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다시는 깨지지 않을 기록들 <2>

[베이스볼 Lab.]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야구계에 새로운 대기록이 작성될 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기록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영원히 그 누구도 깨기 힘들 ‘불멸의 기록’이나, 현대 야구에서는 절대 깨져서는 안 될 옛 시절 야구의 기록이 존재한다. <베이스볼 Lab.>이 KBO리그에서 다시는 깨지지 않을, 깨져서는 안 될 기록을 1편에 이어 정리해 봤다. 1·2편은 단일 시즌 기록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통산 기록이나 한 경기 기록은 나중에 따로 다룰 예정이다.
1986, 1987년 선동열의 2년 연속 규정이닝 0점대 평균자책점
ⓒ연합뉴스
국내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100이닝 이상-0점대 평균자책점 기록은 4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4번 모두 선동열의 기록(1986, 1987, 1993, 1995년)이다. 물론 선동열이 뛰던 시절은 요즘 시대, 특히 2014시즌에 비해 훨씬 적은 점수가 나던 시대였다. 그러나 시대차이를 감안한 조정지표로 보더라도 선동열은 단연 군계일학이다. 1986년 선동열이 기록한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 12.5는 역대 KBO리그 투수 중 가장 높은 기록으로 역대 2위 1983년 장명부(10.9)와도 큰 차이가 있다.
만약 요즘 프로야구에서 만화에나 나올법한 천재 투수가 등장하고, 우연히 극단적인 투고타저 시즌이 겹쳐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말도 안 되는 경우가 나오더라도, 과연 그다음 시즌에도 연속으로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80년대 깨지기 힘든 투수 기록들은 절대 깨져서도 안 되는 기록이지만, 선동열의 이 기록은 깨진다면 모두가 박수를 쳐줄 만한 기록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1992년 송진우의 다승왕 + 세이브왕
다승왕과 세이브왕이 한 팀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당연히 선수 2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구나 싶을 것이다. 그러나 투수 분업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한 선수가 다승왕과 세이브왕을 모두 차지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었다.
지금은 구원왕을 주는 데 있어 세이브만을 따지지만, 과거엔 구원승과 세이브를 합친 ‘세이브 포인트’ 라는 기록이 있었고 세이브 포인트 1위인 선수에게 구원왕 타이틀을 수여했기에 1996년의 구대성, 2001년의 신윤호도 다승왕과 구원왕을 한 해에 차지한 적은 있다. 그러나 세이브포인트가 아니라 순수한 세이브 개수 1위를 차지하면서 동시에 다승왕을 차지한 선수는 송진우가 유일하다. 송진우는 48경기에 나와 19승을 따내면서 다승 1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17세이브를 올리면서 세이브 1위를 차지했다. 요즘 시대에 17세이브로 세이브 타이틀을 따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당시는 투수 분업화가 이뤄지기 전이었다. 현대 야구에선 다승왕과 세이브왕을 동시에 석권하는 선수는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1997년 김현욱의 구원 20승
프로야구 역사상 20승은 총 16회 나왔다. 그중 선발로만 20승 이상을 거둔 적은 7회(1983년 장명부 28 선발승, 1985년 김시진 21, 1985년 김일융 20, 1987년 김시진 21, 1995년 이상훈 20, 2007년 리오스 22, 2014년 밴헤켄 20)로 오히려 구원승을 합쳐 20승을 넘긴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나 선발등판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고 오로지 중간계투로만 나와 20승을 거둔 선수는 김현욱이 유일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871년부터 작년까지 거의 150년 가까운 역사에서 이런 기록을 가진 선수는 없었으며, 아마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1997년 70경기에 나와 무려 157.2이닝으로 사실상 선발투수 이상의 이닝을 소화했던 ‘중무리’ 김현욱은 그런 혹사를 당했음에도 그 이후 6년 연속으로 75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전설의 ‘고무팔’이 실제로도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투수 분업화가 이뤄진 이후 ‘중무리’는 고대의 유산이 되어버렸다. 다시 투수 운영의 패러다임이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기록이며, 설령 과거로 시간을 돌리더라도 갱신이 불가능한 기록이 아닐까.
2001년 호세의 5할 출루율(0.502)
출루율이 5할이 넘는다는 것은 타석에 나오면 절반 이상의 확률로 아웃 당하지 않고 1루 베이스를 밟는다는 의미다. 정말 나오기 힘든 기록이라는 4할 타율보다 오히려 더 희귀한 기록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4할 타율을 기록한 시즌은 34번 나왔지만, 5할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한 시즌은 21회 나오는 데 그쳤다. KBO 리그에서는 4할 타율과 5할 출루율은 각각 한 번씩 나왔는데 4할 타율은 1994년의 이종범이 .393을 기록하면서 꿈이라도 꿔 볼 수는 있었다. 그러나 호세를 제외하고 100경기 이상 출장한 타자 중 출루율이 가장 높았던 타자는 2003년의 심정수로 5할에 0.22나 부족한 .478에 그쳤다.
투수들에게 엄청난 위압감을 안겨줬던 2001년의 호세는 KBO 리그 출루율 역대 1위 기록과 함께 127개의 볼넷을 얻어내면서 종전 1999년의 이승엽이 가지고 있던 단일 시즌 볼넷 기록도 갈아치웠고 이 기록도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당시 배영수 폭행 사건으로 인해 117경기에 출장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대단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2010년 이대호의 7관왕 + 9경기 연속 홈런
1000만 관객을 모은 배우이자 야구선수인 이대호는 2010시즌 도루를 제외한 모든 타격 공식 집계 기록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트리플크라운(타율, 홈런, 타점 1위)만 하더라도 정말 나오기 힘든 기록인데 7관왕을 차지한다는 것은 비디오게임에서도 쉽게 나올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타격 7관왕을 넘어 8관왕이 나오려면 여기에 도루까지 1위를 차지할만한 선수가 등장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메이저리그에서는 1909년 타이 콥이 8관왕을 차지한 적이 있다)에 가깝다.
2010 시즌 이대호는 연속경기 홈런 신기록도 작성했다. 8월 4일 두산의 김선우를 상대로 친 홈런부터 홈런 행진을 시작, 8월 14일 기아의 양현종을 상대로 9경기 연속 홈런을 뽑아내면서 1956년의 대일 롱, 1987년의 돈 매팅리, 1993년의 켄 그리피 주니어가 가지고 있던 8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넘어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 언젠가 ‘미친 선수’가 나와 한 기록을 깨더라도, 나머지 하나를 같은 시즌에 또 깨는 것이 가능할까? 아무리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고 하지만, 적어도 인류가 존속하는 동안에 그 광경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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