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國酒 마오타이 이야기

[최재천의 책갈피] <신이 내린 술 마오타이>

"향기로운 마오타이주가 기름처럼 진하니/벗 서넛을 불러 작은 배를 샀다/취하여 푸른 물결에 쓰러져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가/늙은 어부가 부르는 소리에 깨어보니 어느덧 갈고리달 기울었다." 마오타이를 노래한 루위즈루의 시다.

마오타이는 '국주(國酒)'다. 국공내전당시 홍군의 여전사 리젠전의 회고다. "대장정 도중 마오타이진을 지날 때 그곳에서 생산되는 술을 마시고 피로를 씻어냈다. 이를 본 저우언라이(周恩來) 동지가 '무슨 술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우리는 알 수가 없었다.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저우 동지가 '이게 바로 19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파나마 태평양 만국박람회에서 금상을 받은 마오타이 술'이라고 가르쳐주었다."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축하하는 국연(國宴)이 북경반점에서 열렸다. 행사의 책임자는 저우언라이. 꼼꼼한 그는 요리사 선정부터 시작해 메뉴, 술까지 직접 챙겼다. 마오타이주의 맛과 향을 단 하루도 잊지 못하던 그가 개국 국연의 연회주로 마오타이주를 택한 것은 당연했다.

약 30개 공정, 165개 기술단계, 5년의 숙성 시간을 거쳐 태어나는 마오타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피어오르는 향기 속의 빛깔을 보는 것이 감상의 첫 단계이다. 장향(醬香)을 즐기는 것이 두 번째 단계.

향을 즐겼으면 이제 맛을 볼 차례다. '일민이잡삼가(一抿二咂三呵)'라는 삼 단계 법이다. 일민이란, 술잔을 입술에 대고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는 숨을 내쉬어 술이 입안에서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것이다. 이잡이란, 입술에 대고 가볍게 후루룩 들이마시는 것이다. 삼가란, 입안에 향이 가득 차 있을 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것으로 술 향이 비강에서 은은히 뿜어져 나가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빈 잔을 손에 쥐고 남은 향을 다시 맡는다. 이로써 마오타이주의 감상은 완성된다.

언젠가 국회외교통일위원장과 함께 구이저우 천민얼 당서기를 예방했을 때의 일화다. 페이톈(飛天) 마오타이의 특징 중 하나는 병 주둥이에 붉은 띠가 묶여있는 것. "띠에 적힌 번호가 높을수록 좋은 술이라는데, 오늘 밤 1번 술을 마실 수 있겠습니까", "내일 마오타이 회사에서 확인 하시죠"하며 웃음으로 답했다. 한국 사회에 널리 잘못 알려진 마오타이에 대한 속설 중 하나다. 20번까지의 번호가 그저 품질검사원의 표시일 뿐인데. 오늘 마오타이주가 자리한 쭌이시(遵義市)후홍청(胡洪成)상무(常務)부시장과 만찬이 있다. 마오타이를 마실 거다.

▲ <신이 내린 술 마오타이>(왕중추 지음, 예영준·송민정 옮김)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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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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