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홍콩인권법'을 우려한다

[기고]미국의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HKHRDA)에 대한 비판적 분석

홍콩 시위에 성조기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중국 정부의 폭력에 저항하는 많은 홍콩인들이 미국이 개입해 이를 막아주길 바라고 있다. 그런 주장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일부에서는 미국의 홍콩인권법에 대해 신중하자는 입장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하원에서 홍콩인권법(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 HKHRDA)가 통과됐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홍콩 이민자 2세 캐시 리 변호사와 홍콩 출신 연구자 및 활동가 모임인 라우산이 이에 관한 칼럼을 썼다. 원제는 <미국의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다. <프레시안>은 원저자의 동의를 얻어 번역본을 게재한다.

지난 6월 시작된 홍콩 시위는, 홍콩을 중국 정부의 사법체계에 포함시키는 '범죄인 송환 조례'를 강행 통과시키려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시도에 맞서 시작됐다. 이 조례는 홍콩의 자치의 원칙 중 하나를 위반하는 것이었다. 이제 조례안은 철회됐다. 하지만 홍콩 시민은 그들의 삶에 진정한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적 정치를 요구하며 거리에 남아있다.

지금까지 홍콩과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경찰의 폭력으로 대처하고 있다. 많은 홍콩인들이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주길 바라며 로비해온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HKHRDA, 이하 홍콩인권법)이 15일(현지시각)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 1992년 제정된 '홍콩 정책법'에 근거해, 미국이 홍콩과의 분리된 무역·외교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홍콩 자치'에 대한 연례 평가를 수행할 것
홍콩인들을 중국 본토로 강제 송환한 것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사람들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부동산 자산을 동결할 것
시위 활동으로 체포된 홍콩인에 대한 비자 거부권을 포기할 것
홍콩이 미국의 수출 규제와 제재를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연간 평가를 수행할 것

홍콩인권법의 표면적 목적은 홍콩인들을 중국으로의 송환으로부터 보호하고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률이 언제나 본래 의도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입법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문자 그대로만 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 '다른 의도'를 가지고서 말이다.

이런 의심과 우려는 미국이 공격과 착취, 배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인도주의적 법률'을 이용해왔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정책을 바꿔버리거나 뒤집을 수도 있다. 홍콩의 노동운동가 아오룽위(區龍宇)는, "외세를 자초하려 한다는 점에서, 법안은 빠르게 상정되겠으나, 사실상 '외세'와 베이징은 같은 스크립트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국제 정세 속에서 홍콩인권법이 어떻게 적용될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홍콩인권법 통과 촉구 행진 웹자보

홍콩인권법, 미국 이민 당국과 국경 당국의 힘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지 않을까

홍콩인권법의 제4조(b)는 2014년 우산혁명 중 체포, 구금 또는 기소된 모든 사람들을 미국 입국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법안은, 주홍콩 미국 영사관이 그 개인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 목록을 우호국들과 공유하는 것도 허용한다.

이 지침은 대다수 홍콩 시위 참여자들의 익명성이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 그 데이터베이스에 국가 권력이 부적절하게 접근한다거나 혹은 국가권력에 전송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의 수많은 사례, 공공병원과 홍콩 경찰 간 환자 데이터 유출이나 미국 세관과 국경 보호국에 의한 국경 횡단자의 유출과 같이 어떤 정보도 진정으로 보호되고 있지 않다. 홍콩인권법은 홍콩 시민의 활동에 대한 또 다른 국가의 감시와 억압이 될 수도 있다.

또 미국 정부의 약속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현재 미국 정부는 홍콩 시위대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동정하고 있지만 이 입장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다카(DACA :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프로그램(2012년 오바마 행정부 시기 만들어진 정책으로 16세 이전에 미등록 부모를 따라 미국에 입국했던 31세 미만 미등록 이주자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것.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9월 이를 폐지했다)의 수폐를 받았던 사람들이 그런 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지문 등의 개인정보가 담긴 100만에 가까운 다카 수혜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5년 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 정책을 폐지하면서 이 데이터베이스는 수혜자들을 추방하는 강력한 근거가 됐다.

홍콩인권법 제7조는 '신뢰할 만한 정보'에 근거해 2016년 홍콩 서점상 납치 사건의 책임자들을 포함해, 홍콩인들을 중국 본토로 납치·송환한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간주되는 인물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마찬가지로 잠재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제재와 이민 금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데이터베이스는 홍콩인들의 인권을 침해한 자들을 제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범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미국이 종종 보다 광범위한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겉보기에 '인종중립적' 법들을 활용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1942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행정명령 9066'을 떠올려보자. 이 행정명령은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간주된 사람들의 체포를 승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명령은 아무런 제한 없이 12만 명의 일본인을 투옥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근거가 됐다. 1913년 캘리포니아 주의 '웹-헤이니 법안'(외국인 토지법)도 그런 예로 들 수 있다. 이 법안은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외국인이 부동산을 구입하고 임대하는 걸 금지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법은 캘리포니아 주와 기타 14개 주에서 일본인 이민자들과 시민권을 가진 그들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했다.

홍콩인권법 제7조와 마찬가지로 행정명령9066과 외국인토지법은 '인종 중립적'이었다. 지난 역사에 비춰봤을 때 홍콩인권법이 정말 인종 중립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을 수 있나.

홍콩 시위가 미국의 대외 정책의 하나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우리는 홍콩인권법이 홍콩 시민의 자기결정권을 위한 투쟁을 미국의 대외 정책의 하나로 대체될지 모른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홍콩인권법 제3조는 이 법안의 목적이 미국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임을 명백하게 밝히며 홍콩 시민의 이익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이 법안은 미국의 이란 제재를 홍콩이 얼마나 준수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는 이란 민중을 위협하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의 전문가도 이 제재가 국제 인권 규범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인권 유린에 저항하는 홍콩인들의 투쟁을 이란인들의 인권 유린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는 것은 기만이다. 인권 유린을 저지르는 정부가 아니라, 인권 유린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연대해야 한다.

홍콩인권법 제6조 (c) 1.A 항목은 여기에서 더 나아간다. 이 조항은 "홍콩 정부가 미국-홍콩 간 도주 범죄자의 양도를 위한 협정을 관리하는데 '법적으로 유능한지'에 대해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조항대로라면 홍콩 정부가 미국의 반체제 인사들이나 에드워드 스노든과 같은 내부 고발자들을 미국에 송환해야 한다. 노동 운동가 아오룽위는 이렇게 되묻는다. "외국 정부를 도와 그들의 반체제 인사를 박해하는 게 반송중 운동(홍콩 시위)의 원래 목적이었습니까? 우리의 원래 목적은 인권을 침해하는 송환 정책에 맞서는 것 아니었던가요?"

우리는 특히 법안 제4조을 주목한다. 이 조항에는 1992년 미국 정부가 제정한 '홍콩 정책 법안'에 의해 '특별대우'라 정의된 자치성이 충분히 작동되고 있는지 해마다 평가하도록 한다. '특별대우'에는 우호적인 교역 조건, 양자간 관계 및 상업·교통·교육 교류를 목적으로한 '주권체' 인정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 법은 미국 대통령이 홍콩 자치권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권한을 부여한다. 즉, 미국 법에 따라 홍콩의 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다.

홍콩 내에는 홍콩인권법을 지지하는 많은 홍콩인들이 있다. 그들은 홍콩의 특수 지위가 박탈되는 것이 이 특수 상태로부터 이들을 취해온 중국의 개입과 인권 침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도 역시 홍콩의 특수한 상태로부터 이득을 취해왔다. 미중 관계의 역사는 미국의 경제적인 사리사욕이 인권에 대한 우려를 언제나 앞질러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1979년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가 더 큰 가치가 있다 판단하고 돌연 대만 정부를 합법 정부로 불인정했던 것을 기억해야한다. 같은 해 미국은 중국을 '최우호국가' 무역 관계로 상정했다.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의회의 연례 검토를 받으며 넘쳐 흐르는 인권 탄압의 증거를 찾았음에도 중국과의 무역을 지속하기 위해 매년 유예조치를 취했다. 2000년에 들어 이러한 보고 요건을 없애고 중국과 영구적인 정상 무역관계를 수립했다. 홍콩인권법 제4조의 연간인증은 이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경제적인 이득에 따라 약속을 준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홍콩의 운명을 미국에 맡길 수는 없어

홍콩 시민이 직면한 문제는 단지 지역적인 것이 아니라 국제 정치의 장 위에 놓여있다. 홍콩의 모순적인 지배구조를 이끌어 온 역사적·지정학적 맥락과, 그 짐에서 벗어나고자 투쟁하는 홍콩인들, 이를 저지하는 홍콩과 중국 정부의 폭력,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홍콩인들이 일말의 보호라도 제공할 수 있는 외부의 개입을 바라고 있다. 홍콩인권법이 이런 면에서 이점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홍콩의 운명을 또 다른 제국인 미국의 손에 맡기는 정책에는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

<필자소개>

원저자 캐시 리(Kasie Lee)
이 글의 초안을 작성했다. 홍콩 이민자 2세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형사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최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지역 아시안 형사 변호사 협회장으로 활동했고, 로스앤젤레스 아시아태평양 공익 보호 협회장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공익보호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한 바 있으며, 미국 아시아태평양 법률인협회(National Asian Pacific American Bar Association)에서 12년 간 활동해왔다.

저자 라우산(流傘)
홍콩과 그곳의 디아스포라들로 이뤄진 작가, 연구자, 활동가 집단이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캐시 리의 초안에 살을 붙여 이 글을 완성했다. 개혁주의자도 있고 급진주의자도 있다. '홍콩의 안전과 자유에 대한 진심어린 갈망' 단 하나의 가치로 뭉쳤다. 라우산은 홍콩 시위를 제국주의와 경계의 논리에 맞선 투쟁의 모델로 봄으로써 홍콩이 탈식민주의적 자기결정을 이루기 위한 희망을 가지고 홍콩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홍콩인권법에 대해 사유의 가능성을 확장해 홍콩 사람들과 해외의 지지자들이 홍콩 시위에 대해 좀 더 명료하고 깊이있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썼다.

번역 홍명교
진보네트워크센터 기술팀 상근활동가이며, 동아시아사회운동공부모임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다. 한국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기존의 동아시아 담론의 난맥상을 뛰어넘는 실천의 네트워킹과 사회운동의 국제주의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동아시아 각국의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고 연대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