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32년만에 징병령 발동 "中에 물러서지 않겠다"

남중국해 갈등 격화되나…중국도 "미국은 빠져" 경고

지하‧수산자원이 풍부한 남중국해 난사군도(南沙群島.영어명 스플래틀리 군도)를 둘러싼 분쟁이 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과 중국, 필리핀 등이 서로 난사군도는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징병령을 발동했다.

응웬떤중 베트남 총리는 이날 전시 장병 징집 기준을 정하는 내용의 징병령에 서명했다. 8월 1일부로 정식 발효되면 1979년 중국과의 전쟁 이후 32년만에 처음으로 이같은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다.

이는 전날 난사군도상의 무인도 혼옹 섬 인근에서 베트남 해군이 실탄사격훈련을 강행한데 이은 초강수다. 중국과의 영토분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대화로 풀자'는 입장을 밝혔지만, 역시 한 발짝도 물러서지는 않았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서로 담판과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평화적 방식으로 타당하게 분쟁을 조정하자"며 "중국은 '남해각방행동선언'에 기초해 문제를 풀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훙 대변인은 "미국은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남중국해 분쟁에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짐 웹 미 상원의원의 주장에 대해 "그런 무책임한 발언은 남해 문제를 확대하고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비당사국은 반드시 당사국 간의 담판 노력을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중국과 베트남이 난사군도를 놓고 영토분쟁을 벌이면서, 베트남 국내의 반(反) 중국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시위대가 '중국은 베트남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美-中 서태평양에서 '맞불 훈련'에 관심 집중

중국의 이같은 반응은 다음달까지 남중국해 인근에서 펼쳐질 미국의 군사행동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다음달에 베트남과 합동 해군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이 훈련에는 미 7함대의 구축함 1척이 참여한다.

또 미 해군의 구축함 1척과 구조선 1척은 팔라완 섬 인근에서 이달 28일부터로 예정된 필리핀 해군과의 합동훈련에 참가한다. 7함대의 주력함인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도 12일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를 출항했다. 조지워싱턴호는 수 개월에 걸쳐 서태평양 인근에서 다국적 합동작전을 수행한다.

중국 또한 지난 10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 중‧하순에 서태평양 공해상에서 군사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11척의 중국 군함이 일본 오키나와(沖繩) 섬과 미야코지마(宮古島) 사이 공해상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G2'로 불리는 두 강대국이 인근 해역에서 연달아 훈련을 벌이는 셈이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미중 간에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난사군도를 둘러싸고 베트남이나 필리핀이 중국과 과감히 맞서는 것도 미국이 '뒤를 봐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중일 간의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釣魚島) 분쟁에서 미국이 일본 지지를 선언한 것이나, 11월의 연평도 사태 이후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동원한 한국 해군과의 합동훈련에 이어 미국의 '중국 견제'가 이번 남중국해 갈등에서도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지난 1월의 미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대응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남중국해' 아닌 '서필리핀해'로 불러야?

이달 9일과 지난달 26일에 중국 선박이 난사군도 내에 설치된 베트남의 석유 탐사 케이블을 절단한데 대해 베트남이 강력히 항의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남중국해 영토분쟁 갈등이 재점화됐다.

중국은 케이블 절단에 대해서는 "중국 어선이 베트남 군함에 쫓기다가 베트남의 석유탐사선의 케이블과 엉키는 바람에 케이블을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면서도, 베트남 등 다른 국가가 중국의 주권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탐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남중국해의 표기 명칭에 대한 논란도 빚어졌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이날 보도를 통해, 필리핀은 남중국해를 '서필리핀해'로, 베트남은 '동해'로 바꿔 부르고 있다면서 이는 '엉터리 작명'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명칭은 세계지도에 표기된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리핀과 베트남은 '남중국해'(South China Sea)라는 명칭 때문에, 영유권 다툼이 진행 중인 분쟁 수역임에도 자칫 중국의 영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유엔 등을 통해 이같은 자신들의 입장을 알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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