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늘 새롭게 다시 읽어야 한다

[최재천의 책갈피] <황제들의 로마>

"한편, 조금 우울한 기분도 든다. 이제 로마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짙은 아쉬움에서 비롯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이다. 더구나, 21세기 프랑스의 베이비붐 세대는 고대문화에 대한 교양이 몹시 부족하다. 그 또한 열정으로 극복해야 한다. (저자)질 샤이에는 이런 열정을 나누고 싶어 했다."

브르타뉴 옥시당탈 대학 (로마사 담당 교수)베르트랑 랑송의 <황제들의 로마> 서문의 부분이다. 내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라 이름만 바꾸고 나면 어쩌면, 우리 역사에 대한 오늘의 인식이 이러하리라. 랑송 교수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해가 바뀌기 전 이 책을 소개하고 싶었다. 연말이면 다들 '올해의 책'을 선정하곤 한다. 물론 사람마다 평가의 기준이 다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왜 이 책이 '올해의 책'에 선정되지 않는 것인지. 이 또한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이다.'

책은 지도와 사진으로 빼곡하다. 저자가 로마 생활사 전문 학자려니 했다. 알고 보니 저자는 뛰어난 만화가로 유명한 사람이다. 이번에는 글과 그림을 혼자서 다 해냈다. "화가이자 지식인으로서 바라본 로마를 한 권으로 버무렸다."

책에서 저자는 로마 사람들이 '쿠리오숨'이라고 부르는 역할을 맡았다. 여행자를 흥미진진한 로마 세계로 안내하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플라비우스라는 안내인을 내세웠다. 고대 로마에서 원로원 위원들을 배출한 명문가 니코마쿠스집안 출신이다. 니코마쿠스 플라비우스는 실존 인물의 조부, 또는 증조부쯤의 시대 사람이다. 주인공 플라비우스는 아직 기독교를 인정하지 못하던 청년으로 서기 315년 로마를 방문한다. 315년은 콘스탄티누스 황제 즉위 10주년으로, 플라비우스는 황제의 비밀훈령을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글과 지도와 사진을 꼼꼼하게 대조하고 확인하는 길 만이 이 책을 가장 정확하게 보고 읽어내는 일이다. 저자의 정성과 편집자의 노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서양 역사의 뿌리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라면 로마사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늘 새로워지고 정확해져야만 한다. 이 책은 그 점에 있어서 탁월한 안내서다.

더불어 기억해 둘 만한 책이 한 권 있다. 2012년에 번역 출간된 알베르토 안젤라의 <고대 로마인의 24시간>이다. 이 책은 로마 사람들의 시간을 다루었다. <황제들의 로마>는 로마 사람들의 공간이다. 이렇게 시공간이 결합되었을 때 로마에 대한 이해가, 서양사의 뿌리에 대한 이해는 한결 깊어지고 그윽해질 것이다.

▲ <황제들의 로마>(질 샤이에 지음, 정진국 옮김) ⓒ이미지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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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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