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노동 절망"

[현장] 문 정부 들어 최대 인파 몰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노동개악 중단, 노동기본권 쟁취 등을 요구하며 노동자 10만여 명이 모였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앞둔 9일,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 남단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경색된 노정관계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문재인 정부 들어 최대 인원이 참석한 노동자대회였다. 마포대교 남단부터 여의도 공원을 따라 1.2km 거리 10여 개 차로에 사람이 들어찼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안이 국회에 올라있고, ILO 협약 비준 대신 사업장 점거 금지, 단협 유효 기간 연장 등 노동조합법 개정이 제시되고 있는 탓에 이날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분쇄', '노동기본권 쟁취' 등을 강조했다.

"탄력근로제 연장, 노조파괴법 제정 등 노동개악 시 총파업"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후퇴를 비판하며, 탄력근로제를 연장하거나, 사업장 점거 금지, 단협 유효 기간 연장 등 '노조파괴법'을 제정할 시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 노동자는 상대의 입이 아닌 일하는 손과 발로 평가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의 정신을 이을 것이라며 출범 직후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말이 아닌, 실제 완수한 과제가 몇 가지나 되나"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노동 존중 사회'에 대해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외침에 탄력근로제 개악안을 던지고, ILO 핵심 협약 비준 요구에 노조파괴법을 던자면 국회는 누가 더 개악하나 다툰다"며 "정부가 노동개악 운을 띄우면 국회가 더 많은 개악을 요구하는 '노동절망 사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다른 정부 국정과제인 ‘차별 없는 좋은 일터’에 대해 "비정규직 차별 시정과 산재 예방은 말만 남았고, (기간제 노동자) 사용 사유 제한은 말조차 날아가 버렸다"며 현재 4개월 넘게 싸우고 있는 톨게이트 노조를 언급하며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도 무시한 채 비정규직 자회사를 강요하고, 질 것이 뻔한 소송으로 시간과 돈을 허비해 차별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정규직 전환 정책 실종과 최저임금 1만원 포기,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로 모두 뒤틀리고 있다"며 "이것도 모자라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노조법까지 개악하려드니, 적폐 야당은 부끄러움을 모른 채 아예 헌법 정신을 짓밟아 노동법 자체를 무력화하겠다고 떠들어 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정부와 자본이 탄력근로제 개악과 노동조합법 개악으로 우리 100만 조합원과 2천만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짓밟는다면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총파업 투쟁으로 반격에 나서겠다"며 "노동자의 자긍심을 걸고 노동기본권 쟁취와 비정규직 철폐, 사회공공성 강화와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총파업 투쟁으로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 여의도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길이 이렇게 험난한지 몰랐다"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 겸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도 연단에 올랐다.

도 부위원장은 "오늘 노동자대회에 오면서 근로기준법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던 49년 전 전태일 열사가 이 나라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생각했다"며 "대법원 판결이 났음에도 지키지 않는 이 나라가 49년 전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도 부위원장은 "이강래 사장이 분명히 본인 입으로 사장은 국토부 지시와 청와대 결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기는 권한 없는 바지사장이라고 했다"며 "그래서 저희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무실에서 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도 부위원장은 "청와대로 가는 길이 이렇게 험난할지 몰랐는데, 어제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길에 13명의 소중한 동지가 연행됐다"며 "우리는 끌려가는 것 하나도 무섭지 않고 이대로 죽는다고 해도 이 투쟁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집회가 끝난 뒤, 10만 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은 국회로 행진해 국회대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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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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