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김정은에게 "멈춰 선 남북 정상 약속, 국제 정세가 우리 의지 따라주지 못했던 것"

"尹 정부의 전 정권 죽이기 기획수사·억지 기소…진상 철저히 규명해야"

9.19 평양공동선언 7주년을 맞아 정부 주최의 기념식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던 정황이 있다면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오는 19일 통일부와 경기도, 민주정부 한반도 평화 계승발전협의회(김대중재단·노무현재단·포럼사의재·한반도평화포럼으로 구성)가 공동 주최하고 경기도와 포럼 사의재, 프리디리히 에버트 재단이 공동 후원하는 7주년 9.19 평양공동선언 기념식이 민통선 내 옛 미군기지인 파주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기념사에서 "지난 3년 동안 남북 관계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고, 윤석열 정부는 대화를 부정하고 '자유의 북진'을 주장하며 상호 불신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이었던 9.19 군사합의는 파기됐고, 오물 풍선과 확성기 방송 등 상호 간의 적대행위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으로 치달았다"며 "심지어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을 도발해서 공격을 유도하려 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사실이라면 실로 충격적이고 천인공노할 사악한 일인 만큼,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는 역대 민주정부의 성과를 송두리째 무너뜨린 것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외교안보 분야 공직자들에게 사법적 탄압을 자행했다.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해, 사건을 조작하고, 억지 혐의로 기소했다"며 북한 주민 송환 사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북한의 흉악범을 북한으로 송환한 동해사건은 이미 내려졌던 불기소 처분을 뒤집고, 대통령의 공개적인 수사 지시에 따라 국정원이 고발하고,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사건은 1심에서 사실상 무죄인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고, 완전한 무죄를 위해 항소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사건 은폐를 위해 자료를 삭제했다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역시 삭제했다는 자료들이 버젓이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되었을 뿐 아니라, 이 역시 국정원의 고발이 대통령의 지시로 이루어진 정황까지 최근 확인되었다"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안보 사안에 대한 무리한 수사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북한의 GP 불능화를 부실하게 검증했다는 혐의로 수많은 공직자들이 감사원과 검찰 수사에 시달렸지만, 결국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사드 배치를 지연하기 위해 군사기밀 유출을 지시했다는 혐의로 다수의 공직자들이 재판에 넘겨진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전 정권 죽이기 차원에서 이뤄진 정치적 목적의 감사와 기획 수사, 억지 기소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고, 고초를 겪고 있는 수많은 공직자들의 명예가 하루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주시길 바란다"라며 "안보에 관한 정부의 정책적 결정은 정치적 공방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사법의 잣대로 판단되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비롯해 긴장 완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하고 있지만 "아직 북한의 반응은 냉담하다"면서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은 모든 평화 프로세스의 전제조건"이라며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가 되어달라고 요청한 것이 "탁월한 제안"이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연내에 만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의지를 환영하며 빠른 시일 내에 성사되길 희망한다. 지금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에 대한 의지와 리더십을 전 세계에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남북의 정상이 함께 선언문에 서명하며 나눈 약속이 멈춰 선 것은 결코 남과 북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국제정세가 우리의 의지를 따라주지 못했을 뿐"이라며 "김 위원장의 결단이 지금 이 시기에도 한반도 평화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용기 있는 결단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에서 회담을 마친 뒤 '9월 평양 공동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행사가 열리는 캠프 그리브스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반세기 넘게 주한미군의 최전방 군사기지로 사용되었던 이곳은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07년 한국 정부로 반환되고 2022년 경기도로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평화와 생태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며 "대결의 상징에서 생명과 평화의 상징으로 바뀐 이곳의 변화가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평화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념식은 '새 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9.19 군사합의 복원'을 주제로 한 토론회로 시작된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사회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동연 경기도 지사 등이 패널로 참석한다.

이어 오후로 예정된 기념식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 통일부와 경기도, 김대중재단‧노무현재단‧포럼사의재‧한반도평화포럼이 함께하는 민주정부 한반도 평화 계승발전협의회가 공동 주최하고 경기도와 포럼 사의재, 프리디리히 에버트 재단이 공동 후원하는 7주년 9.19 평양공동선언 기념식이 민통선 내 옛 미군기지인 파주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반도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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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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