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사육사 사망사건 진실 밝히려했다고 징계?"

삼성에버랜드,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 징계위 회부

삼성에버랜드가 패혈증으로 숨진 사육사의 유족에게 관리자를 파견해 "산재를 신청하지 말라고 회유했으며 유족의 동태를 시간별로 파악해 문서로 정리했다"고 폭로한 박원우 삼성노동조합 위원장을 29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관련 기사 : 삼성 에버랜드, 사망한 사육사 유족까지 '동태 파악' 문건, 삼성 에버랜드 25살 사육사는 왜 갑자기 죽었을까?)

삼성노동조합은 29일 오전 11시30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삼성노조가 공개한 인사위원회 참석 통보서를 보면,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2월 24일 에버랜드 사육사 고(故) 김주경 관련 삼성노조의 성명서가 "허위사실 및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징계 사유를 들었다.

당시 삼성노조는 해당 성명서를 통해 에버랜드 동물원 관리자가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유족들에게 찾아가 "산재에서 이겨도 3년치 급여밖에 받을 수 없다"며 "산재보다는 회사에서 모금한 성금이 2~3배 많으니 성금을 받(고 끝내)자"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삼성에버랜드는 또한 박 위원장이 지난 3월 28일 '불통의 삼성에 민주노조의 뿌리를 내리겠다'는 제목으로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한 것 또한 "허위사실 및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9월 삼성노조가 "회사의 허가 없이 사내에서 유인물을 배포했으며, 회사와 무관한 외부인들과 합세하여 사내에서 구호, 연설, 집회 기타 단체행동을 통해 직장질서를 문란케 한 것"도 취업규칙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삼성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24일 삼성에버랜드가 삼성노조 노보 배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했다"면서도 "그러나 에버랜드는 중노위 판결을 받은 지 2시간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박 위원장에게 인사위원회 참석 통보서를 전달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삼성노조는 "삼성에버랜드 관리자가 징계를 빌미로 정당한 노조 활동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삼성에버랜드에서 노조대응 업무를 담당한 김 모 차장은 지난 1월 박 위원장에게 '故 김주경 관련 상황보고'라는 제목으로 에버랜드 측이 삼성노조와 유족들의 행동을 감시한 사찰문서를 발송했고, 박 위원장에게 찾아와 위 문건을 언론에 노출하면 징계하겠다며 수차례 협박했다는 것이다.

유족들에 대한 동태 파악 문건에 대해 에버랜드 관계자는 당시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상황이 생겨서 기사가 자꾸 그렇게 나오니까 회사에서도 상황에 대해서 예의 주시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문건을 쓴 것"이라며 "감시 목적으로 작성한 것은 결코 아니다. 감시해서 어디에 쓰겠느냐"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 모 차장은 또한 삼성노조가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박원우 위원장, 김영태 회계감사, 백승진 사무국장 등 노조 간부들에게 "너희들도 조만간 조장희처럼 해고자로 만들어주겠다"고 수차례 협박했다고 노조는 폭로했다.

삼성에버랜드가 노조 간부에게 징계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18일 에버랜드는 삼성노동조합의 설립필증이 교부된 지 불과 2시간 만에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을 해고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김영태 회계감사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를 처분한 바 있다.

이밖에도 김 모 차장은 박 위원장의 근무부서로 찾아와 "징계 수위나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회사에 협조적으로 나오면 좋은 방향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다"며 회유했지만, 박 위원장은 "나는 사규를 위반 한 적이 없다"며 이러한 제의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조장희 부위원장 역시 "김 모 차장이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박원우 위원장의 징계를 빌미로 회유를 위한 만남을 요구해 왔지만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노조는 "박 위원장은 삼성노조 설립 이후 법이 보장한 노조 홍보활동과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근무하다 억울하게 사망한 비정규 노동자 故 김주경 씨의 사망원인을 규명하고자 유족과 함께 삼성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쟁했다"며 "언론 인터뷰는 노조설립 후 삼성 측이 노조 간부들을 부당하게 징계하고 탄압한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삼성은 무노조 경영 유지를 위해 삼성노조 설립 이후 노조의 간부들을 무참하게 탄압하고 있다"며 "삼성에 민주노조를 정착시켜 이건희의 삼성이 아닌 국민의 삼성, 노동자의 삼성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징계 사유에 대한 질문에 삼성에버랜드 홍보팀 관계자는 "인사위원회는 설명을 듣는 자리일 뿐, 징계할지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확인 차원에서 인사위원회를 연 것이라 인사위가 끝나야 (징계 사유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의 차원이 아니라,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노조탄압일 것"

징계위원회 참석을 요구받은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노조를 만들 때부터 이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가 든 세 가지 징계 사유에 대해서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번 징계를 두고 "에버랜드만의 단독 결정은 아닐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의 무노조 경영 철학, 삼성그룹 차원에서 나온 조직적인 노조탄압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프레시안 : 징계 사유로 세 가지가 거론됐다. 무엇이 문제가 됐나?

박원우 : 삼성노조는 지난해 8월 26일, 27일, 같은 해 9월 9일, 16일 사원들을 상대로 노조를 홍보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그런데 회사는 유인물 배포를 막무가내로 막고 노보를 받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말하고, 직원들에게 나눠준 노보를 빼앗아 조합원이 보는 앞에서 찢었다.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는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8월 26, 27일건에 관해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 박원우 삼성노동조합 위원장. ⓒ프레시안(김윤나영)
그러나 삼성에버랜드는 중노위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지 않은 9월 9일, 16일 노보 배포에 대해 '공동주거 침입'으로 징계 사유를 삼았다. 기숙사 입구에서 불특정 다수와 유인물로 노조를 홍보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징계 사유다.

9월에 배포한 유인물 홍보활동도 8월 26일 27일과 다른 내용은 없다. 다만 삼성일반노조 등 몇 분이 연대했을 뿐이다. 삼성노조가 지도위원으로 위촉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과 삼성 해고자, 조합 상근자와 함께 노보를 배포했다. 이들 모두 불특정 다수의 '외부' 인물은 아니다. 노보 홍보 배포를 목적으로 오셔서 도와주신 건데, 그걸로 문제 삼은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오히려 시끄럽게 떠든 사람은 사측 노무관리 인사팀 차장이었다. 인사팀 차장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인근 주민이라고 속이더라. 떳떳했다면 주민이라고 속이면서까지 고함을 지르고 자극했겠나? 중노위는 이 부분에 대해 기각했지만 회사가 계속 징계를 강행할 경우 정식 소송으로 들어갈 것이다. 소송가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회사는 또한 에버랜드 사육사인 고(故) 김주경 씨의 사망과 관련한 노조의 폭로가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노조는 주관적인 생각에 입각해 성명서를 내지 않았다. 유가족의 증언과 고인이 돌아가시기 전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밝혀진 내용으로 성명서를 냈는데 회사는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회사는 3월에 <매일노동뉴스>와 ''불통의 삼성에 민주노조의 뿌리를 내리겠다'고 인터뷰 한 게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대부분 국민들도 다 알고 있으며, 삼성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라면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회사는 노조가 직원들과 노보로 대화하려고 하는데 기본적인 노조 활동도 차단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소통이 안 됐다"고 인터뷰했는데 왜 문제인가.

프레시안 : 회사가 인사위원회를 연 진짜 이유는 '노조 탄압'이라고 보나?

박원우 : 그렇다. 삼성노동조합 간부가 4명인데, 회사는 노조가 설립필증을 받자마자 조장희 부위원장을 해고했다. 김영태 회계감사도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렸다. 어떻게 해서든지 삼성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의지에서 시행한 것이다.

이번 징계는 에버랜드 차원이 아니라 이건희 회장, 삼성그룹 차원의 무노조 경영, 세습경영에서 나온 조직적인 노조 탄압이라고 생각한다. 에버랜드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노조원을 탄압하겠나? 징계를 인정할 수 없다. 아무리 가벼운 견책이나 징계수위가 떨어지든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프레시안 : 에버랜드 사육사였던 김주경 씨 산재 신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박원우 : 유족과 몇 차례 전화통화했다. 고인 납골당에 회사 직원들이 와서 편지를 쓰고 갔다는 내용까지는 전달받았다. 고인의 부모님은 "회사의 해명이 옳다면 내 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면서 끝까지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고 있다.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삼성노조도 유가족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백혈병 문제도 결국 조금씩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나. 산재를 승인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프레시안 : 삼성노조 활동의 성과를 평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박원우 : 지금까지 노동자들이 삼성을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위에 제소한 적도 없었고, 승소 판결을 받은 적도 없었다. 이번 '부당노동행위' 인정 판정도 삼성노조의 힘이다. 유인물을 합법적으로 배포할 길이 열린 만큼,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요즘은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도 노조 설립이나 조합 가입에 대해서 문의가 온다. 삼성노조는 직원들이 노조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씨앗이 될 것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이건희 회장의 세습경영에 민주노조가 정착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 인사위원회 참석 통보서. ⓒ삼성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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