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ㆍMBC 정면충돌 양상

MBC '언론자유특위' 구성키로, 방문진도 국감 반대

연말 대선을 앞두고 문화방송(MBC)과 한나라당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한나라당이 지난 27일 MBC 등 4개 방송사에 '신 보도지침'을 보낸 데 이어 28일에는 MBC를 국정감사 대상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감사원법 개정안을 제출하자 MBC가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전사적 대응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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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언론자유특별위원회 발족·내주중 기자총회 열어 한나라당에 전면 대응**

MBC는 30일 민창환 전무를 위원장으로 하는 '언론자유특별위원회' 발족을 결정했으며 9월 2일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언론자유특별위원회의 구성인원과 업무내용 등 구체적인 사안은 현재 기획국과 보도국 등을 중심으로 논의중에 있으며, 보도국은 이와 별도로 다음주 중 기자총회를 열어 한나라당의 언론자유 침해 시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MBC 대주주(70% 지분보유)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도 30일 'MBC국정감사 대상화를 위한 감사원법 개정관련 방송문화진흥회 입장'을 발표하고 한나라당의 MBC 국감대상화 노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MBC 대주주 방문진 "한나라당의 MBC 감사기관 명시는 방문진 설립·법취지에 위배"**

방문진이 한나라당의 MBC 국감대상 포함 시도에 반대하는 이유로 밝힌 것은 네 가지다.

첫째 방문진은 MBC를 정부 또는 외부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관리하여 방송의 공정성과 독자성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취지에 따라 설립됐다. 따라서 "MBC를 감사기관으로 명시하는 것은 방문진의 설립취지와 방문진법 개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둘째 MBC는 시청료와 같은 준조세가 아니라 영업활동에 의해 운영되는 주식회사이므로 주식회사를 주주의 위상에 근거하여 감사기관으로 명시하는 것은 상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타 언론사와의 형평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셋째 언론사에 대한 국가기관의 감사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언론자유의 기본권 차원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

넷째 연말의 선거를 앞두고 각종 억측이 난무하기 쉬운 시점에 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감사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그 취지와 내용의 적합성 여부를 떠나서도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법적 검토결과 "MBC의 국감 피감기관화 입법은 입법권 행사의 헌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 등**

이에 앞서 MBC는 지난 28일 '국정감사 피감기관화에 대한 MBC 입장'을 통해 ▲한나라당의 MBC피감기관화 시도는 대선을 의식한 방송통제가 목적 ▲보도에 대한 불만으로 국감을 받도록 하는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 ▲MBC는 이미 방송위원회와 방문진을 통해 국민의 감시를 받고 있다 ▲KBS가 국감을 받는 것은 조세 성격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이라며 한나라당 주장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MBC는 또 국감 피감기관화에 대한 법적검토결과를 통해 다음의 7가지 이유로 불가하다는 헌법재판소 등의 검토의견을 공개했다.

첫째는 MBC의 국감 피감기관화 입법은 입법권 행사의 헌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언론규제입법의 헌법적 한계).

둘째 MBC의 국감 피감기관화 입법은 언론기관인 MBC의 언론자유를 침해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셋째 상법상 주식회사인 MBC에 대해 국회가 국정감사를 한다는 것은 MBC의 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

넷째 상법상 주식회사인 MBC에 대해 국감을 가능케하는 입법은 주식회사 형태의 다른 방송국에 비해 과도한 의무를 부담케 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위험이 높다.

다섯째 MBC의 국감 피감기관화 입법은 국정감사의 기능적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정치적 목적에 따라 개별 언론사를 국회의 직접 통제하에 두려는 과잉입법이다.

여섯째 MBC의 법적 위상은 상법상 주식회사이고, 그 대주주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의해 설립된 공익법인인 방송문화진흥회일 뿐이어서 헌법 제119조에 의해 자율경영을 함이 원칙이고, 국회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 권한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

일곱째 국정감사는 권력분립원리에 따라 행정권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한 국회의 보조적 기능이고,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문화관광부, 국정홍보처, 방송위원회 소관에 속한 사항에 대해 국정감사를 한다 해도, 위 행정기관의 권한 행사의 적정성을 감사하여 행정적 통제를 함은 별론으로 해도 그 소관에 속한 개별기업까지 공영방송이라는 이유로 직접 감사하도록 하는 것은 언론기업에 대한 이중, 삼중의 통제로서 기본권 제한의 일반 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MBC가 한나라당의 국감 기감기관화 시도에 대해 이토록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MBC의 경영 인사 보도 등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이 세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MBC 국감시 보도와 인사·경영 등에 정치권 영향력 막강해져 간접적 언론통제 가능"**

MBC의 한 간부는 "MBC가 피감기관이 될 경우 한나라당이 어떤 보도나 프로그램에 대해 사사건건 불만을 제기한다면 보도의 자율성이나 인사독립 원칙이 지켜질 수가 없다. 감사원법 개정을 통한 회계감사를 핑계로 삼겠지만 피감기관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감을 받고 있는 KBS의 경우 정책기획실 등을 중심으로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 대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도 상당하다. 또 정치권과 언론의 관계가 유착상태에 있거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경우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겉치레 감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KBS에 대한 국감이 다른 기관 감사에 비해 '솜방망이 국감'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갈등관계에 놓인 언론사에 대해 정치권이 감사권한을 갖게 되면 해당 언론사의 모든 부분에 대한 간섭과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게 현실이다. 특히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제1당 한나라당이 이번처럼 개정안 발의 등을 통해 표로 실력행사를 할 경우 피감기관인 언론사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MBC "방송3사 병풍관련 뉴스 모니터 결과 모두 대동소이"**

한편 MBC는 한나라당이 MBC의 '편파보도'를 주장하는 데 대해 한나라당의 병역비리 관련 방송모니터링이 잘못됐다며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KBS MBC SBS 3사 메인뉴스의 병풍 관련 기사 수, 뉴스편집순서, 어깨걸이 제목비교 등에 대한 모니터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MBC 보고서는 병풍과 관련, MBC는 1주일 동안 47꼭지를 보도했는데 이는 KBS의 54꼭지, SBS의 39꼭지와 비교해 대동소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메인뉴스의 톱기사로 다룬 적도 MBC는 3번, KBS는 5번, SBS는 4번으로 별 차이가 없으며 두 번째 꼭지로 다룬 경우도 MBC 7일 KBS 3일 SBS 8일로 편집상의 의미있는 편차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어깨걸이 제목을 비교한 결과MBC가 한나라당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단어를 사용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한나라당이 3:1로 한나라당에 불리하다고 주장한 것도 검찰수사 속보기사의 특성상 안전인수 격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MBC는 지난 7일 이회창 후보와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동시에 기자회견한 것을 여야 출입기자가 각각 리포트했으나 부산MBC의 경우 엔지니어 실수로 이 후보 기자회견만 보도되는 방송사고가 발생했다며, 반대의 경우라면 엄청난 파문이 일었을 것이 분명하다고 한나라당의 편파시비를 빗대기도 했다.


***한나라당 "현행 감사원법 형평에 어긋나므로 개정해야"**

반면 한나라당은 28일 이규택 원내총무가 발의하고 138명의 전 의원이 찬성한 '감사원법중 개정법률안'을 통해 현행 감사원법이 형평에 어긋난다며 MBC의 국감 피감기관화 입장을 천명했다.

한나라당은 "현행 감사원법 제23조(선택적 검사사항)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출연금 등을 받은 자가 다시 출연한 자의 회계(재출연기관)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출자를 받은 자가 다시 출자를 한 자의 회계(재출자기관)는 감사원의 감사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출연금 등을 받은 자가 다시 출자를 할 경우에는 동일한 수준의 공공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의 감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바, 이러한 입법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체단체로부터 직접 또는 간접으로 보조금 장려금 조성금 및 출연금 등을 교부받은 자가 다시 출자한 자의 회계의 대해서도 감사원의 감사대상으로 하여 국가재정집행에 있어서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이같은 주장은 언론계로부터 필요에 따른 말바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 때는 MBC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이제는 감사원법을 개정해 MBC를 국감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원칙없는 언론정책은 결국 어떻게든 언론을 장악하려는 속내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자협회 "한나라당은 차라리 모든 언론사 국감 위한 '언론사 특별감사법' 만들어라"**

한편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관련 단체들은 한나라당의 최근 행태가 '언론길들이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기자협회는 29일 '한나라당 언론정책은 '언론 길들이기'인가'라는 성명서를 통해 한나라당의 'MBC 국감포함' 감사원법 개정에 대한 기자협회 입장을 발표하고 한나라당의 감사원법 개정안 법사위 제출은 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MBC 하나를 국감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감사원법을 개정하겠다는 한나라당의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처럼 법을 개정해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발상이라면 차라리 모든 언론사를 국정감사에 포함시키는 법을 만드는 것이 떳떳하다. 국정감사법이나 감사원법, 방송문화진흥회법으로 안되면 '언론사 특별 감사법'을 만들면 되지 않는가"라고 규탄했다.

기자협회는 한나라당의 이번 조치를 명백한 언론탄압이자 언론길들이기 차원의 정치적 의도를 가진 불법적인 사전 선거운동으로 규정한다며 법개정안의 철회와 언론 및 국민에 대한 사과, 법개정 주도 인물들에 대한 책임규명 등을 요구했다.

또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연)도 30일 성명을 발표, "한나라당이 방송에 대해 여전히 군사정권적 사고와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병역비리 관련 보도의 방법까지 보도지침식으로 설정하고 문화방송에 대해 국정감사 운운하는 한나라당의 방송탄압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개연은 이 성명서에서 "방송사를 상대로 사실상 권력을 장악한 한나라당이 병역비리 관련 보도에 대해 보도지침식 협박을 자행하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문화방송을 국감 대상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국회를 장악한 한나라당이 국회를 자신의 불만처리기관으로 격하시키려는 수치스러운 행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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