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버랜드, 사망한 사육사 유족까지 '동태 파악' 문건

유족에게 관리자 파견…삼성 노조, 인사팀 문건 공개

삼성 에버랜드 사육사가 패혈증으로 죽은 사건이 <프레시안>에 보도되기 전날인 12일, 에버랜드 측은 유족이 거주하는 광주광역시로 관리자를 파견해 유족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파악할 것을 지시하고, 유족들의 동태를 시간별로 파악해 문서로 정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기사: 삼성 에버랜드 25살 사육사는 왜 갑자기 죽었을까?)

삼성노동조합은 26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에버랜드 인사팀 김모 차장이 작성한 "고(故) 김주경 관련 상황 보고"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삼성 신조직문화 TF 소속 관리자, 에버랜드 관리자, 삼성전자 관리자 등에게 지난 17일 전달됐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문건은 지난 12일 13시30분경 고(故) 김주경(25) 씨의 유품을 정리하러 에버랜드 기숙사에 들른 유족들의 동태를 보고했다. 문건은 "차량 두 대가 기숙사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 추가차량 한 대가 뒤따라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며 "유족이 같은 차량으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되므로 다른 한 차량은 프레시안 기자 또는 삼성노조 관련자로 추정할 수도 있다"고 적고 있다.

문건에는 이날 "14시30분경 프레시안 기자가 그룹 홍보팀으로 연락했고, 15시30분에 본사(에버랜드) 홍보그룹에 연락했다"면서 "프레시안 기자가 기사를 작성 중이고 13일 기사화될 수 있으니 에버랜드 관리자와 노사인력이 함께 광주에 내려가서 부모님을 찾아뵙고 대화 시 배석하여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있다.

실제로 유족들은 "에버랜드 관리자가 지난 13일 집으로 찾아왔다"고 증언했다. 이 자리에서 에버랜드 관리자는 "산재에서 이겨봐야 3년치 급여밖에 받을 수 없다"며 "산재보다는 회사에서 모금한 성금이 2~3배 많으니 성금을 받고 끝내자"라고 말한 것으로 유족들은 전했다.

에버랜드 측은 또한 "<프레시안> 보도 관련 사실 관계"에 대해 지난 16일 사원·간부·동물원 직원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실시했다. 14시부터 35분간 실시된 설명회에는 간부 및 사원대표 95명이, 14시40분부터 1시간동안은 인사그룹장과 사원대표 5명이, 18시10분부터 55분간은 동물원 직원 90여 명이 참여했다.

문건은 "설명회에서 언론(프레시안) 보도 관련 사실관계에 대해 세부 설명했고, 삼성노조 측에서 보낸 협박 문자를 일부 소개했다"며 "그러자 설명회에 참석한 일부 간부들은 '왜곡된 기사를 쓴 기자와 협박 문자를 보낸 삼성노조를 고소해야 한다'며 회사가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동물원 직원들은 "사실관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당연히 진실인데, 노조가 협박을 하고 있다니 기분이 나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삼성노조는 "문건에는 일자별, 시간별 면담기록, 유가족의 이동경로, 유가족과 삼성노조의 움직임, 유가족 설득 시도 등이 세세하게 기록돼 있다"며 "이 문서만 보더라도 삼성은 故 김주경 씨의 사망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지려는 모습보다는, 사건을 은폐하고 왜곡하려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은 "이번 문건은 12일부터 16일까지 일부만 공개됐지만, 고인이 쓰러진 이후로 회사는 쭉 동태 파악을 해왔을 것"이라며 "회사가 유족을 감시하고 사찰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에버랜드 관계자는 "상황이 생겨서 기사가 자꾸 그렇게 나오니까 회사에서도 상황에 대해서 예의 주시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문건을 쓴 것"이라며 "감시 목적으로 작성한 것은 결코 아니다. 감시해서 어디에 쓰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한편, 삼성 관리자들은 지난 18일, 19일 박원우 위원장에게 찾아가 "문건을 잘못 보냈다"며 "그 문건은 회사 기밀이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되면 사규에 따라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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