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해졌던 강남병 김미균 후보에 대해 추천을 철회한다"며 "또한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저는 오늘부로 공관위원장직을 사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가 준비한 발표문은 이 두 문장이 전부였다.
강남병은 공관위가 IT 스타트업 기업 '시지온'의 김미균 대표(34, 여)를 전략공천한 곳이다. 그러나 김 대표가 과거 기업인 시절 SNS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았다며 감사하다는 글을 올린 점 등으로 인해 통합당 지지자들로부터 '친문 인사'라는 비난이 일었고, 신보라 최고위원 등 당 소속 의원들로부터도 비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안 되는것처럼, 우리는 좋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지만 그것이 유권자 취향과 거리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최종적 판단과 책임은 공관위원장인 저에게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공관위원들의 뜻을 다 받들지도 못하고, 거둬들이지도 못하고, 때로는 판단에 실수도 있었던 것 같다"며 "저의 사직을 통해 더욱 더 단결해 보수의 중심 가치를 잘 지켜나가고 국민 지지와 기대를 받는 당으로 커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사퇴한 후 공관위는 이석연 부위원장이 직무대행 체제로 꾸려나갈 예정이라고 공관위원들은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제가 사직하겠다고 말하니 위원들도 거의 전부 '나도 사직하겠다' 해서 제가 말렸다"며 "이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도 "사실 저도 같이 물러났어야 하지만, 공관위가 출발할 때 '혁신 공천'을 10명이 같이 다짐했다. (그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남은 위원들이 끝까지 공천 혁신을 통해 정권의 폭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남기로 했다"고 직무대행 수임 의사를 확인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강남병 공천보다 더 심한 내홍과 반발이 따랐던 영남권 등 타 지역구 공천도 거침없이 밀어부쳤던 김 위원장이 강남병 공천 철회 때문에 사퇴했겠느냐며 의아함을 표하는 시선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우리 공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맡은 일을 꿋꿋이 해나갈 것이고, 개혁·쇄신의 첫 마음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눈에 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서울 강남갑·을은 변동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습니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 부위원장도 직무대행 수락 의사를 밝힌 후 "끝까지 지켜봐 달라. (김형오) 위원장님 뜻을 받들어 끝까지 완성해 내겠다"고 말했다.
강남갑·을은 태영호 전 주영 북한 대사와 최홍 맥쿼리투자자산운용 사장이 각각 공관위로부터 공천을 받은 곳이다. 그러나 강남갑에 대해서는 통합당 선대위원장 영입이 유력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재고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강남을은 전날 당 최고위로부터 재의 요구가 왔으나 공관위가 만장일치로 원안을 가결해 최고위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공관위의 재의 요구의 배경으로도 김종인 전 대표 영입을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결국 공관위 공천에 반발하는 당내 목소리나, '김종인 모시기' 차원 또는 다른 이유에서 최고위 등 당 지도부가 공관위 결정을 흔들려는 시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사퇴로 배수진을 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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