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작심 발언'…문재인 흔들기 가세

[분석] 문재인 체제 '실패'라면, 대안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당의 혁신은 실패했다"면서 하루 간격을 두고 지도부와 혁신위원회 때리기에 나서 주목된다. 혁신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미 혁신을 "실패"로 규정한 것이다. 정치권 안에서는 "안 전 공동대표의 '발언'이 세다"라는 평이 나왔다.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표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이처럼 야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상황에서 웃는 사람은 따로 있다.

안철수 작심 발언 "혁신 실패" 문재인 흔들기에 가세

안 전 공동대표는 2일 전북대학교에서 '공정 성장을 위한 지역 균형 발전'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당의 혁신은 실패했다"면서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지금은 투사나 전사가 아닌 집권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저성장, 양극화 등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진 것은 능력 없는 박근혜 정부의 한계이지만, 더 큰 문제는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야당의 현실"이라며 "야당이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2017년 정권 교체도 어렵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안 전 공동대표는 "혁신위원회를 통해 당이 변화를 보여줬으면 하는데, 혁신안에 대해서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가 거의 없다. 국민께 당의 혁신을 물어야 한다. 국민이 변하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지금까지 당의 혁신은 실패한 것"이라고 혁신위원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 전 공동대표는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보수는 많은 부분이 달라도 하나만 같으면 힘을 모으지만, 진보는 대부분 같아도 하나만 다르면 적으로 여긴다는 말이 있다. 낡은 진보를 청산하는 것이 당 혁신의 첫 번째 방법이다. 배타주의와 증오를 버리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한길 전 공동대표 또한 1일 안철수 전 대표가 주최한 '공정 성장론 중간 점검 토론회'에 참석해 "당 지도부와 혁신위원회가 많은 애를 쓰긴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지금은 현실이 매우 엄중해 더 큰 변화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전 공동대표는 '더 큰 결단'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요즘은 의원들이 몇 명만 모여도 이대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 이대로 정권 교체를 말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라며 "문재인 대표도 취임할 때 말했지만, 이기는 정당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아니냐"라고 부연했다.

▲ 새정치연합 안철수, 김한길 전 공동대표.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창업주'격인 두 인사가 문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를 바꾸거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해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비주류인 박영선 의원이 손학규 전 대표의 복귀나 안철수 의원의 재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비주류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박 의원은 2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손학규 전 대표의 복귀에 대해 "국민적 바람과 희망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복귀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 대해 "브랜드와 잠재력이 살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박 의원은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실체가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표류하는 새정치
문재인 체제도, '대안 시나리오'도 암울하다

그러나 분당을 포함해, 비주류가 구상하고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 역시 '대안'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손학규 전 대표는 정계 은퇴 선언을 하기 직전 재보선에서 떨어졌다. 그간 야당의 리더로서 성공적인 업적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단순히 '인물난'으로 인한 손 전 대표의 소환이라면, 오히려 당 혁신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안 전 공동대표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후 과연 당을 잘 이끌었느냐'는 질문에 부딪힐 수 있다.

'비주류 원내지도부' 역시 내세울 수 있는 게 없다. 국회법 개정 등에서 번번이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깨지고 있는데다, 남북 관계 이슈 역시 여당에 끌려다니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태로라면 '노동 시장 개악'도 막아내긴 어려워 보인다. 국정감사 등 국회 일정 역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국정감사를 준비 중인 야당의 한 베테랑 보좌관은 "이번 국감은 콘셉트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보좌관은 "각 의원실마다 중구난방으로 국감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정권에 각을 세우지도, 야당을 부각시키지도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야당은 여러모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당 중진 의원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고 있고, 호남 의원들은 '지역구 지키기' 기득권에 매몰돼 있다는 평을 받는다. 비주류의 당 흔들기는 알맹이가 없다. 문 대표의 리더십에도 의문 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문제는 '문재인 체제''에 대한 '대안'조차 전망이 암울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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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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