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의 '반격'에 담긴 '친노' 문제점은?

[분석] "패권 없다? 2012년 총·대선 패배가 패권주의 때문"

당 혁신 방안을 두고 내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른바 '비노' 수장격으로 불리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가 20일 문재인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크게 호남과 수도권으로 나뉘는 당내 '비노 세력' 중 수도권 민심에 비교적 민감한 인사로 꼽힌다.

김 전 대표의 입장문을 보면,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듯한 분위기에서는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 체제를 인정하되, 전선을 당내 '친노 패권주의 청산'으로 보다 명확히 했다.

김한길 "패권이 없다? 2012년 총선, 대선 패배가 패권주의 때문"

김 전 대표는 이날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문재인 대표의 생각에 대한 김한길의 생각'이라는 글을 통해 "저는 문 대표를 우리당의 대표로서, 유력한 대선주자로서 인정하고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그러나 글 대부분을 문 대표와 이른바 '친노 그룹'에 대한 비판으로 채웠다. 그는 "선거 참패 이후 고민이 깊던 중에, 문재인 대표께서 직접 쓰셨다는 '당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읽고 큰일이다 싶었다"며 "문 대표의 상황 인식은 '분열은 공멸입니다'라는 (문 대표가 발표하려다 보류했던 입장문) 제목과는 정반대로 편가르기와 갈라치기로, 오히려 우리당의 상당수 동지들을 '타협할 수 없는 대상'으로 규정하는 '분열의 프레임'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굳이 우리당에서 기득권을 말한다면, 당권을 쥐고 있는 문 대표 만한 기득권이 따로 없고, 친노 만큼의 계파 기득권이 따로 있겠느냐"라며 "구태정치가 비난받는다고 해서, 정치를 잘 모른다는 것이 결코 자랑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통합의 정치', '덧셈의 정치'를 강조했다. 그는 "패권정치 청산으로 우리당의 통합을 추구하는 일은 비노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당 혁신의 출발이고, 정권교체로 다가가는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2012 대선패배 역시 유력한 야권후보끼리 원만하게 통합하지 못했던 결과다. 당시 문재인 후보의 유세차 무대에 우리당 국회의원들을 오르지 못하게 한 패권적이고 배타적인 선거운동도 패인 중 하나였다"고 했다. 그는 "또 이길 수 있었던 2012 총선에서 패배했던 원인 중의 하나로 계파공천, 패권공천이 지적당하기도 했다. 이번 4.29 선거참패 역시 서울(관악을)과 광주(서을)의 공천이 결과적으로는 계파공천이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2012년 총선 당시 새정치연합은 '친노'로 분류되는 한명숙 대표 체제였다.

김 전 대표는 "문 대표와 저의 목표가 크게 보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정권교체"라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당부터 하나로 통합해서 단결해야하고, 우리당의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패권정치가 마감돼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 대표 자신이 친노좌장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명실상부한 야권의 대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오늘이라도 문 대표가 패권정치 청산 의지를 천명하고, '통합의 정치', '덧셈의 정치'에 나서신다면 저 역시 말석에서나마 당의 통합을 위해 열심히 도와드릴 것"이라며 "문 대표의 결단을 고대한다"고 했다.

친노 패권주의는 무엇이고, 어떻게 청산돼야 하는가?

그간 애매한 비판을 내놓았던 '비노' 측의 입장 치고는 상당히 구체적인 요구들이 제시된 셈이다. 두 가지다.김 전 대표는 결국 '친노 패권주의'의 청산과, 청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문 대표에게 비선 그룹을 통해 '관리받는' 대권 행보 자제를 요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 전 대표는 입장문 발표 직후 자신의 의원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친노 패권주의 청산 의지를 밝히고 같이 논의하자고 하면 할 수 있는데 (문 대표는) 패권정치가 없다는 것 아니냐. 그러면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선 행보 자제 요구와 관련해 "문 대표가 대표 자리에서 대권 주자의 행보를 보이면서 그저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전 대표 등 다른 대권 주자들을) 들러리로 옆에 세우는 것 가지고는 진정한 해법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그런 이야기를 (문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드린 적은 있다"고 말했다.

"친노 패권주의를 이른바 '비선'으로 이해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김 전 대표는 "그것 뿐이 아니고 소수 독선적인 행태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 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층 일부를 동원하는 '팬 몰이식 경선' 등의 행태로 일부 정치인들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이른바 '열성 지지층'들을 당내 경선에 끌어들여 '친노 세력'이 이익을 봐 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행태가 결국 당심을 왜곡시키고, 민심을 왜곡시켜 지금까지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패배해 왔다는 게 이른바 '비노' 진영의 분석이다. 김 대표의 입장이 이같은 '친노' 그룹의 행태를 주도하는 세력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것을 청산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으라는 요구로 해석되는 이유다.

비노 측은 '친노 체제'였던 한명숙 대표 체제 하에서 겪은 총선 패배를, 이같은 비판의 사례로 제시한다. "당내 경선은 승리하지만 본선에서는 패배한다"는 것을 '친노 그룹'의 특징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이와 함께, 소수 비선 그룹이 문 대표의 일정, 메시지 등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는 당의 입장보다 문 대표 개인의 입장을 중시하는 형태로 나타나 결국 당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노 측의 이러한 요구를 두고 "현역 의원들이 공천에서 유리하도록, 공천 룰을 바꾸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인사들도 있다. 당초 '동교동계' 등 호남의 일부 '비노 세력'이 끼어들면서 당내 논란은 '공천 지분' 논란으로 번졌었다. 수도권 민심에 민감한 김 전 대표의 이같은 입장문 발표는, 당내 쟁점을 공천 지분이 아닌, '공천 룰' 문제로 전환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비노'의 주장에도 비판할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가 새겨야 할 부분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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