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외연 확장용 '경제대전환위' 위원도 막말 논란

일부 교수들 "문재인 치매인가", 한기총 성명 공유하기도

자유한국당이 연일 '막말' 논란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황교안 당 대표가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까지 했지만, 이번에는 황 대표가 야심차게 내놓은 당 특별기구 '2020경제대전환위원회'의 외부 위원 일부가 SNS에 막말성 표현을 했다는 논란이 7일 불거졌다.

경제대전환위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중도층을 우군화시키기 위해 출범시킨 기구다. 지난 4일 황 대표는 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앞으로 여러분이 만들어 주는 비전과 정책이 내년 총선과 2020년 대선까지 우리 당을 이끌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위원회에 외부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한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와 조동근 명지대 교수 등 일부 인사들이 과거 SNS에 올린 글을 보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 나아가 세월호 추모 분위기에 대해서도 수위를 넘은 비난을 한 것이 확인됐다.

이 교수는 지난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특별대담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치매인가? 정신분열증인가?"라고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헝가리 유람선 사고를 언급하면서 "추모는 이렇게 정치권력과 무관하게 조용하게 치르는 내면적 행위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세월호 추모가 더 이상 추모가 아니라 타락한 정치권력 놀음인 이유"라고 비난했다.

이 교수는 또 경제대전환위 출범 이틀 전인 이달 2일에는 "5.18에 관해 발언을 했다고 징계하는 한국당"이라며 "자유주의 보수적 가치를 내거는 정당이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지 못하면 이미 대한민국은 조지 오엘의 <동물농장> 수준"이라고 5.18 막말 의원에 대한 한국당의 징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의 복지 수당 지급 확대를 비판하면서 "국민 1000만 명을 보조금 무상 수당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기업에게 무한 복지를 확대하고, 역시 사회적 기생충화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경제대전환위 출범 이후인 지난 5일과 6일에도 청와대의 보훈가족 오찬 배포자료 논란과 관련해 "유족에겐 고문이고 정신적 학대다. 이 미친 짓거리들을 하는 청와대가 제 정신이냐"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리거나, 문 대통령이 주체사상 추종자라며 하야를 촉구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성명서를 공유하면서 "와우. 가장 과감하고 선명한 성명서가 나왔다"고 감탄하는 글을 올렸다.

조동근 교수 또한 올해 3~5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 "사춘기 때 생각을 60이 돼도 바꾸지 않는다면 정신지체"라고 비난했고,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에 대해 "박영선은 내가 가장 극혐하는 여자다. 내 기준에 의하면 저 여자는 인간도 아니다", "그녀는 천재가 아닌 천치다", "이번에 쓰레기 일부를 확실히 치웠다"고 공격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향해 "그러니 찌질이란 말을 듣지", "정치인은 재활용되는 쓰레기보다도 못하네요"라고 비난한 글도 있었고, 지난달 한 방송 출연 후에는 "방송국에서 수다덩어리 '꼴 좌파'와 입씨름을 했다. 기분 엿같다"는 감상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6일에도 "현충일의 경건함을 깬 '극혐' 김제동의 강연 취소"라며 "정말 엿같은 기분"이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전현직 국회의원 등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정치인들의 막말과, 학자인 이들이 SNS에 일부 문제성 표현물을 올린 문제를 동일선상에 놓고 봐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자신의 과거 SNS 발언이 6일 한 언론에 의해 처음 보도되자 다시 SNS에 글을 올려 "언론의 본분이 권력 비판인가, 권력 편에서 시민 표현의 자유에 재갈 물리기인가?"라며 "이 나라의 진짜 문제는 막말이 아니라 비겁한 침묵이다. 막말보다 천만 배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라며 항변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최근 주요 당직자들과 전현직 의원들의 막말 논란으로 연일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황교안 플랜'의 핵심 구상으로 준비된 경제대전환위 참여 인사들로까지 논란이 확대된다면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경제대전환위가 어떤 성과물을 내더라도 '막말' 이미지가 덧칠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당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더 이상의 잘못은 용납할 수가 없다.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한 황 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거리다.

지난 4일 당 특별기구 외부 위원으로 위촉된 이들 교수들이 지난 5~6일에도 "미친 짓거리", "(한기총이) 과감하고 선명", "극혐", "엿같은 기분" 등의 표현물을 게시한 것은 황 대표의 '경고' 시점 이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대번에 비판이 나왔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전 최도자 수석대변인 명의로 '막말 정국에 막말 위원으로 시작하는 한국당 경제대전환위원회, 막말 근절 의지 있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경제대전환위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막말을 근절하겠다'는 한국당의 공언이 무색하다"고 꼬집었다.

최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는 (경제대전환)위원회 출범식에서 '비판을 넘어 대안 중심으로 논의 방향을 잡아줄 것'을 주문했으나, 정치적 편향성을 넘어 진영 간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는 인사들이 내놓는 경제 대안을 국민 전부가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하면서 "자칫 경제를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접근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막말 정국'에 '막말 위원'으로 시작하는 한국당 위원회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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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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