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황교안 위로방문 "통합 얘기 전혀 없었다"

유승민 "패스트트랙, 의원들 힘 합쳐 막아야"…손학규 측, 변혁 징계 추진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위로하고 '패스트트랙 법안' 공조를 제안했다. 이른바 "우파 대통합" 또는 "보수 재건"의 우선적 대화 상대로 꼽히는 두 사람의 만남에 시선이 쏠린다.

유 의원은 26일 아침 8시 50분께 청와대 분수대 앞에 있는 황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찾아 약 3분간 대화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를 만나 자신이 "문제가 되고 있는 선거법,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쳐서 막아야 하니까 국회에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황 대표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기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빠른 시간 안에 단식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수 통합 관련 이야기도 나눴느냐'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면서 이날 만남 이전에 최근 황 대표와 접촉한 바도 없다고 했다.

유 의원은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이끌어 왔고, 지난 14일 변혁 대표에서 사임했으나 여전히 주도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변혁은 한국당이 추진하는 "우파 대통합"(황교안 대표, 11월 6일 긴급기자회견)의 우선 파트너로 고려돼 왔다. 그러나 황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을 공개 제안한 후에도 '유승민의 보수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 기치 △헌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에 대해 별다른 화답을 보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변혁 측이 별도 신당 창당에 착수하면서 보수 통합 논의는 멈춰선 상태다.

한편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변혁 소속 국회의원 15인과 김철근 전 대변인 등 변혁 인사들에 대해 징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 창당을 논의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해당(害黨)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다.

우선 징계 대상은 유승민·오신환·유의동·권은희 의원 4인. 유 의원은 변혁의 사실상 좌장이고, 오 의원은 현직 변혁 대표이자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이며, 유의동·권은희 의원은 변혁 신당기획추진단 공동단장을 맡고 있다. 유 의원을 포함한 3인은 바른정당계, 통칭 유승민계로 불리고, 권 의원은 안철수계로 분류된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당권파가 저를 원내대표에서 축출하기 위한 공작을 벌이고 있다"면서 "손학규 대표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당 윤리위를 비난했다. 오 원내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 오신환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원내대표인 저 때문에 본인들 뜻대로 '의석 나눠먹기 야합'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손 대표가 저를 원내대표에서 끌어내릴 방법은 없다. 원내대표는 손 대표가 임명한 사람이 아니라 국회법과 당헌당규에 따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직선으로 선출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는 더 이상 추태를 부리지 말고 즉각 정계에서 은퇴하라"며 "손 대표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당을 떠난다면 저 또한 신당 창당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바른미래당 재활 작업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쏘아붙였다.

바른미래당은 정치권에나 대중들에게나 '안철수계와 유승민계의 합작 정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현재의 손학규 지도부는 양대 계파와 모두 등을 돌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윤리위를 통한 징계 및 당직 축출 작업 등을 진행 중이다. 손 대표는 안철수계의 지원으로 대표에 당선됐으나, 안철수 전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후 출국하자 안철수계와 거리를 둬 왔다.

▲ 26일 오전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 앞 농성장을 찾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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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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