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수사 아니다" 靑 해명에도 의혹 '눈덩이'

송병기 "양심 걸고 사실 아니다", 靑 "제보자 신원 밝히면 불법"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의 첩보 최초 제보자로 지목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시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김 전 시장 비리 첩보를 제보한 것은 양심을 걸고 단연코 사실 아니"라고 항변했다.

송 부시장은 이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날 청와대가 발표한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제보 경위 이첩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점과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17년 하반기쯤으로 기억되며 당시 총리실에 근무하던 청와대 A 행정관과 안부 통화를 하다 울산시 전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시장 측근 비리에 대한 얘기가 언론과 시중에 떠돈다는 일반화된 얘기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라고 했다.

청와대에 제보한 '김기현 비리 의혹 첩보' 내용에 대해서도 "2016년부터 건설업자가 수차례 울산시청과 경찰청에 고발한 사건"이라며 "언론을 통해 시민 대부분에 알려진 사건이고 일반화된 내용으로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과 청와대 행정관이 만나 "일반적 얘기만 나눴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A 행정관과의 만남 당시 누가 먼저 김 전 시장 관련 정보를 요구했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가 전달됐는지 등에 대한 의혹이 여전한 데도 송 부시장은 입장문만 발표한 뒤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회견장을 떠났다.

송 부시장은 A 행정관과의 전화 통화만 언급했을 뿐 청와대가 제보 받은 경로로 지목한 SNS에 대해서 밝히지 않아 이 같은 의심을 키웠다. 전날 청와대는 A 행정관이 2017년 10월 경 스마트폰 SNS을 통해 김기현 전 시장 측근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 받았다고 밝혔다.

또 전날 청와대가 송 부시장과 청와대 A 행정관의 관계에 대해 '우연히 캠핌장에서 만나 알게 된 사이'라고 발표한 것과 달리, 송 부시장은 "서울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이후 가끔 친구와 만난 적 있었고, 통화도 간헐적으로 한두 번 하는 사이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A 행정관을 이날 오전 소환해 송병기 부시장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경위와 이후 정보 전달 과정 등을 조사했다.

A 행정관이 먼저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밝혀지면 '선거 개입' 의혹이 증폭되고, 보고용으로 정보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법리적 판단까지 곁들였다면 '하명 수사' 의혹이 커질 수 있다.

靑 "거짓 사실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최초 제보자가 송철호 시장의 측근으로 드러나 파문이 번지자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윤도한 국민소통 수석은 전날 발표한 '김기현 첩보' 관련 자체 조사 결과와 송 부시장 진술이 엇갈리는 데 대해 "(청와대는) 어제 조사 결과 발표는 조사된 내용 그대로를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청와대는 내부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가 거짓을 사실처럼 발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밝히지만 청와대 하명 수사는 없었다"며 전날 발표한 조사 결과가 왜곡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보자인 송 부시장이 송철호 현 울산시장 측근이기 때문에 일부러 제보자 신원을 감춘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선 "만일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혔다면 그건 불법이 될 수도 있다"며 "언론은 청와대가 제보자를 밝히지 않았다고, 즉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보자 신원 공개를 안 한 게 아니라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윤 수석은 거듭 "만일 청와대가 제보자의 동의 없이 신분을 밝혔다면 언론은 어떻게 보도를 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참모들은 있는 그대로 조사된 대로 밝힌다는 판단이었다"며 "정무적으로 판단해서 '이렇게 하면 불리할 것 같으니까 빼자' 그러면 진실성이 의심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보 내용이 담긴 원 기록물을 공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송 부시장이) 동의하신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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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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