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글쓰기 훈련 더 필요한 '문학 소녀'"

[현장] "신경숙 문학은 정신승리적 자기애"

'국민 작가'로 만들어진 신경숙 씨의 문학적 성취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비판적 입장이 나왔다.

정문순 평론가는 15일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린 '신경숙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의 미래' 토론회에서 "신경숙 작품에서 드러나는 무수한 맞춤법 오류, 비문, 줄임표나 쉼표의 남발 등은 신 씨 스스로 문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글쓰기 훈련이 더 필요한 사람임을 고백하는 것"이라며 "충만한 것은 소녀적 감수성이며, 결여된 것은 사회적 인식이나 세계에 대한 감수성인 '문학소녀'급 소설가"라고 깎아내렸다.

이어서 정 평론가는 "다른 작가가 그랬다면 묵인되지 않았을 법한 기초적인 실수마저 신 씨에게는 작가의 독특한 개성인 것인 양 치부되었다"고 강조했다. 한국 문단이 비평가라면 누구나 지적해야 할 문제마저 '띄워주기'에 급급해 못 본 체했다는 지적이다.

<우국> 표절 논란에 선 '전설'에 대해서는 "<우국>의 몸체를 모조리 다 베꼈다"며 "일본 극우 작가의 정신까지 베낄 정도로 심각한, 총체적 난국인 작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글쓰기는 의식적 행위다. 일기를 쓰더라도 우리는 생각을 하면서 쓴다"며 "(무의식적으로 나왔을 수 있다는 신 씨의 <경향신문> 해명을 두고) 무의식적으로 남이 쓴 문장이 나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식적으로 보자는 항변을 하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천정환 교수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문학에 대한 물음의 집요성이나 현실에 대한 탐구의 깊이에서 <외딴 방>과 견줄 차원에 다다랐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백낙청 편집인의 극찬을 거론하며) "<외딴 방>이 대단한 실험적 작품이나 진정한 노동 문학으로 받아들여진 1990년대 주류 비평 정신의 한계나 궁지, 그리고 백낙청 비평의 모순을 한데 느낀다"고 평가절하했다.

나아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소금꽃나무>(후마니타스 펴냄) 등의 작품과 신 씨 작품을 비교하며 "<외딴 방>이 지닌 의미와 한계를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김원, 유경순 등의 여성 노동운동 연구나 김진숙, 석정남 등 실제 여공들의 육성이 담긴 수기나 문학 작품을 재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영인 문학평론가는 신 씨 작품 세계를 두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지만 나는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정신승리적 자기애"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이 이번 표절 사태에 왜 이토록 공분하는지를 문단이 이해해야 한다는 충고도 이어졌다.

서 평론가는 "가깝게는 작년 세월호 사건으로부터, 최근의 메르스 사태까지 당연하다고 믿었던 진실과 상식이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부인되고 무시되는 일이 횡행"한 가운데 "이러한 가치의 묵살은 이른바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들에 의해 앞장서 자행되고 있다"는 현실에 대중이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문학계가 대중성의 문제를 좀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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