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문동, 유력 상품 신경숙 지키려 안간힘"

오길영 "창비·문동 편집위원은 자기 안의 권력욕부터 고발하라"

신경숙(52) 작가의 표절 논란이 한국 문단의 치부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일어나는 가운데, 문학평론가 오길영 충남대학교 교수(영어영문학)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신 씨의 작품을 낸 출판사 관계자와 비평가를 정면 비판했다.

오길영 교수는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표절 의혹을 받는 신 씨의 1994년 작 '전설'을 놓고서 "명백한 표절"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과거 <프레시안> 지면을 통해 신 씨 작품의 질을 두고 한국 비평계를 비판하는 글을 쓴 바 있다. (☞관련 기사: '비평가'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면...'신경숙을 부탁해!') 이 글은 최근 그가 펴낸 평론집 <힘의 포획>(산지니 펴냄)에도 실렸다.

18일 오길영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이번 사태를 두고 "불거진 것은 표절 문제지만 여기에는 창비와 문동(문학동네)이라는 한국 문학계의 권력 집단과 베스트셀러 작가의 공생관계가 깔려 있다"며 "신경숙을 옹호하는 창비와 문동의 입장은 결국 자신들의 매출을 올려주는 유력한 상품을 무조건적으로 지키려는 안간힘"이라고 단정했다.

신경숙 씨의 작품을 낸 창비와 문학동네가 베스트셀러 작가인 신 씨를 보호하는 데만 집중해, 출판사의 본령을 잊었다는 지적이다.

오길영 교수는 "자본주의 현실에서 출판사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시장 논리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며 "시장 논리만을 중시하는 태도가 문제란 뜻"이라고 첨언했다.

오길영 교수는 나아가 창비와 문학동네 편집진, 편집위원을 직접 거론하며 표절 사태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번에도 양 잡지에서 활동하는 비평가들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들의 문학적 안목과 태도에 대해 어떤 기대도 앞으로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여기서 '신중함' 운운 하는 태도는 교묘한 자기변명"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창작과비평>의 상임 편집위원 가운데 문학계 인사는 한기욱, 백지연, 진은영, 황정아 씨 등이며 <문학동네>의 편집위원은 차미령(주간), 강지희, 권희철, 김홍중, 남진우, 류보선, 서영채, 신수정, 신형철, 이문재, 황종연 등이다. 이들은 모두 문학계 안팎에서 상당한 발언권과 함께 적지 않은 독자를 거느린 지식인들이다. 특히 <문학동네>의 남진우 편집위원(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은 표절 의혹의 당사자인 신경숙 씨의 남편이다.

이와 관련, 오길영 교수는 "문학인들은 문학(혹은 문단) '밖'의 정치와 권력을 말하기 전에, 먼저 문학 '안'의 정치와 권력을 말해야 한다"며 "남 얘기를 하기 전에, 자기 안에 작동하는 권력욕을 고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신 씨의 이번 표절 논란에 대해 오 교수는 "논란이 된 문장은 명백한 표절"이라며 작가와 창비의 대응에 관해 "그렇게 변명한다고 가려질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경숙 씨의 표절과 비평계의 침묵을 두고는 "어느 순간부턴가 이들이 문학 공간 안의 '상징 권력'을 즐기게 되었고, 그에 대한 냉철한 성찰 능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6일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응준(45)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신 씨의 작품 '전설'이 <우국>의 한 대목을 통째로 베꼈으며, 이에 대해 문단이 침묵하고 있다는 고발성 메시지를 올렸다.

신 씨의 작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표절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오 교수는 이번 표절 논란이 조용히 넘어간다면 "작가 개인에게만이 아니라 한국 문학의 불행"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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