 지지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부동산 대부 도널드 트럼프를 선두로, 뇌 수술 전문의 벤 카슨과 전 휴렛팩커드 최고 경영자 칼리 피오리나 등 세 후보의 합산 지지율이 52%를 넘는다.

반면, 전 주지사 출신인 잽 부시와 스캇 워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등은 각각 5~7% 선에 머물고 있다. 미국 언론은 이 현상을 미국 정치계와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과 불신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국민의 가장 낮은 신뢰(15% 정도)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아웃사이더의 지배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단정을 못하고 있다.

셋째, 전과는 달리 이번 선거의 초기 유세 중에 굵직한 현안이 일찍부터 부각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특히 소득 불평등 문제가 이번 대선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이 '이번 대통령 유세에서 공화당의 경제 정책 공약이 사라졌다'고 질타한 이후 9월 8일 부시 후보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서커스 같은 유세를 한다는 비난을 듣는 트럼프 후보는 평소 소신인 '부자 증세' 필요성을 제시하여 폴 크루그먼의 칭찬을 받는 희한한 촌극도 발생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 후보들은 경제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진지한 실행 프로그램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평소 구체적인 경제 정책에는 거리를 두고 있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마저 주주의 이윤 추구가 지상 목표인 월 스트리트의 '분기 자본주의' 개혁을 주창하고, 사회주의라고 자칭하는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소위 '억만 장자' 때리기와 '중산층 구하기'를 핵심으로 하는 '정치 혁명'을 외치면서 운집한 관중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고 있다.

미국 언론은 2016년 대통령 본선에서 최종적으로 '소득 불평등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과연 그럴까?

평소 미국의 소득 불평등이 선진국에서 가장 심각한 상태라는 사실을 미국 국민이 아직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해온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인터뷰는 9월 7일부터 9월 12일까지 이루어졌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희경 : 평소 궁금히 여기던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려 합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 정책 공약이 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요?

박영철 : 정치적인 격변이 없고 판세가 매우 접전인 상황에서는 경제 정책 공약이 선진국 대통령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보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최근의 예를 들면, 2012년 미 대선에서 승리를 거의 확신하던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가 경제 현안에 대한 말실수로 패배한 극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정부 예산의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47%의 게으른 수혜자"라고 깎아 내린 대화의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 롬니의 결정적인 패인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전희경 : 한국의 경우도 생각나는군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와 '창조 경제'란 경제 정책 공약이 총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고 하던데요.

박영철 : 동의합니다. 여기서 꼭 짚고 갈 사항이 있습니다. 어느 선까지 각 당이 홍보하는 경제 정책 공약을 믿어야 하느냐? 입니다.

전희경 : 중요하지만 어려운 문제 아닌가요? 일반 국민에게 이런 책임을 물어도 되는가요? 각 당이 정직한,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놓으면 간단하지 않을까요?

박영철 : 백 번 옳으신 말씀입니다만, 정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각 당은 국민이 속아줄 정도의 거짓 공약을 해서라도 정권 창출을 하려고 합니다. 정치인에게 '그렇게 하지 마라'는 경고는 마치 신앙인에게 '기도하지 마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권 창출은 정당의 '존재 이유(레종 데트르(Raison d'Etre))'입니다. 따라서 각 당의 경제 공약의 내용과 실현성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불행히도 국민의 몫입니다. 어렵지만 국민 자신이 시민 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서 검증을 해야 합니다. 정당 스스로 진솔한 공약 검증을 해줄 가능성은 없습니다.

전희경 : 어느 나라 국민이 각 정당의 경제 정책 공약을 정확하게 비교 검증할 능력이 있을까요? 그렇게 할 수 있고 또 실제로 그런 검증을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봅니다.

박영철 : 맞는 말씀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당은 일반 국민의 심도 있는 검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 국민도 정당의 경제 정책 공약을 경제학자처럼 연구 분석 평가할 능력도 없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정당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을 간단한 공약 평가 방법이 있습니다. 다음 두 가지 사실을 알고 실행하면 됩니다.

1) 선진국 정부는 많은 경우 단기 성장 위주의 경제 공약을 시행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2) 성장보다 분배 문제를 더 중요시하고 빈곤층과 중산층의 소득 증가와 부자 증세를 공약하는 정당을 지지한다.

전희경 : 경제 공약을 검증하는 첫 번째 방법으로 정부가 외치는 단기 성장 위주의 성장 공약을 믿지 말라는 교수님의 진단은 너무 이상적인 느낌이 드는데요?

박영철 : 아닙니다. 현실적인 경제 상황에 맞춘 진지한 경제 공약 검증 방법입니다.

일반 국민이 잘 모르고 있는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 체제에서는 정부가 단기적인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방법이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진국의 경제가 초로 상태(Aging Stage)에 빠져, 잠재 성장률이 점진적인 그러나 지속적인 하락 기조에 빠져들고, 동시에 국제 경제 환경은 무한한 견제와 치열한 경쟁으로 수출 확대의 장벽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겠습니다. 경제 정책 공약의 4대 '단골 메뉴'인 국내 총생산(GDP) 잠재 성장률을 크게 뛰어넘는 실질 성장률, 국민 1인당 소득 증가, 노동 참여율 증가, 그리고 수출 확대 등을 살펴보기로 합시다.

이 네 가지 부문에서 선진국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실제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국내 시장과 국제 시장 세력이 이 중요한 경제 변수, 즉 소비 촉진, 투자 장려, 일자리 창출, 수출 증가 등 모든 변수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직접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 수도 없고, 재벌의 투자를 확대할 수도 없고, 민간 부문의 고용을 창출할 방법도 많지 않고, 20여 년 전처럼 수출 장려책을 쓸 수도 없습니다.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수많은 외생 변수에 노출되어 있어 수출 주도 단기 부양책은 큰 효과를 낼 수가 없습니다.

한국의 지난 대선 때 주목을 받았던 성장 위주의 474(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소득 4만 불) 공약이 완전히 실패한 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 최근 10여 년 유럽 국가와 일본이 온갖 통화 정책과 환율 정책을 동원해도 목표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 같은 정부 정책의 한계를 증명합니다.

결론을 말씀 드리면, 앞으로 소위 제3의 산업 혁명이 생기기 전까지는(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선진국 정부의 단기 성장 경제 정책은 성공하기가 매우 힘들 것으로 봅니다.


전희경 : 위 표를 보면,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선진국의 비관적인 전망이 눈에 띄는군요.

우선 선진국과 신흥국(BRICs), 개발도상국 모두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후 5년 (2008~2013) 동안 혹독한 경제 침체를 겪었군요. 세계 GDP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10대 선진국(BRICs를 제외한)의 연평균 성장률이 겨우 0.7%, 즉 인구 증가율보다 낮았다니 놀랍습니다. 다행히 세계 GDP의 20% 정도를 생산하는 신흥국이 이 기간 제법 높은 연평균 성장률 5.2%를 기록했군요.

박영철 : 맞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한 위 표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전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1) 세계 경제, 특히 선진국 경제의 전망을 낙관할 수 없음을 극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2014~2030년 연평균 잠재 성장률이 선진국의 경우 겨우 2.1%입니다. 주목할 것은 열 나라 모두 잠재 성장률이 2000~2007년 기간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5.4%에서 2.9%로 거의 반 토막이 납니다.

2) 지난 15년간 미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 엔진 역할을 한 신흥국, 그 중에서도 중국의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할 전망입니다. 극적인 경우가 중국입니다. GDP 성장률이 2000~2007년 기간에 연평균 10.5%였습니다. 이것이 2014~2030년 기간에는 연평균 5.0%로 반 토막이 날 것이라고 합니다.

3) 불행히도, 미래에 가장 높은 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개발도상국은 그 경제 규모가 너무 작아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전희경 : 주어진 국내외 경제 여건에서 최선의 자원 배분과 적절한 경제 정책을 수행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잠재 성장률은 그 예측이 너무 많은 변수에 좌우되므로 정확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재 성장률 수치는 큰 흐름과 추세를 보여주는데 나름대로 의미가 있죠.

박영철 : 그래서 정부가 단기와 중기 GDP 성장률 공약을 발표할 때 이 잠재 성장률을 크게 뛰어넘으면 믿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의 예를 들면, 이명박 정부가 3%대로 추정되는 잠재 성장률을 4%로 인상하여 실질 성장률 4%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한 사실은 잘 알려졌습니다.

또 최근 미국의 예를 들면 2014~2030년 기간의 연평균 잠재 성장률이 2.4%로 나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공화당의 젭 부시가 자기 재임 기간 중 연 4%의 실질 성장률을 성취한다고 공약했습니다. 공화당 열성 당원마저 고개를 흔든다고 합니다.

전희경 : 다음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교수님은 국민이 정당의 경제 공약을 검증할 두 번째 방법으로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잘할 수 있는 분야의 공약을 믿고 적극적으로 지지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박영철 : 제일 적합한 예를 들면, 대량 고용 창출과 소득 분배, 복지 향상에 관련된 정책 등 입니다. 무엇보다 쉽게 대대적인 고용을 창출하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증대 공약과 빈곤층과 중산층을 위한 소득 불평등 감소 및 복지 후생 강화, 그리고 부자 증세 및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을 목표로 하는 재정과 조세 정책 공약을 적극 지지하라는 뜻입니다.

전희경 : 국민 스스로가 각 정당의 경제 정책 공약에 대해 검증을 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민이 이 같은 책임을 지지 않으면 항상 정치인에게 속고 살게 된다고 봅니다. 그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국민의 선택이 '역계급 투표'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역 계급 투표는 빈곤층과 중산층이 부자 정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거의 100%입니다. 반대로 부자들이 부자 증세를 공약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그래서 최근 미국의 경우 어느 당 대통령 재임 기간에 1) 국민의 소득 증가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2) 국민의 소득이 얼마나 더 평등하게 분배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에 관한 훌륭한 연구 결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박영철 : 맞습니다. 아주 유익하고 흥미 있는 연구 보고서가 2008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래리 바텔스 밴더빌트 대학교 교수가 발간한 <불평등 민주주의(Unequal Democracy)>(위선주 옮김, 21세기북스 펴냄)란 책입니다. 바텔스 교수는 2008년 이후 현재까지 그 연구 결과를 꾸준히 추가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제학자와 칼럼니스트가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의 연구 중 흥미로운 연구 결과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다름 아니라, 1948~2013년과 1982~2012년 두 기간에 걸쳐 미국의 백분위(Percentile) 연평균 개인 소득 증가와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재임 기간과의 상관관계 분석입니다. 어느 백분위 소득 계층이 어느 당 대통령 임기 중 더 수혜를 보았으며 그 결과 소득 불평등이 개선되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전희경 : 일반적으로 GDP 성장 또는 개인 소득 증가와 당시의 대통령 경제 정책에 관련된 연구 보고서는 많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지난 30여 년(1960~1990)의 압축 고도 성장을 당시 정권의 업적으로 돌리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연구에 대한 찬반 논쟁도 뜨겁지만요. 바텔스 교수의 연구도 이와 같은 종류인가요?

박영철 : 아닙니다. 바텔스 교수는 연구의 초점을 개인 소득 증가가 아니라 분배에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 대상인 제2차 세계 대선 직후 현재까지(1948~2013년)의 66년 동안, 미국의 민주당은 30년간, 공화당은 36년간 백악관을 차지했습니다.


먼저 위의 차트부터 설명하겠습니다.

1) 지난 66년(1948~2013년) 동안 미국의 실질 GDP가 민주당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는 연평균 4.35% 증가하고 공화당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2.54%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 대전 종전과 베트남 전쟁 등 20여 년의 특별한 정치 경제 상황 기간을 제외하면(1970~2013년) 미국의 GDP 성장률은 양당의 대통령 재임 기간 거의 비슷했습니다.

2) 그러나 1948~2013년 기간에 개인 소득은 민주당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연평균 2% 이상 증가한 반면, 공화당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겨우 0.9% 정도 증가하여 엄청난 격차를 보입니다.

3) 더 주목할 점은 개인 백분위 소득 증가는 대통령이 어느 당 출신이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모든 경우 민주당 대통령 재임 기간에 더 크게 증가했습니다. 또 낮은 소득 백분위일수록 그 증가율이 민주당 대통령 재임 기간에 월등히 높은 추세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소득 20분위의 경우 민주당 대통령 재임 기간에 연2.16% 증가한 데 비해 공화당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겨우 0.25% 증가에 그쳤습니다.

전희경 : 위와 같은 현상이 최근 세 명의 공화당이 백악관을 장악한 1982~2012년 기간에도 나타났는지 알고 싶습니다. 특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소위 '낙수 효과 정책'이 미국을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 만들었다는 공화당의 주장이 얼마나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켰는지 알고 싶습니다.


박영철 : 매우 적절한 질문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이 기간에도 두 번째 차트에서 보듯이 가난한 소득 계층의 소득 증가가 민주당 대통령 재임 기간에 크게 상승했습니다. 바텔스 교수는 '이 기간에 가장 가난한 소득 20분위와 중산층은 민주당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각각 연 1.5%와 0.8%의 증가를 보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이 기간에 격심한 '대침체'가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훌륭한 오바마 정권의 경제 성과라고 평가합니다.

전희경 : 국민이 왜 정당의 경제 공약을 진지하게 검증해야 하는지 알겠습니다. 이번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을 드립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소득 불평등 문제가 경제 공약의 꽃이나 핵이 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 2016년 대선 후보들의 주요 경제 정책 공약. ⓒ박영철

박영철 : 바로 위 표를 보시면 민주당의 두 후보와 공화당 네 후보의 주요 경제 공약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이 공약의 상세한 내용은 선거 유세가 진행되면서 계속 더 구체화될 것입니다. [표 2]에서 읽을 수 있는 각 당의 경제 핵심 공약을 간단히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민주당 두 후보의 핵심 공약은 소득 불평등 해소 정책입니다. 물론 이 공약 내용과 시행 프로그램, 우선순위 등에 대한 상세한 비교 분석은 아직 이릅니다만, 일반적인 인식은 월 스트리트와의 정경 유착 의혹을 받는 힐러리 후보보다 정치 혁명을 부르짖는 자칭 사회주의자 샌더스 후보의 의지가 더 강하다고 봅니다.

2) 그러나 두 후보가 현재까지 제안한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민주당 공약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큰 폭의 부자 증세, 조세와 이윤 배분 등에 관한 월 스트리트 개혁,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성장보다 분배 우선의 패러다임 변화 등을 제시하는 파격적인 정책 공약 없이는 이번 대선에도 소득 불평등이 경제 공약의 꽃이 될 가능성은 약합니다.

3)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소득 불평등 문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습니다. 물론 2년여 전의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고 외친 시민운동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고 최근 예상 밖의 큰 군중을 유세장에 불러 모으는 '샌더스 현상'이 돌출하면서 공화당 후보들이 소득 불평등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입니다. 심지어 부동산 대부이며 최근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부자 증세를 주장하고 진보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그에게 칭찬을 보내는 촌극이 발생했지만, 공화당이 이번 대선에서도 '부자 정당'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전희경 : 이번 인터뷰의 총결론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영철 :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유세 초반에 소득 불평등 문제가 '샌더스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중대한 현안이 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최악의 경우라는 비아냥을 듣는 미국의 소득 불평등 해소가 차기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어느 정도 이루어질 지는 민주당의 샌더스 후보가 당선되느냐, 이것이 최대 관건이라고 봅니다. 힐러리 후보가 당선 되는 경우 소폭의 점진적인 소득 분배 개선이 가능하지만, 공화당 후보의 당선 경우에는 소득 불평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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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경

조지아서던 대학교 겸임교수로 보건 정책, 역학을 연구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경제 분석 및 산업 안전 보건, 노동 환경 정책 연구원으로 일했다. 보스톤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에서 노동 환경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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