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노조, 한나라당 '新보도지침' 강력 비판

"이정연 얼굴 내지 말라, '이회창 아들' 쓰지 말라..."

'병풍' 보도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공중파 방송사간의 신경전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이른바 '신(新) 보도지침' 논란이다.

KBSㆍMBCㆍSBSㆍYTN 등 방송4사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한나라당이 최근 방송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병풍'보도 편파의혹에 대해 '언론자유에 근거한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을 무시하는 폭거'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이정연 얼굴 내지 말라, '이회창 아들' 쓰지 말라..."**

방송4사 노조는 29일 성명을 발표하고 한나라당이 최근 방송4사 사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는 이정연 병역비리의혹 사건 보도와 관련 ▲이정연씨의 얼굴을 내지 말 것 ▲정연씨 이름 앞에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란 수식어를 쓰지 말 것 ▲검찰의 공식발표가 아니면 보도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며 '정치권에서 군사정권시절에서나 있었던 보도지침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넘어 뜨거운 분노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공정방송특위(위원장 현경대)는 27일 "공중파 방송사들의 보도태도에 대한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보도태도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빠른 시일내 언론중재위 제소를 통한 반론보도를 청구키로 하고, '불공정 보도 시정 촉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방송4사 사장 앞으로 발송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방송4사 노동조합은 '한나라당은 이정연씨의 병역비리를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부풀어가자 초조한 나머지 이성을 잃어 가고 있다'며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가면 불공정이란 주장은 극히 자기중심적인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한나라당의 주장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언론의 의무를 포기하라는 협박이며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인 신 보도지침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사와 국민에 대한 사죄를 촉구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도 29일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은 병풍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몰려가 협박하고 담당검사의 경질을 요구하더니 이제 방송4사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며 '당리당략적 차원의 유불리를 따져 방송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국가적 웃음거리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의회를 더럽히는 테러'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한나라당이 방송4사에 발송한 공문과 방송4사 노동조합이 발표한 공동성명서 전문

***한나라당의 '불공정보도 시정촉구' 공문**

문서번호 : 한나라 공정방송특위 제 2002-4호
시행일자 : 2002. 8. 27
수 신 : 수신처 참조
참 조 : 보도본부장
제 목 : 불공정보도 시정촉구

-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 당 공정방송특별위원회가 지난 8월 14일 방송사에 대해 공정방송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들이 여전히 검찰의 흘리기 정보와 김대업의 일방적 주장에 의존하여 보도하는 등 "방송이 '병풍'을 주도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 특히 피의자도 아닌 이정연씨 얼굴을 자료화면이나 어깨걸이는 물론 본문에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은연중에 범법자 취급하는가 하면, 4주 연속해서 정연씨 이름 앞에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앵커와 기자 모두 반복해서 사용해 이회창 후보 흠집내기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표현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메인뉴스에서 언급되는 한마디 한마디가 시청자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검찰 공식발표도 아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흘린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고 방송하는 것은 불공정 방송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향후 방송 보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쌓는데 더욱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 수신처 : 한국방송사장, 문화방송사장, 서울방송사장, YTN사장


***방송4사 노동조합 성명 '한나라당 주장은 언론자유를 무시한 폭거'**

지난 27일 한나라당은 KBS와 MBC, SBS, YTN 사장 앞으로 '불공정 보도 시정촉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왔다.

이 공문은 이정연 병역비리의혹 사건 보도와 관련해 이정연씨의 얼굴을 내지 말 것, 정연씨 이름 앞에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란 수식어를 쓰지 말 것, 또 검찰의 공식발표가 아니면 보도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공문 내용을 접한 방송 4사 노동자들은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아직도 정치권에서 언론에 군사정권시절에서나 있었던 보도지침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넘어 뜨거운 분노를 느낀다.

도대체 불공정의 기준이 무엇인가?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가면 불공정이란 주장은 극히 자기중심적인 독선이다.

당연히 언론은 대권후보인 이회창씨의 아들에게 제기되는 병역비리의혹을 국민들에게 전하고 검증해야 할 신성한 의무가 있다. 이정연씨 병역비리의혹은 정연씨가 이회창씨의 아들이기 때문에 기사가치가 있는 뉴스이다. 그런데 그 뉴스를 보도하면서 이회창씨의 아들이란 말을 빼라는 주장을 국민 누가 이해하겠는가?

한나라당의 주장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언론의 의무를 포기하라는 협박이며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이정연씨의 얼굴을 TV에 내지 말라고 하는데 이정연씨는 이미 좋든 싫든 지난 대선과정을 통해 공인이 돼 있는 상태이다. 새삼 이정연씨의 얼굴을 내지 말라는 것은 특권의식에 길들여져 있는 한나라당의 생떼이며 한나라당이 제왕적 지도자에 맹종하는 1인 보스정당임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또 검찰의 공식발표가 아니면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역시 한나라당의 터무니없는 특혜 요구이다.

그동안 김홍업씨 비리 등 각종 의혹수사에 있어서 언론은 검찰의 공식발표 외에 믿을만한 취재원의 말을 빌어 보도를 해왔다. 공식발표만 기다리는 언론은 전세계에 사회주의 국가 말고는 없다. 이같은 요구는 언론자유에 근거한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을 무시하는 폭거이다. 이런 주장대로 보도를 한다면 워터게이트 같은 보도는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정연씨의 병역비리를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부풀어가자 초조한 나머지 이성을 잃어 가고 있다. 이런 몰염치와 비이성은 이제 언론탄압이란 형태로 방송노동자들을 속속 죄어 오고 있다.

우리 방송노동자들은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인 신 보도지침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언론탄압에 대해 온힘을 결집해 대항해 나갈 것임을 한나라당에 경고한다. 한나라당은 신 보도지침에 대해 국민과 방송인들 앞에 사죄하고 이를 즉각 철회하라.

2002년 8월 29일
KBS, MBC, SBS, YTN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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