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금강산 발언', 문재인 '평화경제' 거부 신호?

청와대·통일부 "북한 의도 명확한 분석이 먼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에 있는 남한 자산을 몰수 및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의 의도와 관련한 분석이 좀 더 필요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위에 참석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발표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을 좀 해보고 정확한 맥락에 대해 파악한 뒤 통일부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련 발표를 하면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과 금강산 관광 협력사업을 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이례적인 언급을 했기 때문에 이번 발표에 대해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 땅이 아깝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장관은 현재 남북관계의 소강 국면도 김 위원장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특위에서 김 장관이 "북이 남쪽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는데 금강산 관광도 그 일환으로 본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지구를 현지지도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청와대 역시 김 위원장의 발언이 금강산 지구 내 남한 자산에 대한 확정적인 입장인지와 관련,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등 명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먼저"라며 "(북한과)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은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금강산을 고리로 남한에도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기대를 접은 것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 이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암울하다고 보는 평가도 있지만, 지금처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적으로 협의하고 협상 의지를 가져가는게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상당히 많은 걸로 안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간 평화경제를 구축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이후에 김 위원장이 이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은 사실상 문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는 식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대통령의 말에 대한 호응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일부에서는 북한과 금강산 자산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이 요청을 할 경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그리고 남북합의의 정신, 또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실제 이날 발언대로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자산에 대한 몰수 및 철거에 착수할 경우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위반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제기된다.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종료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금강산의 남측 자산에 대한 몰수조치를 해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변인은 "평양 공동선언의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계속해서 이행해 나가야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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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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