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에 필요한 선발투수는 몇 명일까?

[베이스볼 Lab.] 한 해 농사 망치지 않으려면 7명은 있어야

야구에서 가장 부상을 자주 당하는 포지션은 무엇일까? 정답은 투수다.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메이저리그 선발투수의 절반가량이 한 번 이상 부상자명단에 오른다. 부상자 명단 제도가 없어 정확한 파악은 힘들지만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투수진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것이 바로 '뎁스(depth)'다. 워낙 부상이 많은 포지션이다 보니 1~5선발까지 5명의 선발투수 외에도 장기 레이스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선발투수가 필요하다.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다양한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평가할 때 ‘뎁스’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부상을 미리 예측하는 건 안 그래도 어려운 예측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절반가량의 선발투수가 부상을 당한다면 이는 '변수'가 아닌 '상수'에 더 가깝다. 슬픈 이야기지만 다가오는 2015 KBO 리그에서도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투수들의 부상은 셀 수 없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선발 로테이션을 평가에서 몇 명의 선발투수까지 고려하는 것이 적당할까? <베이스볼 Lab.>이 제공하는 기록을 바탕으로 KBO리그에서 최근 1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선발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는지 알아봤다.
지난 2014시즌에는 한 경기 이상 선발등판 한 투수는 총 92명에 달했다. 팀 당 평균 10.22명의 투수가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는 것이다. 주로 우리가 '선발 로테이션' 하면 생각하는 5인의 2배나 되는 수치다. 메이저리그는 어땠을까? 2014년 289명의 투수가 한 경기 이상 선발등판을 했는데 팀이 30개 있음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팀 당 9.63명의 선수가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통계를 다룰 땐 표본이 많을수록 신뢰도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범위를 최근 10년(2005년 이후)으로 넓혀봤다.
2006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10명 내외의 투수가 1회 이상 선발등판 했다. 그렇다면 한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어림잡아 10명의 선발투수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자료까지 제시해놓고 그럴 필요가 없다니 뭔 소리를 하나 싶기도 할 것이다. 간단히 살펴보자. 손민한(NC), 김영민(넥센), 서재응(KIA), 윤근영(한화)…… 작년 단 한 차례 선발등판 한 선수들의 명단이다. 원래 불펜투수로 분류되어야 할 선수들인데 팀 사정에 의해 어쩌다 보니 한 번 선발등판을 했을 뿐이고, 사실상 선발이라기보다는 그 경기의 ‘첫 번째’ 투수로 나왔던 선수들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두터운 선발투수진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선발투수를 내보낼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현 KBO 리그의 실정상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범위를 좀 더 넓혀봤다. 3경기 이상이나 5경기 이상 정도로 기준을 잡을 경우 '선발투수'로 분류되는 선수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3경기 이상으로 잡았을 경우엔 각 팀 당 약 7~8명의 선발투수가 선발등판을 가졌다.(최소 2007년 7.00명, 최대 2010년, 2014년 8.00명)
5경기 이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도 별 차이가 없었다.


이 경우에도 대체적으로 7~8명 정도의 투수가 선발등판 했다.
즉 최근 10년간의 선발등판 횟수로 미루어보아, 한 팀이 로테이션에 구멍이 뚫릴 걱정이 없이 안심하고 한 시즌을 보내려면 약 7명 정도의 선발등판이 가능한 투수가 있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려는 피 말리는 경쟁은 한두 경기 차로 결정될 수 있다. 로테이션에 구멍이 뚫렸을 때, 그 몇 경기에 등판하는 투수들의 모습으로 인해 한 해의 농사를 망치느냐, 망치지 않느냐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투수들에게 있어서 부상은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로테이션을 평가할 때, 5선발까지만 평가하기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넉넉잡아 7명 정도의 선발요원을 평가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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