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환, "위장전입은 맹모삼천지교"

8학군이외는 모두가 시장바닥, 장의사터인가?

"애들을 좋은 곳에서 교육시키려고 했던 생각에서 한 일로 죄송하다.
그 문제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로 봐달라."

한국사회에 '신(新)맹모삼천지교'론이 출현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맡겠다고 나선 국무총리 지명자의 입에서 나온 뉴 패러다임(?)이다.

***장대환의 '신(新)맹모삼천지교'**

장대환 총리 지명자는 23일 하루내내 바빴다. 오전에는 국회로 박관용 국회의장을 찾아가 제발 국회 인준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했다.

낮에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언론의 협조를 신신당부했다. 이 과정에 누구도 예기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이른바 '신(新)맹모삼천지교'론이다.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장대환 의혹'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하나가 80년대말 두 자녀를 서울 강남 8학군에 위장전입시킨 의혹이었다.

그는 지난 80년대말 아들(21ㆍ미국유학중)과 딸(19ㆍ대학2년)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에 이들의 주소를 서울 강남 8학군 지역으로 옮겼다가 입학 직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당시 자신의 집으로 되옮겼다. 장 지명자 일가의 주민등록초본상 주소지 변동내역에 따르면, 장 지명자의 아들과 딸은 초등학교 입학 직전인 87년 12월과 88년 12월 각각 당시 매일경제신문 임원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장 지명자 부인 정현희씨와 함께 주민등록을 옮겼다. 그러다가 자녀들이 압구정초등학교에 입학한 88년 4월과 89년 4월에 이들의 주민등록은 이전 주소지인 서울 성북구 안암동 자택으로 다시 옮겼다.

두 경우 모두 입학 직전 압구정동으로 옮겼다가 불과 4개월만인 입학 직후 다시 안암동으로 옮겨 '취학용 위장전입'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장지명자는 깨끗하게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애들을 좋은 곳에서 교육시키려고 했던 생각에서 한 일로 죄송하다."

여기까지는 '그래 그럴 수도 있다'고 눈 감아줄만 했다. 문제는 그러나 이어 나온 말이었다.

"그 문제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로 봐달라."

8학군 위장전입이 맹모삼천지교라니...

장대환 지명자의 사고방식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표현이었다.

***8학군이외는 모두가 시장바닥, 장의사터?**

맹모삼천지교란 맹자의 모친이 맹자를 키우는 과정에 시장바닥, 장의사집옆, 서당옆으로 세번 집을 옮겨 맹자를 대학자로 키운 고사를 가리킨다.

장대환 지명자는 압구정동으로 위장전입해 자녀들을 8학군 학교에 입학시킨 사실을 마치 '서당옆'으로 옮긴 것인양 비유했다. 그의 비유가 맞다고 치자. 지금 전국에서 8학군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것도 바로 교육여건때문이라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한 나라 살림을 책임맡겠다는 총리 지명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8학군에 위장전입을 시킨 시점에 장대환씨가 살던 동네는 성북구 안암동이었다. 그러면 성북구 안암동은 애들을 키우면 장돌뱅이나 장의사를 만드는 시장바닥이요, 장의사 동네란 말인가.

더 나아가 8학군 이외 지역은 모두가 시장바닥이요, 장의사 동네란 말인가.

장대환 지명자의 해명을 꼭 듣고 싶은 대목이다.

***장대환에겐 맹모 자격은 있을지 몰라도 총리 자격은 없다**

서울에 사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가 "남북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남북 문제란 남한과 북한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강남과 강북 사이의 문제다. 서울까지도 오래 전에 두 토막 났음을 보여주는 한 증거다. 또한 강남 지역에서조차 8학군과 비8학군 사이에 위화감이 심하다. 망국적 입시교육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토막 나고 분열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회 병리현상이다.

장대환 지명자는 그러나 8학군 위장전입을 맹모삼천지교에 비유했다.

과연 그가 총리가 된다면, 그는 8학군 위장전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행하는 맹모삼천지교 행위인데 말이다.

과연 그가 총리가 된다면, 강남의 아파트값 폭등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 또한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모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초래된 결과인데 말이다.

더이상 구구하게 말할 가치도 없다.

장대환씨에게는 맹모 자격이 있을진 몰라도, 단언컨대 총리 자격은 없다. 26일 국회 인준 청문회까지 나갈 필요도 없다. 즉각 오늘부로 스스로 사퇴하는 게 그나마 그가 지금이라도 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일듯 싶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