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쌍용차 사태' 벌어지나

금호타이어, 733명 정리해고에 직장폐쇄…노조 '임금동결' 양보에도 막무가내

금호타이어가 쌍용차 사태의 전철을 밟는 모양새다. 올해 임금 협상에서 시작된 노사 갈등이 정리해고와 직장폐쇄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금호타이어 측은 24일 노조에 733명의 정리해고를 통보한 데 이어 25일 새벽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날 열린 노사 교섭에서 노조는 당초 요구에서 대폭 물러서 임금 동결을 수용했지만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勞, 임금 동결 양보 vs. 社, 기존안 전면 수용 요구

▲ 금호타이어는 이날 광주와 곡성, 평택공장에 대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지난 1994년 이후 15년 만이다.ⓒ연합뉴스
금호타이어는 이날 광주와 곡성, 평택공장에 대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지난 1994년 이후 15년 만이다. 사 측은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피해액이 1000억 원에 이르는 등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며 직장폐쇄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 측은 또 "이 조치는 조건부 직장폐쇄"라고 밝혔다. "노조가 쟁의행위를 중단할 경우 즉각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노사 양 측의 이날 교섭도 노조의 수정안을 회사 측이 거부하면서 결렬됐다. 노조는 당초 요구였던 임금 7.48% 인상을 포기하고 임금 동결이라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회사 측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노조는 임금동결 외에도 곡성공장 교통비 인상 및 평택공장의 벽지수당 요구도 철회했다. 그러나 회사는 노조의 요구 가운데 '실질 임금 보전'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어 협상을 결렬시켰다.

이에 따라 노조는 당초 예정대로 26일 2차 전면파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지난 23일 전면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노사 양측은 일단 26일 다시 교섭을 가질 예정이다. 이미 노조가 임금 인상에서 동결로 대폭 양보한 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노조가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차기 집행부 선거를 치룰 예정이어서 이 기간 동안 교섭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26일 교섭이 다시 결렬될 경우 당분간 직장폐쇄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금협상에서 직장폐쇄까지 확대된 까닭은?

사실 임금 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매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노사 줄다리기가 직장폐쇄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치닫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올해 임금 협상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은 회사"라며 "교섭에서 쌍용차와 같은 처지라고 말하는 교섭위원들의 태도는 쌍용차처럼 이번 기회에 민주노조를 뿌리 뽑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지회는 "이제껏 노조는 회사의 고통분담 요구에 동의하고 수용해 왔지만 노동조합 죽이기를 더 이상 인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회는 "지난해 실질임금 20% 삭감에 동의하는 등 고통분담에 힘써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 측이 임금 협상 과정에서 정리해고라는 '무기'를 들고 나왔다. 지난 5월 11일 첫 상견례를 가진 이래 사 측은 임금동결·일부 복리후생 중단·성과급 지급 불가 등 6개 항을 제시하고 이를 노조가 수용하지 않으면 정리해고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사 측은 "2004년부터 영업이익이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부터는 '영업적자'로 돌아섰고, 올 상반기 누적 적자만도 1042억 원에 달한다"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 측은 또 "현재의 경영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며, 장기적으로 누적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회사는 결국 지난 17일 광주지방노동청에 정리해고 신고서를 제출하고 24일에는 733명의 명단을 노조에 통보했다.

이런 회사에 맞서 노조도 지난 6월 25일부터 간헐적으로 부분 파업과 전면 파업 등을 벌이며 회사를 압박했지만 회사는 정리해고에 이어 직장폐쇄까지 단행했다. 노조의 운신의 폭을 대폭 줄이는 전 방위적인 압박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금호타이어는 쌍용차 사태와 닮았다. 노조가 여러 양보안을 내놓았지만 회사는 노조에게 기존 안을 전부 수용할 것만을 요구하며 전혀 수정안을 내놓지 않는 것도 똑같다.

민주노총 "금호타이어는 쌍용차의 교훈 기억해야"

민주노총은 25일 성명을 내고 "금호타이어가 정리해고 강행을 고집하는 이유는 경영상의 이유보다는 '노조 약화'를 겨눈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노조의 결단에도 불구하고 사 측은 교섭을 앞두고 직장폐쇄를 감행하는 등 교섭 해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목숨과 같은 일자리를 빼앗는 정리해고가 빚는 사회적 문제는 쌍용차 투쟁을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났다"며 "금호타이어는 쌍용차 사태를 통해 노조를 파괴의 대상이 아닌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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