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래가 있다"던 청정에너지 기업 파산 '망신살'

일자리 대책 발표 앞두고 악재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클린 테크놀로지'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모델이라며 직접 방문해 치하까지 했던 태양전지 업체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 높은 실업률이 미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가 내세웠던 청정에너지 산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에 더욱 부담이 실릴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솔린드라는 8월 31일(현지시간) 일부 공장의 운영을 중단하고 파산보호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총 11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솔린드라의 파산 소식이 이목을 끈 이유는 지난해 5월 오바마 대통령이 회사를 방문해 "여기에 미래가 있다"며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기로 한 계획을 치하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후보 때무터 에너지와 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 청정에너지 사업을 강조했고, 당선 이후 향후 10년 간 재생 가능한 청정에너지원 개발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해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뉴 아폴로'(New Apollo)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솔린드라는 2005년 민주당을 지지하는 억만장자 조지 카이저의 재단 등으로부터 사모펀드로 10억 달러를 조달했고, 2009년에도 에너지부로부터 5억3500만 달러에 이르는 대출 보증을 받는 등 '뉴 아폴로' 계획의 수혜 업체다.

▲ 지난해 5월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솔린드라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 당시 그는 솔린드라를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델이라고 칭찬했고 미 정부는 솔린드라에 5억3500달러의 지불 보증을 섰다. 하지만 솔린드라는 8월 31일(현지시간) 공장문을 닫고 1100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솔린드라 등 태양에너지 관련 기업이 최근 들어서만 3개가 쓰러지는 등 투자에 비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체면도 구겨지고 있다. 게다가 솔린드라가 파산하면서 정부가 보증을 선 5억3500만 달러도 고스란히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돼 야당의 비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솔린드라의 대출 보증과 관련된 서류를 요청했던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솔린드라의 공장 폐쇄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지표라고 공격에 나섰다.

에너지상업위원회의 프레드 업튼 위원장(공화당)은 "우린 처음부터 낌새를 챘다"며 "투명성을 강조해오던 정부가 올해 여름 내내 (솔린드라의) 대출 보증 관련 서류를 넘기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우리와 싸웠는데, 오늘 그 이유를 알았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에 굴하지 않고 청정 기술에 기반을 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결과에 대해 실망했지만 청정에너지 일자리 확충 사업은 미국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며, 해낼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믿는다"며 "다른 기업에 대한 에너지부의 투자는 잘 운영되고 있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댄 라이스티코프 에너지부 대변인도 "정부 지원을 받는 혁신기업이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솔린드라의 대출 보증 선정과정에서 에너지부가 몇몇 절차를 건너뛰었다는 감사 결과가 나온 바 있어 오바마 행정부가 공약을 의식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태양광 패널 시장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값싼 제품을 내놓으면서 솔린드라와 같은 미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쳐진 상태라고 신문은 전했다.

게다가 미국 노동절(5일)을 즈음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일자리 정책을 중심으로 한 경제 위기 대책을 발표하려고 했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은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연설 내용이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건설 일자리 창출 등인데 벌써부터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여기에 기존 공약 사업마저도 삐걱거린다면 대통령의 실업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회의로까지 번질 수 있다.(☞관련 기사: 오바마 '1백만개 일자리 창출' 장담, 정치적 쇼에 그치나)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원래 7일로 예정됐던 대국민 연설도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 날짜와 겹치는 바람에 공화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하루 미뤄야 했다. 하지만 8일은 미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스포츠 중 하나인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개막전이 열리는 날이어서 대국민 연설이 국민들에게 찬밥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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