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교사, "장대환 자진사퇴" 촉구

“맹모의 올곧은 교육열을 위장전입에 비유말라"

학부모와 교사들이 장대환 총리지명자의 맹모삼천지교론을 정식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전국최대 교육시민단체인 교육시민모임의 서초ㆍ강남 지역 학부모ㆍ교사들모임인 서초ㆍ강남교육시민모임(공동대표 김정명신 윤기원)은 24일 장대환 총리서리가 자녀들의 8학군 위장전입을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 비유한 인식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그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교육시민모임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장 총리 지명자의 위장전입이 저자거리, 장의사 집을 피해 서당 옆으로 세번 집을 옮겨 맹자를 대학자로 키운 맹모(孟母)의 교육열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면 강남 8학군으로 모여드는 가진 자들의 행렬은 모두 맹모의 교육열로 칭송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명백한 사회병리현상을 맹모의 올곧은 사랑으로 미화시키는 사람이 어떻게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냐”면서 “장 총리서리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인준이 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학부모와 교사들의 문제제기는 전국 학부모와 교사들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져 장대환 지명자의 총리 인준 여부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에 성명을 낸 학부모와 교사들은 서초와 강남 지역의 학부모 및 교사들이어서, 장 지명자의 잘못된 교육관에 대한 학부모 및 교육계의 반발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교육시민모임에 앞서 참여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도 장 총리서리 인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음은 교육시민모임이 24일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장대환 총리 지명자의 사퇴를 촉구한다**

장대환(張大煥) 총리 지명자는 두 자녀의 서울 강남 8학군 위장 전입에 대해 그 문제는 맹모삼천지교로 봐달라며 위장전입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1987년 12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에 아들과 부인의 주소를 서울 강남 8학군 지역으로 옮겼다가 입학한 후 4개월만에 다시 성북구 안암동 자택으로 되 옮겼다. 그리고 그 해 12월 다시 딸의 8학군 입학을 위해 딸과 부인의 주소를 강남 8학군으로 옮겼다가 역시 입학 직후인 89년 4월에 성북구 안암동 자택으로 다시 옮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최고의 학군으로 소문났던 8학군에 입학시키기 위해 너무나 분명한 '취학용 위장전입'을 두 차례나 연거푸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로 봐달라고 말했다.

우리는 장 총리 지명자의 위장전입이 저자거리, 장의사 집을 피해 서당 옆으로 세번 집을 옮겨 맹자를 대학자로 키운 맹모의 교육열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로 하면 강남 8학군으로 모여드는 가진 자들의 행렬은 모두 맹모의 교육열로 칭송 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강남 아파트에 대한 비정상적인 투기와 집값의 폭등도 모두 맹모의 교육열로 칭송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한국의 서울은 바로 망국적 입시교육에 휘둘리는 이러한 잘못된 교육열 때문에 강남과 강북으로, 8학군과 비8학군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분열되었다. 이러한 명백한 사회병리현상을 맹모의 올곧은 사랑으로 미화시키는 사람이 어떻게 한 나라의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은 최근 서울대가 구상중인 지역할당제를 지지한다는 의견서를 발표한 바 있다. 교육불평등이 날로 심화되는 이 시점에서 교육기관이 소외된 지역과 계층을 배려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학입시는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능력에 따른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부모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결정될 정도로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권력을 가진 '힘있는 자'들만이 '힘있는 자식'을 키울 수 있는 구조로 변해버린 것이다. 한국의 왜곡된 맹모정신은 한국을 학벌에 따른 신분제사회로 퇴행시키고 있다. 더불어 함께 잘살자고 하는 사회통합과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은 교육기관이나 정부가 부조리한 권력을 재생산하게 하는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에서, 교육의 현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어떻게 하면 교육내용이나 교육과정이나 교육받은 자의 사회기여가 보다 정의롭게 우리 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도 이번 장대환 총리지명자의 인준은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인사청문회에서 확실하게 부결되어야 한다.

2002. 8. 24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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