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선고하겠습니다.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를 듣는 순간 '부정의'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2024년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시민들과 국회의원 등에게 총을 들이민 친위쿠데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게 무기징역 선고가 부정의하고 불쾌했던 이유는 양형 사유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선고하면서 "범죄 전력이 없으며, 65세로 고령이다. 한편, 위와 같은 정상 중 피고인 윤석열의 계획이나 지시가 실제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 윤석열의 국회 기능 정지 목적이 달성되지 못한 사정 등은 내란범이 위험범이라는 점에 비추어 제한적으로만 고려한다"고 했다.
법정최고형을 구형하지 않은 사유가 일반사범에게 하는 것과 같다니! 귀를 의심했다. 12월 3일 한국에 사는 모든 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날이 떠올랐다. 더구나 실제 국회 안에 있거나 밖에 있던 시민들에게 국가폭력을 행사했던 군인들이 있었음에도 이 범죄를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 아닌가. 나도 당시 국회 앞에 있었기에 경찰과 군대의 폭력을 똑똑히 보았고, 군대 앞에 섰던 시민들의 분노와 인권을 지키려는 그 결심을 느꼈다.
인권활동가의 윤석열 무기징역에 대한 생각
물론 인권운동을 오래 해 온 나는 사형제에 반대한다. 윤석열에게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지귀연 판사가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가 국내외 인권기구의 권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형제는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므로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한국은 1990년에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약칭 자유권규약)에 가입했고, 생명권은 6조에 명시된 권리다. 오랫동안 국제인권기구는 사형 집행은 오판이나 실수가 돌이킬 수 없고 사형집행 유예가 인간 존엄성 존중과 인권의 증진 및 점진적 발전에 기여하며, 사형제가 범죄 억지력으로 작용한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엔 총회에서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안도 채택했고, '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이하 사형제폐지 선택의정서)도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전쟁범죄나 반인도적 범죄, 제노사이드 같은 범죄의 심각성과 잔혹성에 대응하고자 만든 국제형사재판소(ICC)에도 재판소가 선고할 수 있는 최고형은 종신형뿐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선고할 수 있는 형의 종류에서 사형은 없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이래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지도 않았고, '사형제 폐지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도 않았다. 2023년 11월 자유권 규약 심의 결과 유엔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사형제를 폐지하고 '사형제 폐지 선택의정서'를 비준하라고 권고했다. 수용하지 않았다. 윤석열이 대통령이었던 때다.
한국은 자유권 규약에 비준한 나라이고, 헌법 6조 1항에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된 만큼,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는 사형을 구형하지 않는 사법적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법원에서 자유권규약(권고)를 근거로 한 판결은 3124건,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권리규약(사회권규약) 13건, 인종차별철폐협약 3건, 여성차별철폐협약 8건, 고문방지협약 16건, . 아동권리협약 17건, 장애인권리협약 4건이다. 지귀연 판사가 사형을 선고하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선례는 충분했다. 그런데 그는 인권 규약이나 인권 기준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게 아니다. 인권단체가 1심 선고에 분노한 이유다.
친위쿠데타는 국가폭력
지귀연 판사의 판결은 정의롭지 않을 뿐 아니라 인권적이지도 않다. 그는 "피고인 윤석열이 사전에 군·경을 동원한 작전이나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의 국정 운영에 대해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이 사건 비상계엄의 지속시간은 비교적 짧았다"고 판단했다. 불법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머릿속에만 있었던 실행된 것임에도 허술하다는 이유로 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력을 자제했다는 판단은 사실과 다르다. 약 20만 발가량의 실탄이 나갔고 국회로 출동한 헬기에도 실탄이 적재됐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더구나 비상계엄이 금방 끝난 것은 범죄자 윤석열 때문이 아니라 국회 앞에 있던 시민들과 국회 안으로 애써 들어간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의 저항 때문이다. 군대를 동원한 국가폭력이 저절로 중단되거나 윤석열이 무력을 자제한 것이 아니라, 민중들이 저지한 것이다.
정치인 등 체포조 활동을 안 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로 종료된 것이다. 사실관계를 부정했다. 사실관계조차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피고인의 편에 서서 판결한 것이다.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로 윤석열의 입장에서 쓴 것이다. 윤석열이 다수당인 야당 때문에 행정부의 뜻이 관철되지 않아 답답했던 것이 정당한 일이란 말인가. 전시도 아닌데 비상계엄을 통한 통치가 '성경을 읽는 것'처럼 성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한마디로 대통령의 입장이 정당하다는 해석이다.
헌법에 삼권분립을 명시한 이유 중 하나는 입법부이든 행정부이든 국가권력이 독주하지 않아야 시민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고 국가폭력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정부 마음대로 입법부인 국회가 대통령의 의중에 안 따른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최소한도 인정하지 않은 독재자의 논리다.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의무는 사회성원들의 인권보장이다. 시민을 지배하라고 국가권력 통치권을 위임한 것이 아디다.
친위쿠데타는 국가폭력이다. 대통령에게 군 통수권이 있기에 그것을 사용하여 국민과 국회를 제압하려 했던 국가폭력이다. 저항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단지 국민만이 겪었던 공포가 아니다. 비국민으로서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나 여행을 온 관광객의 목숨과 자유를 앗아가는 폭력적 상황이 비상계엄이었고 포고령이다.
여순항쟁, 제주4·3항쟁, 광주항쟁 등은 모두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국가폭력을 행사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또한 12월 3일에 비상계엄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중상이 아니어도 경상을 당했다, 군사독재 경험이 있는 한국에서, 광주학살을 경험한 광주나 제주 등에 사는 지역민들은 더욱더 밖을 나가지 못할 만큼 떨 정도로 심리적 정신적 충격이 컸던 것을 애써 외면한 판결이다 .
일반범처럼 고령과 범죄 전력 없음을 감경 사유로 든 것도 황당하다. 판사가 권력독재 친화형임을 말해줄 뿐이다. 12·3 불법 비상계엄은 선거로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시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중대한 사건이다. 따라서 내란우두머리가 고위공직자이기에 가능했던 범죄라는 점에서 그들의 공직생활은 감형 사유가 아니라 가중사유가 되어야 한다. 집단학살과 전쟁을 저지른 독일의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것은 쿠데타가 아니라 대통령이 그의 지지가 높아지가 총리로 임명하면서다. 합법적 절차에 의해 권력자가 되었어도 언제든 독재자가 될 수 있음을 역사는 말해준다.
이번 판결은 국가폭력에 대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가해자에 대한 불처벌은 정의와 인권을 침해한다. 1997년 UN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불처벌에 대한 반대 투쟁전략을 제안했고, 이는 '불처벌 반대를 통한 인권보호원칙 (2005, E/CN.4/2005/102/Add.1)'으로 정리된다. 국가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이 필요하고 그것은 피해자 회복에 도움이 되며 진실에 대한 권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불처벌에는 터무니없이 가벼운 형벌도 불처벌로 간주한다. 물론 무기징역은 가벼운 처별이 아니지만 판결문에서는 비상계엄의 심각성을 부정하고 있기에 문제다.
불법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심지어 지귀연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판례와 국민 상식을 뒤엎고 있다. 비상계엄을 할 정도로 한국이 위험한 상황이거나 전시 상황이었는지, 헌법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판단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저 헌법에 비상계엄 선포권한이 있으니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궤변이다. 비상계엄과 포고령은 집회시위, 언론출판의 자유, 이동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할 수 있다. 그는 단지 국회에 군대를 동원한 것만이 문제라는 모순된 주장을 한다.
한국도 가입돼 있는 자유권 규약에서는 부분적 비상계엄이든 전국적 비상계엄이든 유엔 사무총장을 통하여 시민권을 제한한(이행정지한) 내용과 그 이유를 즉시 통지하도록 돼 있다. 윤석열은 유엔에 통지하지도 않았다. 비상계엄은 내란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은 친위쿠데타의 재발가능성을 준다. 윤어게인을 외치는 사람들의 논리(비상계엄은 합법)를 수용한 판결이다.
내란가담자 무죄는 국제인권기준에 맞지 않아
끝으로 아쉬운 것은 내란 가담자인 목현태와 윤승영에 대한 가벼운 판결이다.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이었던 목현태에게 내란죄와 직권남용을 인정하면서도 3년만 선고한 것은 심하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불법 비상계엄을 성사시키려는 주요 임무를 행사한 사람이다. 심지어 국회경비대장임에도 국회의원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 출입을 통제했다. 재판부는 총경급의 지위도 낮게 보았는데, 사실 현장에서 경찰이 시민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권한을 진두지휘하는 게 총경이다.
더구나 노동자들은 집회만 해도 3년을 선고하는 법원이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인데 3년이라는 가벼운 형량을 선고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2021년 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경비대로 일한 94세의 노인을 법정에 세웠던 것과 대조된다.
또한 재판부는 윤승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을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는 언제든 최고권력자가 하부직원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는 점에서 문제다. 지귀연은 "포고령 위반 사범을 검거하기 위해 체포조가 국회로 출동한 것으로 오해해서 그 지원 요청에 협조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다"며 합리적 의심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당시 상황을 왜곡한다. 포고령도 계엄령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전시 상황도 아니라는 것은 윤승영이 판단할 수 있다. 더구나 군대를 동원해 독립적인 국가기관이 국회에 들어가는 행위의 위법성을 고려하기 어려웠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이러한 처벌은 법보다 상관의 명령을 중시하는 경찰 내부의 관행을 바꿀 수 없다.
국가폭력을 어떻게 부인하는지를 다룬 스탠리 코언의 저서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States of Denial)는 국가폭력 가담자들이 사용하는 세 가지 부인을 분석한다.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문자적 부인', 사실은 인정하지만 다른 해석을 붙이는 '해석적 부인', 사실과 그 해석은 부정하지 않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을 정당화하는 '함축적 부인'으로 나뉜다. 윤석열과 김용현 등 내란 우두머리나 내란주요임무종사자만이 아니라 가담자들은 모두 세 가지 부인 중에 하나 이상을 사용한다. "계몽령"이란 표현이 그렇고 포고령과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몰랐다는 부정은 해석적 부인이며, 책임이 나에게 없다는 것은 '함축적 부인'이다. 아직도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와 반성도 없이 이렇게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는데 가벼운 형량은 인권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세계의 극우화로 트럼프처럼 선출된 독재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귀연 재판부의 판결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한다고 평가할 만하다. 국가폭력을 부정하며 범죄자들에게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재발의 위험을 높인다. 2심 재판부는 친위쿠데타가 국가폭력이라는 점에 염두하여 엄중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와 인권을 보호하고 당시에 고통받았던 모든 이들의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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