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이 단지 내 택배차량 지상운행을 거부한 아파트의 택배물품 문 앞 배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택배노조는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일방적으로 택배차량 지상출입 금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오늘부터 아파트 입구 앞에 택배물품을 내려두고 찾아오시는 주민께 전달하기로 했다"며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민의 편의와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건강권을 위해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또 "지금 이 순간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은 택배사"라며 "택배사는 아파트의 일방적 결정으로 택배서비스에 문제가 생겼고 노동자들이 부당한 갑질을 당하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일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 출입을 막았다. '교통사고가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A아파트에 물품을 배송하는 택배노동자는 손수레를 이용하거나 높이 2.3미터 지하주차장에 출입하기 위해 저상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택배노조는 "손수레로 배송시 배송시간이 세 배 가량 증가하고, 저상차량에서는 몸을 숙인 채 작업해야 해 허리는 물론 목, 어깨, 무릎 등에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거부했다. 지상주차장 이용 배송 시 필요한 저상차량 구입비나 개조비 역시 택배노동자의 몫이다.
택배노조는 현재 입주자대표회의에 △ 단지 내 시속 20킬로미터 이내의 저속운행 △ 안전요원 배치 등의 대안을 두고 대화하자고 요청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대화 요청과 관련해 이날 오전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문을 보내왔다"며 "해당 공문에 '단지 내 택배차량 지상출입 금지는 택배사와 협의를 완료한 내용인데 왜 문제를 제기하느냐', 'A아파트 입주민을 갑질을 하는 존재로 매도한 데 대해 해명해야 협상 등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또 "'택배를 시킬 때 문 앞 배송을 하는 택배사를 통해 주문하면 개인배송 거부에 동참하는 택배기사들이 심각한 경제적 곤란함에 빠져 제풀에 포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모금운동을 통해서라도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고 절절히 요구하는 택배기사들이 생계 때문에 무릎 꿇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는 싸우러 온 게 아니다. 언제라도 입주자대표회의가 협상을 요청하면 응할 준비와 자세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전국의 신축 아파트단지들이 차 없는 아파트를 표명하며 차량이 지하로만 다닐 수 있게 하고 있다"며 "A아파트가 상생의 모범을 보여주면 그 사례가 전국에 퍼질 수 있고 A아파트의 갑질과 횡포가 계속되면 이 역시 전국에 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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