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표 녹색기업', 분식회계 이어 5백억대 횡령

사장이 공금 빼돌릴 때 정부는 '글로벌 스타'로 선정 적극 지원

'녹색성장의 아버지'로 자부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네오세미테크'라는 '녹색기업' 때문에 해마다 체면을 구기게 됐다.

'네오세미테크'는 태양광 발전 부품 생산업체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선정돼 지난 2008년부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급성장한 업체다. 하지만 이 업체는 분식회계가 들통나면서 지난해 8월 코스닥 상장이 폐지됐다. 이 바람에 시가총액 80%를 차지했던 7000여명의 소액 투자자들은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4000억원대의 피해를 입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개회식에 참석, 손정의 日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00억대의 위장거래로 500억대 자금 빼돌려

이어 14일 관세청 서울세관은 또다시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이미 정부로부터 특별 지원을 받는 업체가 되기 훨씬 전인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당시 대표 오 모씨 등 2명이 500억원대의 회사 공금을 해외로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적발됐다는 것이다. 이미 오 씨는 지난해 8월 동생의 여권을 도용해 마카오로 도피해 잠적한 상태다.

오 씨는 2007년에 홍콩에 유령회사 3개를 설립하고 그해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무려 3년여에 걸쳐 이른바 '뺑뺑이 무역'이라는 수법으로 위장거래를 해왔다. 상품 가치가 없는 물품을 유령회사가 무한 반복해 수출,수입하는 방법으로 2000억 원대의 무역 거래를 분식회계로 처리해 519억원을 빼돌린 것이다.

이밖에도 오 씨는 보세공장을 운영하면서 작년 3∼7월 34회에 걸쳐 52억원어치 물품을 세관에 수입신고도 하지 않은 채 빼돌려 시중에 판매했고, 수입 원재료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한 것처럼 꾸며 관세 등 7000만 원의 세금도 환급받아 챙겼다.

상장 전후 정부의 적극 지원, 분식회계와 횡령으로 '보답'

문제는 오 씨가 공금 빼돌리기와 분식회계 등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을 거덜내는 동안 정부는 네오세미테크의 홍보대사 역을 하며 피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선포한 뒤 산업은행은 그해 12월 네오세미테크를 '글로벌 스타' 1호로 선정, 유망 녹색기업으로 인정하고 적극 지원했다.

지난해 8월 상장폐지 당시 네오세미테크의 금융권 채무 2000억 원 중 산은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등 국책 금융기관이 빌려주거나 보증해준 액수는 800억원이 넘을 정도였다.

2009년 3월에는 초대 지식경제부 장관인 이윤호 장관이 네오세미테크 본사를 직접 찾아 격려했고, 그해 9월에는 후임인 최경환 장관도 취임 첫 현장 방문지로 네오세미테크를 택했다. 지식경제부는 이처럼 장관들이 대를 이어 찾은 네오세미테크를 그해 12월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을 만드는 업체로 선정했다.

'녹색성장' 외친 MB와 오바마, '동병상련'?

정부의 이런 '홍보' 덕분에 네오세미테크는 2009년 9월 코스닥에 상장되자마자 투자자를 끌어들이며 단숨에 코스닥 상장업체 중 시가총액 26위(4083억원)까지 치고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분식회계가 드러나자 1만79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00원대로 폭락했고, 1년도 못돼 이 업체는 상장폐지되면서 소액투자자들은 투자한 돈을 거의 전부 날렸다.

네오세미테크 투자로 큰 피해를 입은 소액 투자자들과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 정도 사건이면,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들은 미국에서도 평소 녹색성장을 강조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방문할 정도로 정부의 지원을 받은 태양광 관련 업체 '솔린드라'가 최근 파산 위기에 몰려 대통령의 체면을 구긴 것처럼, 정부의 기업 선정과 지원이 보다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녹색산업은 수익성을 내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네오세미테크 사건도 정부가 정책홍보를 위해 무리하게 특정기업을 선정한 결과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네오세미테크는 지난 7월 동부그룹에 인수돼 '동부솔라'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력보다는 사업성에 의문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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