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내홍 재점화 "손학규 사퇴해야 反조국 싸움 참전"

안철수·유승민 거취 주목

4.3 보궐선거 이후 반년을 끌어온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추석을 지나며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손학규 대표 퇴진을 주장해온 비당권파, 이른바 '유승민-안철수계' 그룹 가운데 상대적으로 유화적 입장이었던 정병국 의원이 16일 전격 기자회견을 열어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특히 "중대 결단"을 언급하기도 했다. 보수야당이 일제히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가운데, 바른미래당발(發) 야권 재편 가능성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정병국 "孫 사퇴하라…버티면 중대 결단"


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4월 선거 참패로 바른미래당은 내홍으로 치달았고, 당과 국민은 손학규 대표에게 책임을 요구했다"며 "손 대표는 지난 4월 15일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고 사퇴 조건을 내걸었다. 155일이 지난 지금, 추석은 지났고 당 지지율은 정의당(6.2%)보다 못한 5.2%"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당시 우리 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가진 유일한 희망은 손 대표의 개혁이 아니라 사퇴였다"며 "(나는) 그럼에도 참았다. 쓰디쓴 침묵을 이어왔다. (이는) 손 대표의 약속에 대한 존중이었다. 하지만 이제 약속의 시간이 다 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바른미래당 최다선(5선) 의원이자 구 바른정당 초대 대표를 지냈다.

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평등과 공정, 정의의 가치를 배신하고 그토록 국민이 반대하던 조국을 임명했다. 이제 문재인 정부와의 싸움이 시작됐다"며 "바른미래당은 대안정당으로 이 싸움의 최전선에 서야 하지만 국민은 '패권 패거리에 치이고 당 대표의 리더십조차 제대로 서지 못한 바른미래당 역시도 척결의 대상'이라 한다. 바른미래당이라는 이름으로 이 싸움에 참전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바로 손 대표의 사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정치는 당헌당규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다. 그 이후 전개될 모든 상황의 책임은 손 대표에게 있다"며 "만약 손 대표가 이 상태로 간다고 하면 중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중대 결단'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어렵다"며 언급을 피헸으나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현 상황은?


바른미래당은 4월 보궐선거 패배와 당 지지율 정체 책임론을 놓고 손 대표 측과 유승민-안철수계가 공방을 벌여왔다. 비당권파는 최고위원회 공개회의 석상에서 지도부 사퇴를 수 차례 공개 촉구했으나 손 대표는 이를 거부했고, 7월초 혁신위 구성으로 내분이 일시 봉합됐으나 열흘 만에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내분의 장(場)만 최고위에서 혁신위로 바뀌어 갈등 상황이 이어져 왔다.

손 대표 측은 '추석까지 지지율 10%' 약속에 대해 '비당권파의 비협조로 대표가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사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 의원은 "정치 지도자로서 할 얘기가 아니다"라며 "왜 최고위원들이 협조를 안 하는지도 대표의 리더십 문제다. 그것을 핑계 삼는다면 지금까지 손 대표가 쌓아온 정치적 역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추석 연휴 이후 바른미래당의 내분 재점화는 '상수'로 봐왔고, 오히려 관심은 '그 이후'에 쏠리고 있었다. 손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고 갈등이 극한까지 치달을 경우 유승민-안철수계가 동반 탈당해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정 의원이 "중대 결단"을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보통 '유승민계'로도 불리는 바른미래당 내 구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유 전 대표와 정 의원, 오신환 원내대표, 이혜훈 정보위원장, 하태경 최고위원, 유의동·정운천·지상욱 의원 등 8명이다.

유승민 전 대표와 가까운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 의원은 그간 유 전 대표와도 달리 '손 대표에게 그래도 시간을 줘 보자'는 쪽이었다"며 "이제 정 의원마저 손 대표와의 투쟁 전면에 서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정 의원의 회견이 (유승민계) 내부에서 무슨 교감을 거쳐서 나온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 의원의 단독 탈당 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 의원이나 유 전 대표나 '자유한국당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수 차례 공유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의 선택은?

관심은 안철수계의 선택에 쏠린다.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전 대변인은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5일 SNS에 쓴 글에서 "손 대표는 '꼰대' 노릇 그만하고 대국민 약속을 지키라"며 "존재하지도 않는 한국당과의 합당 때문에 대표직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는 허상으로 있는 도깨비와 싸우는 꼴"이라고 손 대표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추석을 기점으로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가 당권파에 대한 공세를 재개하는 신호탄 격이었다.

지난 8월 독일 체류 중인 안 전 대표를 만나고 온 이태규 의원은 앞서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는 좀 더 공부를 하고 싶어하고 있고, 정치 재개에는 신중한 입장"이라면서도 "야권 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등 정치 상황이 변동하면 (정치권에서) 안 전 대표의 필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때 안 전 대표 본인이 여러가지를 종합적·복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추석 전후 귀국해 야권 재편에 뛰어들 거란 일각의 소문에 대해서는 "호사가들이 하는 이야기"라고 일소에 부쳤다. 특히 그는 "안 전 대표는 오랫동안 한국당과는 거리를 둬 왔다"며 "한국당 측과는 (대화나 접촉이) 일절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가 이른바 '보수 통합' 대신 중도보수 신당으로 총선을 치르려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반(反)민주당, 비(非)한국당' 노선인 셈이다.

유승민계도 '황교안 한국당'에 실망감…답은 신당?

최근 한국당의 행보에 유승민계가 실망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신당설에 힘을 싣는 소재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조국 사태에 대한 대응을 보면 한국당은 개념이 없고 정치적 IQ가 떨어진다. 전략이 빈약하다"면서 "(황교안 대표의 삭발 투쟁은) 극우파들의 요구를 받아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조국 반대 연대'와 관련해 한국당 측에서 유 전 대표에 연대 제안을 한 것은 16일 현재까지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 의원은 또한 일부 언론이 보도한 '한국당-바른미래당-우리공화당 3자 연대'설을 언급하며 "우리(유승민계)와 한국당만 해도 연대가 힘든데, 우리가 우리공화당과 연대를 어떻게 하느냐"며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황교안 대표 체제의 한국당이 우편향에 기울고 있다는 실망감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안철수-유승민 신당이 현실화된다 해도, 내년 총선을 치를 때 '기호 3번'을 확보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계 8명에 안철수계 6명(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이 동참한다 해도, 이들 6명은 모두 비례대표 의원이어서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적 변경을 할 수 없다.

손 대표 측이 이들 의원들을 풀어주지 않고 바른미래당 대표 지위를 유지한 채 대안정치연대(9명) 등 야권 내 우호 세력과 제휴한다면 원내 3당 및 교섭단체 지위는 이들이 가져가게 된다. 손 대표 퇴진을 주장하는 비당권파가 '속시원한 결별'을 선뜻 택하지 못했던 이유다. 그러나 추석이 지났고,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들도 선택을 강요받는 시점에 놓였다. 정 의원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재개될 유승민계의 '반(反)손학규' 공세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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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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