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의사의 코로나19를 대하는 방식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너무 불안해하지 맙시다

"집에서 한의원까지 걸어 왔어요. 버스 타기도 그렇고, 취미로 다니던 곳도 다 문 닫아서 갑갑해 죽겠어서요."

"다니던 스포츠센터가 문을 닫아서 늘 하던 운동을 못하니까 몸이 찌뿌듯하고 여기저기 아픈 데만 생기네요."

진정 국면에 접어 들것 같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무탈하게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느끼는 요즘이지요.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과 같은 개인위생에 신경 쓰면서 일반 감기환자는 감소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코로나19 자체에 의한 감염증보다 사람들의 마음과 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겠단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불안일 것입니다. 불안은 그 자체가 어떤 감정 상태라기보다는, 감정의 불균형함이 일정 수준을 벗어났을 때 생기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우울해도, 생각이 너무 많아도 우리는 불안해질 수 있지요. 그럼 지금 불안을 일으키는 실제 감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공포일 것입니다. 감염 확진자가 갑자기 증가하고, 사망자가 연일 발생합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 나도 모르게 환자가 되고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감정의 균형을 깨고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공포라는 감정은 '지志'란 의식 상태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志는 생각의 경험이 자기화 되어서 만들어진 굳건한 마음을 의미합니다. 글자를 파자하면 선비의 마음(士 + 心)이라 할 수 있는데, 올바른 선비야 말로 곧고 굳은 마음의 상징과도 같지요. 그런데 공포는 이러한 마음의 견고함과 생각의 뿌리를 흔듭니다. 믿어 왔던 것들에 대한 확신이 깨지면 우리는 본능적인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가장 만연한 것이 바로 불안의 투사이지요. 어쩌면 사실에 근거한 불안의 집단적 투사가 지금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통제가능하다고 믿었던 초기에는 국가기관의 역할이 중요했다면, 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현 단계에서는 국가뿐만 아니라 시민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단 생각을 합니다. 국가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시선은 놓지 않으면서,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하고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는 것이 이 사태를 빠르게 종식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소수의 사람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겠지만, 그 사람들에 대한 원망에 너무 큰 에너지를 쏟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각자의 방어력을 높이는 것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환자분들과 지인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의 일종입니다. 따라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과 함께 감기의 유행에 준해서 일상생활을 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이 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저산소, 저체온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앞서 환자들처럼 신체적 활동량이나 운동시간이 줄어들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가 되면 이런 상태에 빠지기 쉬워집니다. 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보니 충만한 호흡에도 문제가 생기기 쉽지요. 여기에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란 시기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쏟아지는 정보들로 인한 스트레스도 불리한 조건입니다. 안 그래도 병이 나기 쉬운 시기인데,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마음은 불안하고 운동도 제대로 못하니 우리 몸의 방어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지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서 운동할 필요는 없겠지만, 움츠러든 몸을 펴고 고루 움직이고 햇볕을 쬐는 산책 등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생냉지물生冷之物로 대표되는 차가운 음식과 날 음식을 조금 적게 먹고, 봄에 새로 나는 채소로 차린 음식을 고루 과하지 않게 먹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과음과 과도한 흡연, 그리고 야식은 삼가는 것이 좋겠지요. 환자들에게는 에너지를 더하고 폐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황기, 목과 기관지의 염증에 효과적인 도라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순환을 좋게 하는 육계 등에 소화를 돕고 피로를 풀어 주는 생강과 대추를 더해 차로 자주 마실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몸 상태에 따라 주치의의 조언을 참고해서 음용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금 일찍 자서 수면시간을 좀 더 늘리는 것과 과도한 정보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도 환자들에게 권하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접해서 과도한 불안상태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낮에 한번, 그리고 저녁에 한번 전하는 뉴스 정도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 전까지 ‘~더라’는 정보에 자신을 노출시켜, 수면시간을 줄이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겠지요. 차라리 그 시간에 좋은 책을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데카메론’과 같은 과거의 선배들이 남긴 경험담을 읽어도 좋고, 평소에 바삐 돌아다니느라 읽지 못했던 좋은 소설 한권도 좋을 것입니다. 아니면 이 기회에 질병과 인간의 역사, 혹은 국가란 무엇인가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책을 읽는 것도 좋겠지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흔들리지 않고 위기의 상황에서 그 원인을 파고드는 것과 같은 일들이 우리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고 이 상황을 해쳐나가는 힘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을 비유하는 말 중에 배달민족이나 백의민족과 같은 선민사상에 뿌리를 둔 말이나, 단일민족과 같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말을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홍익인간이란 말에는 꽤 많은 매력을 느낍니다. 홍익인간의 사상은 내가 살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에머슨의 시구와도 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은 확실하게 묻되, 불안을 투사하고 성내기보다는, 나 보다 조금 더 큰 우리를 생각하고, 차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힘을 모으는 것이 머지않아 끝나게 될 이 황량한 시절을 이겨내는 가장 인간다운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모두가 건강하게, 웃으며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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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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