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도쿄 '스기나미의 변혁'을 불러왔던 기시모토 사토코(岸本さとこ) 도쿄도 스기나미구 구청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특정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채 주민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이뤄낸 변화가 4년 뒤 압도적인 구민들의 지지로 이어졌다.
29일 스기나미구 구청장 선거 개표 결과 기시모토 현 구청장이 10만 6487표를 받아 52.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자민당의 추천을 받은 오와다 신(大和田伸) 후보가 4만 6250표로 2위를 기록했고 이미 세 번 구청장을 역임했던 다나카 료(田中良) 후보는 3만 3259표를 획득해 3위에 그쳤다. 정치 신인으로 불리는 마스다 요시히코(増田よしひこ) 후보는 1만 5877표를 얻었다.
나머지 세 후보의 득표를 다 합한 것보다 많은 표를 받은 기시모토 현 구청장의 압도적 승리를 두고 지난 4년 간 구정에 대해 구민들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22년 첫 출마 당시 기시모토 구청장은 네 번째 임기에 도전했던 다나카 료 후보를 187표 차로 제치며 아슬아슬하게 승리한 바 있다.
기시모토 구청장은 "4년 전보다 더 많은 신임을 얻었다. 지난 4년 간 구정을 주민 여러분이 지켜봐 주셨다는 뜻이라 정말 기쁘다"라며 두 번째 임기에 대해 "다음 4년은 더욱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정책을 확대해 나가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그는 또 "정치와 자신이 무관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안전과 안심을 가지는 것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발언할 수 있는, '대화 중심의 구정'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라는 소감을 밝혔다고 일본 방송 TBS가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선거에서는 기시모토 구청장이 추진해 온 '대화 중심의 구정' 방식 등이 주요 쟁점이 됐다"라며 기시모토 구청장이 "아동관 정비, 초·중학교 급식비 무상화, 동성 커플을 지원하는 '구 파트너십 제도' 제정 등의 성과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기시모토 구청장이 어려운 정치적 상황 속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월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역사적인 대승을 통해 개헌도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며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확보한 가운데 기시모토 구청장이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된 점에 주목한 분석이다.
일본 방송 TBS는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가 '국정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는데, 기시모토 구청장은 27년 만에 등장한 자민당 추천 후보 등과 선거에서 승리했다"며 "자민당 추천 후보의 경우 올해 3월 기요세시와 4월 네리마구 등 도쿄도 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연패가 이어지고 있었다"라고 최근 흐름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도쿄 스기나미구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가졌던 기시모토 구청장은 자민당 강세 흐름에 대해 "중앙 정당 정치와 지방자치가 좀 다르다. 물론 일반적으로 일본의 지자체는 자민당 지배하에 있긴 한데, 스기나미구는 예외다. 자민당이 아닌 중의원도 있고 자민당이 아닌 다른 야당 출신이 승리하기도 했다. 당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 결과"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 실제 이러한 예측이 현실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기시모토 구청장은 지난 2022년 '주민을 생각해 주는 구청장을 만드는 모임'이라는 구민들의 자발적 모임에서 추천을 받아 구청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 모임은 자민당과 남성 중심의 구정을 바꾸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는데, 여기에는 특정 정당이 아닌 다양한 정당과 세대, 성별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당시 187표 차로 당선된 기시모토 구청장은 스기나미구 최초 여성 구청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다음 해인 2023년 열린 구 의회 의원 선거에서 전체 48명 의원 중 절반인 24명이 여성 후보자가 당선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의원이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도쿄의 자치구 의회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 구의원이 배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는데, 기시모토 구청장의 당선 이후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의원 선거에 많은 여성 후보와 신인 후보들이 출마했고, 실제 이러한 움직임이 결과로 이어지면서 일본에서는 이를 '스기나미의 변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모토 구청장이 이번 선거에서도 "정당의 추천이나 지지를 받지 않았고, 대신 이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들이 총력 지원에 나섰다"며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고 전했다.
기시모토 구청장은 이날 승리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힘이 있다"라며 "저는 완전 무소속이고 정당, 큰 단체, 업계 단체 등 추천을 받지 않은 선거였다. 새롭게 유권자와 후보자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 선거 캠페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을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도 "대화를 통한 구정에는 다양한 자리가 있으니 참가해 주시길 바란다"라며 "기시모토의 구정은 늘 열려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당의 공천이 아닌 구민들의 힘으로 두 번째 구정을 맞이하게 된 기시모토 구청장이 지난 선거에 비해 더 높은 투표율 속에서 과반을 획득하면서 한층 더 힘을 받고 구정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42.54%로, 2022년 선거인 37.52%에 비해 5.02% 포인트 높아졌다.
(통역 취재 도움 : 구에와 히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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