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금호타이어 발목을 잡다

4개월 만에 임단협 타결…'정리해고 철회' 얻고 모두 내준 노조

금호타이어 노사가 5일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연례적인 임단협이 사 측의 직장폐쇄와 정리해고 통보 등으로 극단적으로 치달아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으나, 노조가 사 측의 '무노동 무임금' 요구를 수용하면서 합의문을 만들어냈다.

타결 하루 전날 개별 통보됐던 700여 명의 정리해고는 없던 일이 됐다. 사 측은 올해 기본급 동결과 2008년 추가 성과급 미지급을 챙겼다. 정원 재조정도 노조로부터 얻어냈다.

정리해고라는 사 측의 노조 압박 카드가 제대로 성공한 셈이다. 노조는 성과급 외에도 최근 교섭 과정에서 곡성공장 교통비 및 평택공장 벽지수당 지급 요구를 철회하는 등 계속 양보안을 내 왔다.

노사 합의로 인해 금호타이어는 6일 오전 조업을 재개했다. 지난 4일 사 측의 정리해고 명단 개별 통보에 맞서 노조가 공장을 점거하면서 촉발됐던 긴장감도 사라졌다.

기본급 동결·2008 성과급 미지급 등 회사 요구안대로 정리된 최종 합의문

금호타이어 노사 양측은 5일 열린 마라톤 협상에서 올해 임금협상의 최종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양 측은 △올해 기본급은 동결하고 △2008년 추가 성과급은 지급하지 않으며 △2009년 성과급은 2010년 4분의 1분기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회사 측이 교섭 초반에 내놓은 안을 그대로 노조가 수용한 셈이다.

이와 함께 양 측은 '국내공장 경쟁력 확보 및 고용안정을 위한 별도합의서'를 통해 핵심 쟁점이었던 정리해고 등의 문제에도 합의를 이뤘다. 양 측은 특근 개념의 근무형태로 운영중인 도우미(운영 PO) 214명 가운데 19명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폐지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기존 인력의 실질임금 하락 효과를 발생시킨다.

노조가 얻어낸 것은 '정리해고 철회' 뿐이었다. 노사는 합의서를 통해 "9월 4일 통보된 해고 예정자 통보는 최종합의와 동시에 효력을 상실한다"고 무효화를 선언했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5일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연례적인 임단협 교섭이 사 측의 직장폐쇄와 정리해고 통보 등으로 극단적으로 치달아 '제 2의 쌍용차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으나, 노조가 사 측의 '무노동 무임금' 요구를 수용하면서 합의문을 만들어냈다.ⓒ연합뉴스

쌍용차 사태 이후 운신의 폭 줄어든 노조…점거파업 하루 만에 타결

사실상 노조가 사 측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이번 금호타이어 사례는 최근 있었던 쌍용차 사태의 경험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 측은 지난 5월 11일 첫 상견례를 가진 이래 처음 제시한 6개 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정리해고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고, 실제 최근에는 노동청에 정리해고를 신고하고 개별 명단 통보까지 마친 상태였다.

처음에는 올해 임금 7.48% 인상을 요구했던 노조는 수차례에 걸쳐 조금씩 양보안을 내놓았지만 사 측은 '6개 항 모두 수용' 주장을 버리지 않았다. 노조가 몇 차례 부분 파업과 전면 파업 등을 벌이며 회사를 압박했지만 회사는 '직장 폐쇄'로 맞받아쳤다.

지난 4일 회사의 정리해고자 명단 개별 통보에 맞서 노조는 공장 점거로 맞섰지만 사 측은 다시 2차 직장폐쇄로 노조의 발목을 잡았다. 파업을 이어갈 경우 쌍용차 사태가 반복되리라는 우려도 쏟아졌다.

결국 노조는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점거 파업 하루 만에 '무노동 무임금 철회'라는 마지막 요구안까지 스스로 철회하고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런 점에서 금호타이어 사태의 결말은 77일의 옥쇄파업에도 불구하고 전체 정리해고자 가운데 3분의 1 수준인 300여 명을 구하는데 그친 쌍용차지부의 '뼈아픈 패배'가 노동계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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