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이번 선거전은 유난히 혼탁한 양상을 띠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자신의 정치적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내란 공범'으로 몰아가며 정치적 양극화(극단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예상되지만, 특히 보수-극우진영을 중심으로는 극단적인 이념적 주장이나 시민사회 공론장에서 퇴출돼야 할 근거 없는 음모론적 주장, 혐오론까지 횡행해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제1야당이자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의 장동혁 대표는 이 같은 분위기를 앞장서 이끈 이들 중 하나다. 장동혁 지도부의 지방선거 메시지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더 과격성을 띠었다. 각 지역에서 뛰는 후보들의 표본이 되어야 할 장 대표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졌고, SNS는 이념 공세의 장으로 변질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만 1년에 치르는 선거에서 정책 경쟁 대신 '정부 흠집 내기'에 주력한 장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꼬리표도 줄곧 떼지 못한 채 선거를 마쳤다.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장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폭발 사고를 소재로 대정부 공세를 펼쳤다.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참사에 대해 야당으로서 정부와 기업의 안전관리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이용해 "이재명에게 증시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정치적 분열을 유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시선이 폭발 사고보다 '주식'에 쏠렸다는 주장이다.
장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냈다. 정부가 "좌파 권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지방선거 이후 차별금지법 제정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논리인데, "소수자 차별을 막는다면서 다수의 정당한 목소리를 짓밟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성별·장애·병력·나이·성적지향·인종·종교 등을 이유로 모든 생활 영역에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 대표는 '다수의 정당한 목소리'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 관광객의 무질서와 위법을 비판하면 '혐중'(중국 혐오) 딱지를 붙여 감옥에 보낼 것이다. 퀴어 축제에 반대하는 종교인들에게 '차별' 딱지를 붙여 수갑을 채울지도 모른다"며 중국인 혐오, 동성애 혐오 등 낙인을 찍어 차별금지법을 폄훼했다.
스타벅스의 5.18광주민주화운동 비하 논란으로 공분이 일었을 땐, 적극적으로 스타벅스의 편에 섰다. 장 대표는 지난달 27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입틀막' 하려면 매번 들고나오는 색깔론"이라며 "이재명 재판취소 특검 반대하면 극우고, 스타벅스 마실 권리 뺏지 말라고 하면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인가"라고 발언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일베처럼" 조롱과 혐오를 방치하고, 조장하는 사이트의 폐쇄 검토 필요성을 언급했을 때는 "북한 찬양 사이트들만 누리는 표현의 자유?"라고 비꼬았다. 장 대표는 정부의 "독재"를 연신 주장하고, "주적이 누구냐고 이재명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 자유를 하나하나 박탈할 것", "커피 한 잔 내 마음대로 마시기도 힘든 나라가 될 것", "숨 쉴 자유까지 빼앗아 갈 것", "세금으로 국민의 재산을 약탈하고 기업의 이윤을 국민 배당금으로 갈취해서 대한민국을 거대한 배급 체제로 바꿔 갈 것" 등 국민의 선택권이 이재명 정부에 의해 통제될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갔다.
아울러 장 대표는 삼성전자 초기업 노조와 사측의 갈등 국면에는 '민주노총'을 끌어와 노동자를 비난했고, 북한 여자축구팀의 방남은 이념 '갈라치기' 소재로 활용했다. 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의 '칸쿤 출장 의혹'을 거론하며 성별 고정관념에 편승해 특정 여성 공무원과의 관계를 집요하게 추궁했고, 호르무즈해협에서 우리 선박 나무호가 피격당했을 땐 정부의 '신중론'을 비꼬며 '공격 주체를 왜 이란으로 특정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장 대표가 선거 막판까지 이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의도적으로 생략해 공식 석상에서 발언할 때마다 "이재명"이라고 지칭한 점도 논란거리였다. 제1야당 대표의 '대통령' 호칭 생략은 이 대통령을 대통령으로서 인정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준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대통령' 호칭을 생략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을 향해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발언"(박대출 정책위의장)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당 일각에서 장 대표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읽혔지만, 지지층 결집을 위한 장 대표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지난달 8일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는 '윤 어게인 공천' 논란을 직접 반박하고, "계엄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탄핵은 아니다", "우리 내부 분열로 탄핵을 결국 허용했다"라며 강성 지지층에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절연'을 약속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결의문에서 후퇴한 인식을 드러냈고, 선거판에 등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며 "뭉클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4월 장 대표의 '8박 10일 방미' 등과 연결 지어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선거판에 다시 소환됐다.
이 같은 장 대표의 강성 발언, 강성 행보는 오히려 국민의힘의 득표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색깔론으로 가는 건 득표에 도움이 안 되고, 시대에도 맞지 않다. 중도층한테 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고, 합리적인 보수 결집에는 더욱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장 대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커피 마실 자유를 뺏지 말라' 등 4차원적인 이야기를 하니 메시지에 전혀 공감대가 없다"며 "묻지 마 식 비판은 국민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매우 어렵다. 벽 보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는 극우적 부정선거 음모론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불복 주장까지 폈다. 평소 '개혁보수'를 자임해온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는 이같은 황 후보의 주장을 비판하기보다는 말을 얼버무리며 오히려 그에게 '보수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기까지 했다.
황 후보는 지난 2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부정선거는 팩트"라며 "저는 공안검사를 오래 했다. 해본 사람이 현장에 가서 봤는데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무조건 없다고 한다. 그러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뭐고 우리 윤석열 대통령은 뭐냐. 미친 것이냐"고 부정선거 주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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