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 된 심정으로 유가족과 함께 엎드렸다"

[현장]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 촉구 오체투지 행진

"죄인이 된 입장에서 오체투지에 참여했습니다. 오체투지 몇 번 했다고 죄가 씻겨지겠습니까. 일반 노동자도 이런 입장인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국가기관에서는 아직도 진실을 은폐하고 감추고 있습니다."

'KT 해고 노동자' 조태욱 KT 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이 목청을 높였다. 조 씨를 비롯한 모두가 죄인의 심정으로,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한마음 한뜻으로 길바닥에 엎드렸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이 23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됐다. 지난달 26일 1차, 지난 9일 2차에 이은 3차 행진으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비롯해 조계종 노동위원회 소속 스님, 쌍용자동차·기륭전자 해고 노동자 등 노동계 인사까지 총 60여 명이 참여했다.

▲23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 촉구에 나선 오체투지단. ⓒ프레시안(최형락)

이날 참석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고(故) 이민우 학생의 아버지 이종철 씨와 실종자 권혁규 군의 큰아버지이자 권재근 씨의 형인 권방일 씨였다.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고(故)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 씨는 건강 문제로 나오지 못했다. 김 씨는 대신 조계종 노동위원회 측에 편지를 전해 "직접 조사 없이 정부가 내놓은 자료만 보고 판단하라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체투지단은 오전 10시 30분경 조계사 대웅전에서 출발해 국민안전처가 있는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향했다. 조계사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이들이 입은 하얀 옷의 무릎, 소매 부분이 금세 시커멓게 변했다.

선두에 선 양한웅 조계종 노동위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유가족이 바라는 특별법 내용이 아니"라며 "가족들이 거리로 나서고 수난을 당하며 폐기를 촉구하는데도 정부는 수정 보완하겠다는 행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즉각 시행령을 철회하고 유가족이 원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날 정부의 인양 발표에 대해선 "지난 11월 조속히 인양을 하겠다며 실종자들이 진도 체육관을 떠나도록 한 정부는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인양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그동안 왜 미뤘는지 해명하고, 서둘러 인양할 것임을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오체투지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세상에 알린 유흥희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도 "정부가 발표한 특별법 시행령안에는 독소 조항이 워낙 많아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정부의 입장 철회를 촉구했다. (☞관련 기사 : "기어서라도"…오체투지 행진단, 광화문 바닥서 통곡)

ⓒ프레시안(최형락)

정부종합청사로 가는 도중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에 들른 오체투지단은 잠시 행진을 멈추고 광장 내 분향소에 가서 희생자들에게 헌화했다. 다시 5보 1배에 나선 이들은 정오쯤 되어 정부종합청사 앞에 도착했다.

실종자 '권혁규‧권재근' 가족 권방일 씨는 "어제 정부의 인양 발표는 모두 여러분들이 노력해주신 덕분"이라며 "이제 (정부는) 즉각 시행령을 폐기하고 온전한 선체 인양을 하도록 부탁드린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청사 건물을 바라보며 '시행령을 폐기하라'고 구호를 외친 뒤 모든 행진 일정을 마무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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