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가 인간의 음경뼈를 없앴다?

[최재천의 책갈피] <은밀한 몸>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기 중 아무 생각 없이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손을 다시 꺼내 냄새를 맡았다. 장면을 중계카메라가 시청자들에게 전달했고, 몇몇 선수들은 기자들 앞에서 이 일을 평가해야 하는 곤란을 겪었다. 다들 재밌어했다. 완전히 몰입한, 긴장된 상황에서, 이 행동은 확실히 감독에게 큰 안정을 주었다. 그가 손으로 만졌던 물건이 맘에 들었고, 냄새 역시 흡족함을 주었던 것 같다. 순수 테스토스테론! 그렇다, 그와 그의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벌인 원시적 전투를 그는 그렇게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감독의 행위는 사실 무척 인간적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신체 구멍이나 주름 어딘가에 손가락을 넣었다가 냄새를 맡아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신체 구멍에서 나는 냄새는 때때로 향기롭지만, 또한 우엑 소리가 절로 나기도 한다. 배꼽 아래면 특히 더 그렇다. 그러면 즉시 속으로 묻게 된다. "냄새가 좋지 않은데, 뭐가 문제지?"

독일의 피부 및 비뇨기과 전문의 옐 아들러(Yael Adler)에게 '터부는 일용할 양식'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홀로 괴로워하고 부끄러워하고 그래서 침묵하는 사람들, 내밀한 곳에 생긴 종기, 가려운 엉덩이, 성병 의심, 침대에서의 문제, 몸에서 나는 냄새, 방귀, 변비, 과도하게 많은 털, 무좀 등"과 같은 터부를 말할 용기, 그것을 북돋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새삼 느끼지만 우리는 우리의 몸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한가. 이를테면 이런 부분. 다른 포유동물들에게는 아직도 음경뼈가 남아있다. 그런데 인간은? "애석하게도 진화는 음경뼈를 없애버렸다. 그리하여 발기부전 주제가 높이 떠올랐다." 음경뼈가 왜 사라졌을까?

"놀라지 마시라, 음경뼈는 일부일처제 때문에 사라졌다! 오늘날 남성은 경쟁자가 끼어들기 전에 서둘러 여성에게 임신시키기 위해 늘 발기된 상태로 준비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 짝짓기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기회가 생길 때마다 즉시 이용해야 하고, 시간 압박 아래에서 정확히 성공해야 했던 시절에는 음경뼈가 특히 중요했다. 또한, 우리 조상의 음경뼈는 호스 모양의 요도가 손상되지 않게 보호해주었다. (...) 일부일처 덕분에 성병 전염도 드물다. 일부다처라면 성병이 금세 퍼져 부족 전체를 위험하게 했을 터이다. 이런 위험을 피하는 대신에, 오늘날의 뼈 없는 음경은 필요할 때마다 오로지 혼자 힘으로 딱딱해져야 한다."

독일 의학과학서 분야 1위였다는데 선뜻 이해가 된다.

▲ <은밀한 몸>(옐 아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북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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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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